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샵인샵은 가게 안에 또 다른 가게가 있다는 뜻.
미시사가 에린밀스/크레딧밸리에 있는 컨비니언스는 정말 그렇다. ‘유나이티드 푸드 마트’라는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애프릴 플라워스’라는 간판이 보인다.
공간만 공유했지 운영은 완전 별개다. 편의점 주인은 형성도(50)씨, 꽃집 주인은 김혜영(48)씨. 별개 비즈니스이니 계산대도 따로 있고 당연히 독립채산제다. 그럼 이 둘은 어떤 관계일까. 잉꼬부부다.
편의점 사장인 형성도씨에게 꽃집 매출을 물었다.
“제 가게가 아니라 잘은 모르지만 1년에 15만 달러 이상은 되지 않겠어요?”
편의점 매출은 연 50만 달러 이상. 형씨는 그러나 ‘꽃집 김 사장님’이 아마 자기보다 부자일 거라고 귀띔했다. 꽃집 김 사장 김혜영씨는 웃기만 한다. 이들은 이렇게 철저히 공유하면서 독립 존재다. 이른바 ‘함께 그리고 따로’다.
그럼 단순한 옆집 가게라고? 천만에. 옆에 붙어 있다는 것 하나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단점 약점은 서로 보완해주고, 강점을 더욱 강하게 하는 것이 시너지다. 이들 편의점과 꽃집은 다른 어떤 샵인샵보다 궁합이 잘 맞는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문 여는 꽃집 보신 적이 있나요? 선물 주고받는 시간은 일과 후 저녁때인데 그 시간에 문 여는 꽃집 별로 없어요.”
바로 이거였다. 전문샵들은 대부분 아침 9시에 문 열고 5시에 문 닫는다. 영업시간에서 전문샵은 도저히 편의점을 따라올 수 없다. 아침에 출근하며 꽃 주문을 해놓고 저녁 늦게 찾아가는 손님들에게 형씨 부부의 꽃집은 더없이 고마운 존재다.
형씨가 처음부터 전문 꽃집을 샵인샵 형태로 운영한 건 아니다. 1999년 7월 이민왔다. 캐나다 땅에 도착한 순간 굳게 마음먹었다. 절대 컨비니언스 주변엔 얼씬거리지 않는다는 것. 만 3년을 본인 표현대로 ‘놀고 먹었다’.
3년 놀고 나니 마음은 불안해지고 더 이상 까먹을 돈도 없었다. 남들이 가장 많이 하는 편의점이 만만해 보였다. 주변 지인들이 말렸지만 2002년 6월 에린밀스 파크웨이 선상 크레딧병원 앞 가게는 비교적 넓은 가게를 사고 말았다.
2,400평방피트. 당초 가게를 둘로 잘라 하나는 재임대를 줄 작정이었는데 랜드로드가 반대해 그만 통째로 다 쓸 수밖에 없었다.
편의점 운영하며 남들 다하듯 도매시장에서 꽃을 사다가 마진 붙여서 팔았다. 이익이야 좋은 편이었지만 버려지는 꽃들이 적지 않았다. 늘 아까웠다.
부인 김혜영씨가 어느 날 취미 삼아 꽃에 디자인 손질을 해봤다. 어느 손님이 아주 좋다고 칭찬하며 사갔다. 다음날 좀 더 과감하게 변화를 줬다. 금세 팔려 나갔다. 꽃에 조금만 손대면 훨씬 비싸게 팔 수 있다는 사실에 고무됐다.
“제대로 된 화원을 해보자.”
더욱이 부인 김혜영씨가 누구인가. 한국에서 의상디자이너로 미적 감각에선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터였다.
새로운 시도를 하려 할 때 가장 큰 적은 두려움이었다. 형씨는 “가게를 운영하며 타성에 한 번 젖으니 모든 변화가 다 싫었습니다. 뭐 지금도 먹고 살만한데 굳이...”라고 그때 심경을 전했다.
그 타성과 두려움을 꺾는 데 여간 힘이 들지 않았다. 2004년 부인은 꽃꽂이학원에 다니고 남편은 전문 꽃집 시설을 갖추기 시작했다. 역할분담. 화원이 완공되면 부인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편의점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남편이 운영하기로 했다.
이렇게 시작한 김혜영씨네 꽃집 애프릴 플라워스 투자내역은 이렇다. ◆면적: 400평방피트(남편 편의점으로부터 임대). ◆꽃전용 워킹쿨러: 1만 달러 ◆싱크대·테테이블·현금출납기 등 1만5천 달러. 투자비 합계 2만5천 달러.
전문시설 갖춰 놓고 타고난 디자인 감각에다 학원에서 공부까지 했으니 꽃이 안 팔리는 게 이상한 일. 손님들이 들어와서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아니 어떻게 편의점에 이렇게 좋은 꽃들이 있을 수 있나? 그런데 값이 왜 이렇게 싼 거야?
김씨는 말한다. “꽃 옆에 바짝 달라붙어서 온갖 정성을 다 쏟는데 꽃이 싱싱하지 않고 배길 수 있겠어요?”
단순히 꽃을 파는 것은 구식이다. 김씨 손은 마이더스의 손. 꽃에 조금만 변화를 주면 부가가치가 훨씬 높아진다. 결혼식 부케, 장례식장 조화, 파티용 꽃장식 등등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영역을 넓혀나갔다. 전문화원 못지않은 시설과 품질에 값은 훨씬 싸니 단골이 늘어나지 않을 수 없는 일. 멀리 해밀턴에서도 꼭 여기까지 와서 꽃을 사가기도 한다.
김혜영씨는 아침 10시에서 저녁 6시까지 꽃집에만 전념한다. 남편 형성도씨는 헬퍼를 두고 편의점을 운영한다. 손님이 주문한 꽃을 만들어 편의점에 맡겨 두고 부인이 퇴근하면 남편이 전달해준다. 꽃집 운영의 아킬레스건인 재고관리에도 이젠 이력이 붙었다. 1주일 지나도 단 한 송이, 한 포기도 버리지 않을 만큼 정교해졌다.
부부는 꽃집을 좀 더 확장하고 싶다. 다른 곳에도 내고 싶다. 그러나 사람 관리가 쉽지 않아 엄두를 못 낸다. 꽃은 살아있는 물건이라 정성을 먹고 산다.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그걸 기대하는 건 무리.
자, 이쯤에서 편의점과 꽃집 수입내역을 뜯어보자. 앞에서 말했듯 꽃집 매출은 주 3천 달러 이상, 편의점은 물론 매출에서 훨씬 앞선다. 적어도 주 1만5천 달러는 된다. 하지만 이익률에선 비교가 되지 않는다. 꽃 60%, 편의점 20%.
게다가 요즘 편의점은 꽃집 덕을 톡톡히 본다. 카드·인형·초콜릿 등 선물용 상품 매출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 형씨는 정확히 구분해서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꽃집으로 인한 매출 증가분이 적어도 주 3천 달러 이상은 되는 것으로 추산한다.
형성도씨의 부인 자랑. “다들 저보고 장가 잘 갔다고 부러워해요. 맞아요. 전적으로 ‘우리 사장님’ 덕분이지요.”

(조영권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