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아득히 바라던 것이 있었다. 전화기, 바로 들고 다니는 전화기 말이다. 꿈으로만 여기며 언제 그런 것이 나올까 반신반의하며 상상을 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것이 현실이 된 것은 물론이려니와 진보에 진보를 거듭해서 스마트폰으로까지 나오게 되었으니 전화기의 발전상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못해 찬란할 지경이다.

스마트폰이 나오기 이전까지만 해도 휴대전화기를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사용하는 것을 은근히 가십거리로 생각하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마다 휴대폰이 없으면 기본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인식이 되어 있으니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많이 변화해 가고 있다.

실제로 휴대폰이 손에 없으면 살짝 공황상태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길을 가든지 아니면 전철이나 버스를 타든지 어디서나 마치 휴대폰과의 전쟁이 선포된 듯 모두가 휴대폰을 들고 씨름한다. 저마다 기계 하나씩 귀에다 대고 열심히 얘기를 하고 있다.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저 혼자서 뭔가를 얘기하고 있는 형상이다. 어디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보면 혹시라도 기이하게 여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에 커피숍에 남자 손님 한 사람이 들어와 앉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눈치였다.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는 듯 가끔씩 손목시계를 살펴보곤 하는 것이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한 사람이 들어와서 그와 마주 앉더니 잠시 후에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이었다. 어디론가 전화를 걸더니 아주 재미있게 통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했더니 앞에 앉아 있던 친구 역시 전화기를 꺼내 통화하기를 시작하는데 그 그림이 참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했다.

...두 사람이 오랜만에 차 한 잔 마시면서 정담을 나누기 위해 밖에서 만남을 가졌다. 서로 얼굴 마주보며 이런저런 얘기 하는 대신 각자의 휴대폰으로 자신들의 볼일을 보았다. 그리고 각자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마친 후엔 이제 용무가 끝났으므로 일어나서 서로 헤어짐의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대략 이런 상황이었다, 그들의 만남이. 두 사람은 왜 만났을까. 만일 휴대폰 시대가 아니었다면 만나는 순간부터 사사로운 얘기가 오가면서 참 정겨운 모습을 보였을 텐데 하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참 특이한 것은 두 사람 모두 그러한 것에 대해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약간의 서먹함과 이상함을 느낀 내가 어쩔 수 없는 아날로그 세대를 면치 못하기 때문일까. 어딘가 가슴이 퀭하니 뚫리는 기분이었다. 기계에 이끌려 무심코 살아가는 우리들 모습 중의 한 부분을 면밀히 보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랴. 그렇게 변화하며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삶인 것을. 그리고 나만의 작은 바람을 가져 보았다. 조금 불편해도 아날로그적인 생각과 방법으로 삶을 꾸려갈 줄 아는 부지런함과 배려를 조금만 배울 수 있기를, 그리고 간직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