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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대(UT) 의과대학에 한인교수 부부가 근무한다. 김태경(43) 교수와 장현정(42) 교수. 부부는 토론토제너럴병원 방사선과에서도 함께 일한다.

부인 장 교수는 "여 의사는 남자 의사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부부는 흔한 편“이라고 말한다. 남편 김 교수가 거든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시간이 없어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요. 특히 남자들 가운데는, 생활이 바쁜 의사 부인을 견뎌줄 만한 사람이 드물죠.“ 그래서 장 교수의 의과대학 동기생 가운데 의사가 남편인 경우가 70%에 달한다.

“같은 직장에서 일해서 좋은 점요? 차 한 대로 출근하니 휘발유가 절약돼 경제나 환경에도 도움이 되고요. 동료 의사로서 더 큰 장점은 서로 연구의 동반자가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은 아니지만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이 발견되면 이메일을 통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문제점도 토론한다. 의견교환은 근무시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의사로 활동하면서도 연구할 시간이 따로 주어지는 것이 아닌 만큼, 아침 8시에 시작된 클리닉의 하루 일과가 오후 5시경 마무리되면 함께 연구시간을 갖는다. 그래서 귀가는 8시나 돼야 가능하다. 연구논문 마감일이 다가오면 집에서도 공동작업이 이어지는 수가 많다. 함께 노력한 덕분에 최근까지 공동논문도 30여 편 발표했다.

학회활동도 빼놓을 수 없는 공동일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연례학회를 비롯해 북미와 유럽에서 연 4회는 같이 참석한다. 학회 참석차 한국 방문 기회도 한 해에 한 번은 있다.

이들 부부는 서울대 의과대학 선후배 사이로 방사선과를 전공했다. 교내 오케스트라에서 김 교수는 비올라, 장 교수는 클라리넷과 피아노 연주자로 활동하며 자연스럽게 캠퍼스커플이 됐다.

90년대 초 졸업 후 남편은 울산대소속인 서울아산병원, 부인은 국립암센터가 각각 일터가 되면서 출근길이 달라졌다. 그러다 다시 한 곳으로 모인 것은 토론토 방문이 계기였다. 부부는 2003년 6월 대학보건네트워크(UHN)에 연수차 토론토를 찾았다. 토론토대 의과대학과 제휴한 UHN은 토론토제너럴, 프린세스마거릿, 토론토웨스턴 등 3개 교육병원과 연계된 의료센터. 3개월이 지나자 방사선과장이 일자리를 제안해왔다. 방사선 분야에서 한국이 캐나다보다 앞선 데다 김 교수의 뛰어난 연구업적으로 학문적 신뢰감이 싹텄던 터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이곳에 남기로 결정하고 한국의 직장에 사직서를 보냈다. 누구보다 아들(수영)·딸(채영)인 두 자녀가 좋아했다. 이제 8학년인 아들은 그때도 이곳 생활에 대만족이었다. 자유로운 학교 분위기에 압박감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었기 때문.

의사로서 보람은 어떤 것일까? 진료에 조금만 신경을 써서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의학의 매력은 다른 일반 과학과는 달리, 환자에게 바로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장 교수가 덧붙인다. “환자가 밖에서 암이라는 말을 듣고 병원에 와서 특수 초음파 검사를 받고서 암이 아닌 것으로 판명나면 너무 기뻐합니다. 마치 의사가 질병을 제거해준 것처럼요. 이처럼 암도 조기발견하면 수술계획에도 큰 도움이 되죠.”

언어 등 어려움을 없을까. 전문분야 영어는 문제가 없다. 특히 의사는 환자보다 의료지식이 풍부한 까닭에 환자들은 자연스레 의사의 설명과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게다가 지금까지 ‘방사선학(Radiology)' 'AJR' 등 굵직한 국제 학술지에 100편 이상의 논문을 실어왔을 정도니 글로 표현하는 것도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일상에서 영영어문제에 부닥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장 교수가 털어놓는다.

병원에서는 주로 환자의 병적 조직의 일부를 적출해 육안이나 현미경 등으로 병리학적 조사를 하는 생체조직검사,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을 판독하는 업무를 한다. 여기는 한국보다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서 의사생활이 조금은 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한국보다 행정 절차가 복잡해 효율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전화를 바로 받지 않고 자동응답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도 신속성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에서 하듯이, 환자에게 조직검사도 더욱 많이 해주고 이미지만 보면서 직접 할 수 있는 간단한 치료도 많이 하고 싶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느려서 여의치 않은 수도 있어서 아쉽다.

병원생활은 그 자체가 교육과정이다. 학생들은 방사선과 레지던트 과정에 40여 명이 있다. 이 중 복부소화기 부분 전공자는 10여 명. 진료과정에서 학생들 60여 명과 접촉하며 지도한다.

특별히 방사선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변을 들었다. 김 교수는 “방사선은 급변하는 분야”라며 “그렇기 때문에 늘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 장점”이라는 공부벌레다운 답이 돌아온다. 어려운 만큼 끝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 논문 제출 마감일을 맞추려면 여유있게 쉴 틈이 없다.

방사선과는 급변하는 첨단분야인 만큼, 의과대학 내에서 인기가 높은 편이며 그만큼 어렵기도 하다. 토론토대 의대에서는 방사선과 레지던트과정에서 해마다 10명을 뽑는다. 그런데 지원자는 150명이나 된다. 우선은 성적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선별한다. 일단 성적이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성적을 또다시 고려하지는 않는다. 대신 논문, 봉사, 사회활동 등이 중요한 잣대가가 된다. 추천서도 관련 분야의 권위자가 써준 것은 영향력이 크다.

동료, 선후배와 어울리는 술 문화를 여기서는 찾을 수 없어 시간 절약에 다소 보탬이 된다. 바쁜 와중에서도 공동연구 동료끼리 초대 모임을 갖는 것이 한 가지 즐거움이다. 주말에는 평소 바쁜 부모를 가까이 하지 못하는 두 자녀와 보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한인사회 봉사도 빠질 수 없다. 지난 2008년에는 도산홀에서 한캐의사협회(KCMA)와 한국일보가 공동으로 개최한 무료 건강세미나에서 간암에 대해 강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인의 간암 위험인자는 주로 B형 간염과 간경변"이라며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위험군은 6∼12개월 간격으로 정기적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