유럽연합이 재정위기 해법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와중에도 예상외로 선전하는 미국경제가 더욱 호전되고 있다. 지난 연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엊그제 발표된 2011년 4분기 미국 성장률은 3% 기대치보다 조금 낮은 2.8%를 기록했다. 대부분의 성장이 지나치게 낮은 재고량을 정상수준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것이지만 아직도 재고량이 보통 수준을 밑돌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특히 제조업분야는 온통 청신호다. 제조업 실태를 보여주는 각종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 지수들이 모두 상승세다. PMI(Purchasing Managers Index)는 지난 12월에 53.9로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주문지수도 지난 4개월 동안 꾸준히 늘고 있다. 제조업생산지수도 4개월 동안의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부문 고용은 27개월째 상승 중이다. 물론 상승세가 완만하지만 꾸준하게 제조업부문 전역에 나타난다는 사실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반면 제조업의 재고량은 3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재고량 감소는 차후의 생산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제조업부문 생산과 고용의 증가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실업률이 지난 10월 9%에서 11월 8.6%로 대폭 하락했을 때 아마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12월에 8.5%로 계속 내려가자 실업률 하락이 실물경제의 회복속도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심할 수 없게 되었다. 건설활동도 지난 4개월 중 3개월에 걸쳐 전년 동기대비 증가율을 보여준다.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에서 모두 상승했다. 건설회사들의 기대심리지수도 호전되고 있다.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던 건설활동이 마침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12월의 소비지출(계절적 변동요인 감안)도 11월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고 전년 동기대비 8% 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소비지출은 아직도 약세를 면치 못하며, 기업의 설비투자도 왕년의 활기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건설경기가 살아나는 듯하나 주택건설은 아직도 약세이며, 특히 단독주택 건설은 지난 3년간 계속 하락해 2011년은 최악의 해였다. 주택가격도 계속 떨어진다. 차압주택 재고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행이 재고량 자체가 서서히 줄고 있다는 사실은 한 낱의 희망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은 주택건설업체 신뢰지수(Home Builders Confidence Index)가 18개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경기가 드디어 바닥을 쳤다고 본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서서히 호전되는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유럽 재정위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미국경제가 현 회복세를 얼마나 지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그리고 주택경기를 살리지 않고서는 경제 전반에 걸친 회복세가 다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미국중앙은행(Federal Reserve)은 현 수준의 ‘제로’ 이자율을 적어도 2014년 말까지 앞으로도 4년 동안 더 유지할 것이며 이에 필요한 통화량의 증가율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는 미 중앙은행이 적어도 앞으로 4년 동안은 인플레의 위험이 없다고 천명한 것으로 봐야한다. 물론 중앙은행은 이러한 정책이 연율 2% 이상의 인플레를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현재의 꾸준한 회복세를 반영하는 2.2~2.7%로 예측했고, 금년말 예상실업률도 현 수준에서 조금 더 내려간 8.2%로 발표하였다. 민간경제 예측자들 중에는 올 성장률이 3%를 초과하고 실업률이 8%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미 중앙은행이 이처럼 전례 없는 초저리 정책을 오랫동안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이유는 유럽 재정위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3월20일 만기가 되는 144억 유로 상당의 그리스 부채상환 연장이 실패하면 그리스는 부도를 맞게 된다. 현재 민간채권단과의 부채연장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있다. 그러나 그리스국채의 부분적인 부도는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되었던 것으로 시장에 주는 충격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금융권은 본다. 채권자 은행들은 CDS(Credit Default Swap)라 불리는 보험을 통해 대부분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길을 확보해 놓았을 뿐더러 부도가 염려되는 액수도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정 큰 문제는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부도보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을 포함한 유럽연합 전역에 강요되고 있는 재정긴축정책의 영향이다. 이러한 긴축정책은 대부분의 유럽국가들을 불황으로 몰아넣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럽전역에 걸친 심각한 불황은 미국 경제회복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 중앙은행이 우려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