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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민보희양의 목숨을 앗아간 교통사고(10·11일자 A1면)와 관련, 여러 의문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보행자의 단순부주의에 의한 사고로 보기 힘든 정황들도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다.

비보를 접하고 한국에서 날아온 유족은 “사고현장 등을 직접 살펴보고 경찰의 설명도 들어봤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보가 유족 등의 지적을 토대로 사건현장을 정밀하게 살펴본 결과, 앞으로의 경찰조사 등에서 해결돼야 할 의문점들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의문점 1: 신호

민양은 지난 8일 오후 7시경 윌슨 하이츠에서 셰퍼드 애비뉴를 남쪽으로 건너다 셰퍼드 쪽으로 좌회전을 하던 SUV에 치여 사망했다. 당시 목격자 지엔 리우씨는 민양이 횡단보도 선상 바깥쪽에서 빨간불에 길을 건너고 있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의문점은 바로 이 신호다. 사고가 일어난 교차로는 평일 출퇴근시간에는 좌회전신호(화살표)가 따로 있지만 주말저녁인 사고 당시엔 삼색신호(비보호 좌회전)였다. 목격자의 말대로 보행자신호가 빨간불이었다면 차량신호도 빨간불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사고차량은 빨간불에 불법 좌회전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단, 사고차량이 비보호 좌회전을 위해 대기하다 맞은편에서 오는 차량들로 인해 파란불일 때 미처 턴을 하지 못하고 노란불일 때 좌회전을 시도하다 사고를 냈을 가능성도 있다. 본보가 직접 촬영한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차량신호가 노란불이 되면 보행자신호는 즉시 정지신호로 바뀌지만 차량신호는 빨간불로 바뀔 때까지 약 3초간의 시간이 있다. 그동안 정지선 바깥쪽에서 좌회전 대기 중이던 차량은 우선권을 가지고 회전을 할 수 있다. 목격자의 말대로라면 바로 그 3초 동안 민양이 길을 건너려다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보행자 우선원칙에 따라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 한 운전자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



* 의문점 2: 바퀴자국

조사결과 사고현장에선 급정거를 했을 때 나타나는 바퀴자국(스키드마크)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온 경우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밟게 마련이고 당연히 도로상에 스키드마크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목격자는 사고차량이 쓰러진 민양을 밟고 그대로 지나갔다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경찰은 “사고차량은 시속 20km의 저속으로 주행 중이었다”며 과속에 의한 사고는 아니라고 단정한 바 있다. 유족들은 “사고시각은 해가 아직 떠있던 때라 과속이 아니었다면 브레이크를 밟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부주의운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운전자 상태에 대해 “조사가 진행 중이라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의문점 3: 횡단보도 구조

사고가 난 교차로의 횡단보도는 기형적인 구조로 돼있다. 민양이 건너려던 쪽(북쪽→남쪽)은 횡단보도 선상 바깥 1미터 전부터 휠체어 등 장애인 통행을 위해 인도 턱이 낮아져 있다. 민양은 이곳부터 도로로 내려왔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이곳을 이용하는 보행자 대부분이 턱이 낮아지는 지점부터 도로로 내려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기자가 현장에서 30분가량 지켜본 결과, 보행자 10명 중 8명이 횡단보도 선상이 아닌 바깥쪽에서부터 길을 건너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유족 측은 “보행자들로 하여금 차도 쪽으로 내려와 길을 건너게 만드는 횡단보도의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유족들은 지난 13일 민양의 시신을 화장한 뒤 14일 귀국했다. 토론토에 살고 있는 민양의 삼촌 안모씨는 “사고관련 의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끝까지 철저하게 조사해 의문점들을 풀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보는는 경찰에 사고당시 신호, 운전자 상태, 횡단보도 구조 등과 관련한 공식설명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