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전 유럽인이 북미대륙에 도착하니 인디언들이 개를 갖고 있었다. 몇 세기 지나 인디언이 어디서 왔는지를 연구하다가 고고학자들은 개를 증거로 아시아인들이 개와 함께 이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석기 사람들이 개와 함께 넓고 넓은 태평양을 횡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여 이 학설은 부정됐다.
20세기 중반 지질학자들은 1만년 전 베링해협이 빙하로 덮였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인디언은 결국 아시와와 북미대륙이 붙었던 때 이를 통해 이주한 아시아인이었음을 증명했다.
베링해협은 시베리아 동쪽 끝과 알라스카 서쪽 끝 사이의 바다를 말한다.
최근에는 개의 유전자 서열과 미토콘트리아를 분석하여 이동과정을 추적한 결과 개들은 1만 5천년전에 극동아시아에서 최초로 가족화 되어 세계 각지로 이동했던 것을 밝혀냈다. 이런 사실로 보아 “개가 늑대에서 약10만년 전 분리된 후 여러곳에서 번성하여 다발적으로 사람과 접촉했다”는 학설은 설득력이 없고 대신 극동의 어느 한 마을에서 최초로 인연을 맺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극동아시아는 기후상 사람이나 개가 식량없이 겨울을 넘길 수 없는 곳이다. 그러므로 개는 사람한데 먹이를 얻어먹는 대신 인간의 식량을 지켜주고 사람이 사냥할 때 뛰어난 후각(냄새 감각)으로 길을 안내하여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을 것이다. 강아지는 손에서 손으로 전달되어 전세계로 이동됐을 것이란 추측이다. 이런 인연으로 시작된 개는 인간의 번영과 함께 번창하여 지금은 약 4억마리가 인간과 함께 산다.
한마디로 개는 사람과 친분을 맺은 덕분에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한 동물이라할 수 있다. 지난 100여 년 동안에는 인위적으로 배란을 시키는 인공수정 기술이 발달하여 인간 취향에 맞게 여러 종류의개가 태어났다. 주먹만한 것부터 송아지만한 것까지 거의 400종류나 된다.
문제는 외모는 각양각색인데 늑대같은 야수성 만큼은 변하지 않아 미국의 경우 전국에서 매년 개에 물리는 사건이 5백만 건이나 된다는 것. 개의 특성을 살려 마약을 찾거나 군견으로 훈련시켜 이용도 하지만 지금까지 개의 심리를 집중 연구해본 적이 없어 개가 아기를 물어 죽이는 일이 발생해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런데 최근 개의 마음을 읽고 개의 야수성를 잡아주는 사나이가 혜성같이 나타나 수많은 TV시청자를 사로잡고있다. 개와소통하는 사람(Dog Whisperer)으로 알려진 씨자 밀란(Cesar Millan)씨는 멕시코 태생의 평범한 사람이다. 학교는 다니지 못했고 어릴 때 할아버지농장에서 개들과 뛰어놀면서 동심으로 개들의 마음을 읽은 것이 그의 유일한 경륜이다. TV (내셔날 지오그랙픽 채널)에서 그를 보면 아무리 사나운 개들도 온순하게 순종시키는 솜씨를 발휘했다. 믿기힘들 정도였다. 마치 개와 사전에 짜고 각본대로 연극하는 것같이 보이기도 한다. 이 프로는 개를 사랑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여 미국 1억2천만 가구 중 무려5천만 가구가 시청한다.
밀란씨가 개의 마음속을 아는 정도는 얼마나 되는가? 그는 말한다. “개는 사랑 받기를 좋아하지만 사랑만으로 개를 다룰 수는 없다. 개는 사회조직 동물이어서 서열을 가장 중요시한다. 서열은 개들이 보이는 에너지로 결정되는데 에너지가 월등히 높은 개에게는 자기 꼬리를 내리고 순종한다. 에너지가 비등하면 서로 우위다툼으로 싸운다. 또한 개는 자기들 끼리만 에너지를 비교할 뿐 아니라 사람의 에너지도 측정하여 비록 주인이라도 자기보다 에너지가 낮으면 순종하지 않으려 하거나 오히려 덤벼 든다.
이런 개는 목에 줄을 매고 주인과 함께 걸어도 꼭 자기가 앞서 가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기가 리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같이 개들이 중시하는 에너지만이라도 이해하면 개를 다루기가 훨씬 수월하다. 따라서 개와 산책을 할 때는 개줄을 짧게 쥐고 개가 자기 뒤를 따라오도록 그는 권한다.
밀란은 덩치가 크고 에너지가 높아 우리에 가두어 기르는 복사개를 길들이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그는 눈싸움을 피하고 순종한다는 뜻으로 뒤로 돌아앉아 서서히 접근, 개의 경계심이 사라졌을때 쓰다듬으면서 개줄을 목에 걸고 집을나와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개가 지칠 때까지 끌고다녀 에너지가 빠져나가면서 순종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 외에 그는 인간보다 월등히 발달한 후각과 청각 차이에서 오는 인간과의 갈등을 잘 묘사했다.
그가 지적한 에너지란 무엇인가. 동양에서 말하는 바로 기氣다. 동양에서는 일찌기 모든 생명체는 기氣를 가졌다고 했고 밖으로 표출된 모습을 기풍氣風이라고 불렀다. 개는 아직도 기풍을 읽을 줄 알지만 사람은 잊어버린 지 오래다. 지난해 90세가된 미국의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중국에 대한 책을 발간했는데 30년 외교활동 중 가장 잊을 수 없는 사람으로 중국의 수상 주은라이(周恩來 )를 꼽았다. “그의 눈빛은 늘 내 마음을 꿰뚫어보았다”고 키신저는 말했다. 주는 기풍을 풍겼고 키신저는 이를 읽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