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가 최근에 또 한번 경종을 울렸다.
캐나다인들의 가계 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그가 되풀이한 경고다.
현재 캐나다인들의 가계부채율은 가처분소득의 154%로
유럽의 몇몇 나라를 제외하면 호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축에 든다.
미국의 115%보다 훨씬 높다. 금융위기 직전 미국의 130%보다도 높다. 가계부채비율이
높으면 왜 위험한가? 부동산시장의 거품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중의 대부분이 부동산담보 또는 부동산
연계부채다.
카니의 경고는 누구를 향한 것일까?
일반 캐나다인들을 향한 것일까?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중은(中銀) 총재가 언제 어디서 무슨 말을 했는지 잘 알지도 못할 뿐더러 그의 말에 별 관심도 없다는 것은
본인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면 금융기관들을 향한
것일까? 물론 그렇기도 하겠지만 금융기관들은 돈장사로 돈 버는 것이 임무인데
중은 총재가 한마디 했다 해서 대출조건을 충족한 고객에게 대출하지 않을 아무런 까닭이 없다.
카니가 이것을 모를 리 없다.
결국 카니의 경고는 대출조건을 더 쉽게 또는 더 어렵게 조정할 수 있는 금융감독기관과
연방재무장관을 향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국내 금융감독기관은 금융 감독과
규제의 철저함에서 세계 으뜸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금융감독기관이 가계부채율을 내리기 위해 금융기관들에 압력을 행사하는 데는 법적인 한계가 있다.
다수집권당 정부의 재무장관은 이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카니의 메시지는 연방재무장관을 향한 것이다. 재무장관은
얼마 전 이미 모기지 대출조건을 강화시킨 바 있다. 카니의 메시지는 대출조건을
더 강화시키라는 것이다. 소득대비 이자부담률(Debt to Income Ratio), 최장상환기간,
다운페이먼트 조건 등을 더 강화해 모기지대출을 더 까다롭게 하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가계대출을 줄이는 대신에 기업대출은 더 늘리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높은 가계부채율의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낮은 이자율이며 낮은
이자율은 중앙은행 정책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사실 가계부채율을 가장 빨리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이율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가계부채율을 내리는
효과는 있을지 모르나 오히려 이자부담률을 올려 부동산거품을 터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중은이 우려하는 것은 머지않아 이율 상승이 불가피한데 그때 가서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이자 부담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부동산의 은행차압으로 이어질 것이고, 은행의 수익성 감소와 대출여력의 약화,
경제성장 둔화, 부동산 매물 증가에 따른 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말해 이자율 상승이 부동산거품을 붕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거품의 붕괴 여파가 어느 정도 심각할 것인가는 현재
얼마만큼의 거품이 형성돼 있으며 이율이 언제 얼마나 빠른 속도로 올라갈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현 주택가격이 10~15%의 거품을 갖고 있다고 본다.
중은은 거품이 더 커지기전에 재무장관이 부동산 대출조건을 더 강화시켜 더 이상의
가계부채율 증가를 막아주기를 바란다. 그러나 재무장관 입장에서 보면 더 이상의
부동산 대출조건 강화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저하시켜 부동산 수요를 감축시킬 것이고 이것은 부동산가격의 하락을 가져와 거품의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밴쿠버와 토론토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투기성
해외자본은 일단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동산거품을 지금 해결하지 못하면 거품은 점점 더 커져 나중의 붕괴효과만 더 키워주는 결과가 될
것이다.
중은 입장은 더 복잡하다.
현재의 느린 캐나다경제 회복속도와 높은 실업률을 고려할 때 이율 상승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본다. 또 중은은 캐나다달러의 강세를 부추기는 이율의 상승을 미룰 수 있는 데까지 미루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국내경제가 꾸준한 성장을 유지하면 머지않아 이율을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동산거품의 붕괴가 두려워서 또는 캐나다달러 강세가 무서워서
이율을 한없이 묶어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캐나다 금융기관들의 재무제표
건전성은 20% 이상의 부동산가격 하락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다고 보기 때문에 설령 부동산거품이 당장 터지더라도 2008-09년의
미국 금융위기 같은 사태는 피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금융위기는 비우량
부동산담보대출에 바탕을 둔 각종 금융파생상품으로 세워진 피라미드식 사상누각의 붕괴에서 비롯했으나 현재 국내 부동산거품은 이에 비하면 찻잔의 파도
정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거품의 붕괴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정도는 안 되겠지만 최소한 부동산시장의 일시적인 침체를 가져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거품을 지금 제거하지 않으면 앞으로 다가올 부동산시장의 침체가 더 장기화할 수도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가계부채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주택순자산 연계
신용대출(HELOC: Home Equity Line of
Credit)이다. HELOC 총 잔액은
2001년 80억 불에서 2011년
640억 불로 무려 8배가 늘었다. 만일 머지않아
중은이 이율을 올리기 시작하면 변동금리 주택모기지와 HELOC를 안고 있는
가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놀라운 사실은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HELOC에 의존하는 가구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이다. 카니가 기회 있을 때마다 높은 가계부채에 경종을 울리는 이유다. 부디 그의 경종이 소귀에 경 읽기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