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아파도 경선 선거인단을 모집해야 했다. 동구에 살기 싫다."
27일 오전 광주지법 301호 법정. 4ㆍ11총선 앞두고 사조직을 만들어 민주통합당 광주 동구 국민경선 참여 선거인단을 모집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박주선(63ㆍ무소속) 의원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재판장인 문유석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 대한
선고에 앞서 선거인단 모집책으로 활동했던 한 40대 여성의 검찰 진술서를 읽어 나갔다. 전직 동장의 투신자살까지 불러온 불법
선거운동의 폐해를 알리고, 재판부의 선거사범에 대한 엄벌 배경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이날 문 판사가 소개한 여성은 화장품 판매원 정모(48)씨. 정씨는 불법 조직 선거에 동원됐다가 검찰에 의해 구속됐다. 정씨는
검찰 진술서에서 "이번 일(민주통합당 모바일 선거인단 불법 모집)로 너무 재촉을 받아서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고 로봇처럼
명령대로 따르는 자신이 너무 싫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씨는 "세상이 다 이런가 보다. 출신이 낮으면 이렇게 살아야 되는가. 애기가 아파서 누워있는데도 모바일 투표 명단을 받아오는 내
자신이 싫었다"고 당시 과열된 선거 열기를 폭로했다. 정씨는 이어 "두 번 다시는 이런 단체 모임은 가입하지 않을 것이며 동구에
사는 게 싫다"고 뒤늦은 후회를 했다. 정씨는 또 "이번 사건으로 상처를 너무 받았으며 정치의 세계가 이런가 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현상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심각한 정치 혐오증을 표현했다.
문 판사는 이날 정씨에 대해 "조직 범죄의 상급자는 무겁게 처벌해야 하지만 서민이자 하급자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벌금 300만원과 추징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불법 선거인단' 박주선 의원 당선무효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박주선 의원(63ㆍ광주 동구)이 1심에서 당선무효형인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이
최근 주요 선거사범에게 당선무효형 이상의 형을 선고하도록 하는 양형기준을 마련한 이후 일선 재판부가 검찰 구형(징역 1년)보다
높은 실형을 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4ㆍ11총선 선거사범에 포함된 당선자(76명)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판결이
잇따를 전망이다.
광주지법 형사6부(부장 문유석)는 27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박 의원과 유태명(68) 광주 동구청장에 대해 각각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의 보좌관 등 측근 4명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8월~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의원이 공소 내용을 부인하고 있으나 선거 상황을 수시로 보고 받는 최측근인 보좌관이 불법 선거인단 모집을
알고 있고 금품살포 내용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만 몰랐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며 "최소한의 지시나 묵인만 했다해도
실제적 이익을 보게 되는 상급자는 가장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1월 말 유 구청장 등과 함께 사조직인 계림1동비상대책추진위원회와 지원2동경선대책위원회를 결성, 경선 선거인단을 불법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 의원은 또 1월 19일 저녁 전남 화순의 한 식당에서 유 구청장과 현직 동장 13명이 참석한 자리에
합석해 자신의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선거운동을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박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대통령법무비서관을 지냈으며, 1999년 옷로비 사건과 2000년 나라종금 뇌물수수, 2004년 현대
비자금 사건으로 세 번 구속됐다가 모두 무죄를 선고 받은 '세번 구속, 세번 무죄'라는 사법사상 초유의 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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