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gunsoo.gif


우연히 굴러들어온 무선통신기 하나. 여자는 이 기계를 통해 우연히 같은 학교에 다니는 남자를 만난다. 미지의 공간에서 미지의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는 영화 ‘동감’의 줄거리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화상전화도 일상이 돼버린 시대에 영화 같은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는 곳이 있다. 아마추어무선(Ham)동호회가 바로 그곳이다.

아마추어무선이란 개인 무선통신기기를 설치, 전파를 이용해 교신하는 것으로 아마추어라디오 또는 햄라디오(Ham Radio)로도 불린다. 무선통신기를 통해 교신하는 사람을 ‘햄(Ham)’이라고 부르며 전 세계적으로 네트워크가 구축돼있다. 캐나다 한인아마추어무선통신클럽은 1989년 11월25일 이하용씨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아마추어무선통신은 한국에서부터 즐겼어요. 이민 온 뒤에도 계속 하고 싶어 찾아봤는데 아무리 둘러봐도 주변에 저밖에 없는 거예요. 저와 비슷한 분들이 분명 있지 않을까 싶어 광고를 내 적극적으로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죠.”

90대 노인부터 7~8세 꼬마들까지 남녀노소, 직업을 불문한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아마추어무선통신 세계에는 세대와 국경, 신분의 높낮이가 없다. 유명인들로는 영화배우 말론 브랜도, 원로가수 클리프 리처드, 이미 세상을 떠난 요르단의 후세인 국왕 등이 대표적이다.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태국 푸미볼 국왕은 지금도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씨는 “후세인 요르단 국왕과 교신한 적도 있다. 긴 이야기를 나누진 못했지만 무척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한다.

무선통신 세계에선 다양한 피부색만큼이나 다양한 일들이 일어난다. “60년대 말쯤이었어요. 한국에 희귀 피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가 있었는데 국내에는 약이 없었죠. 약을 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이 러시아(당시 소련)였는데 수교가 맺어지지 않아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얻을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땐 러시아와는 무선통신도 금지였기 때문에 유럽에 있는 햄들을 통해 러시아 의사였던 한 햄을 만나 겨우 약을 구할 수 있었죠. 하지만 여러 햄들의 노고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끝내 숨을 거뒀습니다.”

인터넷과 전화가 발달한 21세기에 ‘무선통신’이란 시대에 뒤떨어진 취미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강언수 동호회장은 이렇게 답한다.

“무선통신과 인터넷은 전혀 다릅니다. 무선통신 기술을 기초로 인터넷이 발달할 수 있었고, 또 반대로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무선기술도 발달할 수 있었습니다. 천재지변이나 전쟁 등으로 모든 통신수단이 끊겼을 때 무선통신은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죠.”

무선통신 설비를 운용하기 위해선 거주국가에서 시행하는 면허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캐나다는 통신 및 전파관리 주무부서인 연방산업부가 면허시험을 주관한다. 시험은 기초 무선공학과 전파법규 운용방법 등에 대해 4지선다형으로 출제된다. 기출문제들은 인터넷에 다 나와 있어 시험 전에 몇 번만 읽어보면 초등학생도 쉽게 합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동호회 창설자인 이하용씨가 산업부 시험대행관이어서 클럽 모임장소에서 시험을 보고 바로 합격여부를 알 수도 있다.

ham_toronto.gif
 아마추어 무선통신 동호회 회원들.

무선통신을 즐기기 위해선 장비도 매우 중요하다. 장비는 수십 달러에서 몇 천 달러까지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햄을 위한 벼룩시장이 마캄이나 미시사가 등에서 열리는데 잘만 이용하면 좋은 성능의 중고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다른 햄들을 만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오는 14일(토)에는 햄을 위한 벼룩시장이 밀튼에서 열린다. 동호회원 김학수씨는 “햄페어(Ham Fair)에선 QSL카드(아마추어무선통신 명함)를 교환할 수도 있고 전 세계의 다양한 햄들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은 “아마추어무선통신의 매력을 널리 알려 젊은 세대들도 많이 참여할 수 있게게 하는 것이 동호회의 목표”라고 밝혔다. 동호회는 매달 첫째 일요일 오후 5시30분에 갤러리아수퍼마켓 쏜힐점 내 문화센터에서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동호회 제보: yumi@koreatimes.net


최유미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