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와의 남주홍 대사가 지난 7일 국가정보원 1차장에 내정됐다. 이로 인해 남 대사가 부임하기 전 5개월이나 비어있었던 주캐나다대사직은 향후
아그레망(주재국 동의) 등의 절차를 감안할 때 다시 최소 2개월 이상 공석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이번 인사는 “캐나다에 대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이 높다.
이번 인사는 한국 내에서도 “MB식의 전형적인 보은인사”라는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정권 출범
첫해 통일부 장관으로 낙점했다가 온갖 의혹과 도덕성 시비 끝에 낙마한 남 대사를 임기 말 차관급에 배치한 이명박 대통령의 끔찍한 자기 사람
챙기기를 바라보는 시각도 곱지 않다.
정부 안팎에선 대북 강경파로 알려진 남 대사가 국정원의 대북업무를 총괄하는 1차장에 내정된
것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강도 높은 대남 도발발언에 이은 3차 핵실험 가능성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매파인사를 내세워 관계가 더욱 경색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남 대사는 과거 여러 차례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대표적인 저서인 ‘통일은 없다’에서는 김대중 정부의 2000년 남북정상회담
6·15공동선언이 대남 전략용 공작문서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력은 지난 2008년 남 대사가 통일부 장관에 내정됐을 당시에도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류우익 현 통일부 장관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비롯한 남북 교류협력 등 대북 유연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남 대사의 발탁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정보원과 통일부가 각각 강온 대북정책이라는 엇박자를 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남 대사는 지난해 캐나다로 떠나면서 주위에 “이번이 마지막 공직”이라고 심경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교통상부
내에서는 안보 전문가인 그가 ‘현안이 없는 편안한 대사 자리’를 불편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는 평소 국정원 근무를 희망했다고
한다.
청와대와 국정원은 남 대사 기용에 대해 안보·통일 분야의 전문가로 적절한 인사라고 자평하는 분위기다. 남 대사의 안보·통일
분야의 폭넓은 지식이 국정원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대남 무력도발까지 예고할 만큼 남북관계가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판 네오콘’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남 대사의 발탁이 적절한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보다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조차 이번 인사와 관련해 “최근의 남북관계나 국제적인 관례를 볼 때 뒷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결정인데
어쩌겠느냐”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남 대사의 제1차장 기용은 원세훈 국정원장의 천거가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행정부시장으로 기용하면서 ‘MB의 남자’가 된 원 원장은 중도 사퇴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이 대통령 임기 5년 동안 장관직을 지킨 유일한 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