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KORI)를 읽고 한국계 미국작가에 관한 글을 쓰면서 우리(WURI)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떠나와 사는 우리들은 고리로 연결되어 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들 작가와 작품이 우리로 연결되어져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몸속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듯…. 

 이창래, 수잔 최, 노라 옥자 켈러, 이들은 나이와 학력도 비슷하고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시기도 비슷하다. 동창생도 있고, 고향이 같은(서울이 고향이라면 좀 이상하게 들리지만) 사람도 있다. 동 시대의 작가로 한 배를 타고 가는, 아니 같은 바다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나의 관심사는 이민생활을 하면서 쓴 작품 속에, 그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하는 점이다. 우리가 지금 살면서 부닥치는 질문들을 그들은 먼저 던졌기 때문이다. 사실 그들도 아직 대답을 얻지 못하고 계속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네이티브 스피커’가 관심을 끈 것은 이민생활 속,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관계에서 갈등과 화합이 잘 표현돼 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종군위안부’도 마찬가지다. 이민 1세와 2세의 다른 사고방식, 한국문화와 미국문화의 차이점이 잘 그려져 있다. 한 예로 헨리 박이 고등학교 다닐 때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피우고 집에 왔는데, 아버지가 그의 빨간 눈을 보고 말한다. “Your eyes are led." 이 말을 듣고 방에 들어온 헨리는 한참 웃다가 결국 울고 만다. 왜 울었을까? 아직도 ‘l'과 ’r', ‘b'와 ’v', ‘f'와 'p'의 발음을 구별 못하는 나를 여기서 태어난 나의 아들은 이런 경우에 부닥쳤을 때 어떻게 생각할까? 

 소설의 구조는 한국계 미국인 헨리와 백인 아내와의 불화로 시작하여 화합으로 끝나는 희망적인 것이 인상적이다. 그들이 각 나라에서 온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장면으로 끝이 난다. 나는 소설을 읽으며 ‘Native Speaker'가 원어민, 영어가 ’mother tongue‘인 사람으로 알았다. 그 뜻보다 자기 나라말을 하는 모든 사람을 말하고 있었다. 아이들이 함께 새로운 언어(영어)를 배우는 모습이 아름답다. 밝은 햇살이 아이들의 얼굴 위에 빛나는 것처럼. 아내가 아이들의 이국적인 이름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소설의 끝에 헨리 박은 말한다. “and I hear her speaking a dozen lovely native languages, calling all the difficult names of who we are." 

 이창래가 보여준 종군위안부와 노라 옥자의 종군위안부에는 차이가 있다. 이창래가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체험하는 사실적 묘사라면, 노라 옥자는 가슴에 한으로 간직한 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풀어낸다. 노라 옥자의 이야기가 더 가슴에 와 닿는 것은 한이 맺힌 피울음이 노랫가락으로 울리기 때문일까? 죽은 어머니 앞에서 그릇에 담긴 물 위에 무궁화 꽃을 띄우며 딸은 노래 부른다. “푸르른 물, 강물도 못 믿으리오다... 뭇사람의 슬픔도 흘러 흘러서 가노라.”
 딸은 뜻도 모르고 듣기 싫어했던 어머니가 부르던 노래였다.  

 외국인 학생의 척(창)은 도망 다니는 사람이다. 소설의 첫 부분에 그가 군인들에게 검문을 받는 것은 상징적이다. 그는 군인들이 요구하는 신분증명서가 없다. 그는 무엇으로 자신을 증명하며 그리고 그는 누구인가? 그가 미국으로 가는 것도 결국 도망을 치는 것이 아닐까? 창은 미국에서도 자신이 누구인가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정체성(Identity)의 문제는, 특히 떠나온 사람들이 꾸준히 던져야 하는 질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들 작가의 작품에서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타의에 의해서 바뀐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나와 남이 생각하는 나는 다르니까. ‘종군위안부’에서 소설의 끝에 어머니와 딸이 ‘순효’와 ‘백합’이라는 한국이름을 되찾는 것도 상징적이다. 특히 종군위안부(아끼꼬)였던 어머니는, 나는 아끼꼬가 아니라 순효라고 외치는 것 같다.    

 이창래의 ‘Native Speaker’의 시작과 끝은 의미가 있다. ”The day my wife left she gave me a list of who I was."로 시작해,"…calling all the difficult names of who we are."로 끝난다.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해 우리는 누구인가로 끝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