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일란성쌍둥이거나 일란성쌍둥이를 키워본 부모는 쌍둥이 간의 우애가 다른 형제보다 남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일란성쌍둥이는 서로 멀리 떨어져 산다 해도 한쪽이 사고나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으면 다른 한 쪽도 같이 고통을 겪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일란성쌍둥이는 다른 사람보다 텔레파시telepathy가 더 강하다고 말한다.
텔레파시란 말 자체는 그리스어로 멀리서 느낀다는 의미로 동양에서 예로부터 내려오는 이심전심(以心傳心)과 같은 뜻이다. 동서를 막론하고 인간이 사는 곳에서 이런 현상은 항상 존재해 왔다. 좀 더 넓은 의미로는 육감(肉感)과 관계된 이야기이지만 오감(五感)만을 기본과제로 연구해온 과학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이런 현상들을 과학이 무시해서가 아니라 차원이 다른 영역이라 현재의 과학기술로는 접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장 텔레파시현상이 진하게 나타나는 개체가 바로 일란성쌍둥이라 우연적이라고 돌릴 수 없어 과학을 곤경에 빠트리기도 한다. 실례를 하나 들면 일란성쌍둥이 한명은 영국에 살고 다른 한명은 호주에 떨어져 사는데 호주에 사는 쌍둥이가 부주의로 뜨거운 물에 왼팔에 화상을 입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영국에 있는 쌍둥이의 멀쩡한 왼팔에 물집이 생겼다. 호주에서 화상을 입은 부위와 영국에서 생긴 물집의 부위는 정확하게 일치했다.
화상에 물집이 생기는 현상은 의학적으로 대뇌에서 상해부위에 더 이상의 손상을 막기 위해 응급으로 물을 보내라는 지시를 면역기관에 내려지는 조치에 의해 발생한다. 그렇다면 영국에 있는 쌍둥이대뇌는 응급하다는 지시를 호주쌍둥이에게서 받았다는 추리이다. 이렇게 심증은 가도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는 현대과학도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이런 경우 과학은 일단의 귀납법(歸納法)을 사용해 결론을 내리고 후세의 과학자들이 더 발달된 과학기술로 증명할 수 있도록 숙제를 남긴다.
현재 과학이 추측할 수 있는 점이란 일란성이 지니고 있는 특성과 뇌파의 통신 가능성이다. 태아는 한 개의 난자와 한 개의 정자가 결합해 수정난이 되면서 태동되는데 수정난 속에서 이미 결합된 유전자가 자기복사를 하여 수정난이 두개로 나누어져 태아가 둘로 되는 경우가 바로 일란성쌍둥이다. 이런 경우는 유전자가 1대1로 복사됐기 때문에 DNA가 같아 태어나도 외모와 성격이 비슷할 뿐 아니라 내부 신체기관과 뇌구조도 똑같다. 단지 태어나서 인식과 경험을 달리해 서로 다른 인격을 갖게 된다.
그렇다하더라도 문제는 뇌파를 발신하고 수신한다는 뇌구조가 같다는 사실이다. 이는 마치 동일한 시설의 두 방송국이 동일한 출력으로 송수신하는 경우와 같다 하겠다. 따라서 호주에 있는 쌍둥이가 화상을 입었을 때 화상 부위에 있는 신경계는 급하게 뇌에 전달하게 되는데 이때 메시지 뇌파수가 같은 영국에 있는 쌍둥이에게도 전송됐고 이를 수신한 두뇌는 반사적으로 그 부위에 물을 방출하도록 지시했을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또 하나 일반인이 믿기 어려운 사실은 인간 두뇌에서 발신하는 뇌파가 어떻게 그리 멀리 가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으나 이는 이미 물리학에서 밝혀진 사항으로 원자는 우주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졌으며 원자가 발송하는 파장은 매초 30만km로 우주공간으로 무한히 질주한다. 우리 두뇌도 수소원자가 파장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뇌파거리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비록 혼자 사색으로 만들어지는 뇌파일지라도 원자가 만든 파장이라 우주공간으로 전파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면 이러한 귀납법이 언제 증명될까?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뇌세포가 발신하는 파장은 하나하나가 언어이고 이 순간 본 수필을 이해하려고 서로 교신되는 파장은 수십억 개에 이르고 있다. 즉 수십억의 교신된 언어들이 합의점에 이르러야 비로소 본 수필을 이해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제서 과학은 어떤 종류의 생각은 두뇌 어느 부분에서 뇌파가 발생한다는 정도 알고 있을 뿐이다. 이 정도의 기술이면 뇌 어느 부분이 비정상인지 진단이 나오지만 그 정도의 기술수준으로 텔레파시의 원인을 찾기는 아직도 요원하다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는 일란성쌍둥이가 텔레파시를 규명하는데 큰 공헌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