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은 시간, 문밖에 어린 고양이 한 마리가 버티고 앉아서 끔쩍도 않는다. 문을 열고 나가면 슬며시 일어서서 물러선 다음 사람 얼굴이나 올려다본다. 왜, 그래? 갈 곳이 없나, 길을 잃었나? 보물을 훔치듯 안고 들어와서 거실 바닥에 내려놓는다. 놈이 실내를 휘젓고 다닌다. 갈색 몸통, 배와 다리는 하얀 털, 누구네 고양일까? 버림을 받았나? 다이어트를 시켰는지 가볍고 야위었다. 생선 캔을 터서 저녁을 준다. 먹는 시간에 비해서 아주 적은 양만 비우고 앞발로 입을 훔친다.

곁을 떠나지 않고 덤벙대는 놈 때문에 사람 움직이는 것부터 신경이 쓰인다. 네가 나를 언제 보았다고? 인연! 그럴지도 모르지. 옷깃만 스쳐도 엄청난 인연이 쌓여야 가능하다는데, 벌써 너를 안아보았으며, 음식을 나누어 먹지 않았느냐. 그러므로.... 그러나 그것은 네가 사람일 때나 가능한 말이다. 불가에서는 동물의 영혼을 부정한다니까, 수억 겹 담금질을 하고 난 뒤에나 서로 부딪쳐서 가능하게 될 인연은, 너와 나 사이에 없는 것이 된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는다. 무슨 근거로 그렇다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계통의 나무(系統樹) 윗가지에 내가, 아랫가지에 네가 존재한다면 윗가지가 지닌 영혼을 아랫가지가 지니지 못한다는 말은, 사람도 영혼이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쨌든 생명의 발생과 진화를 믿는다면 사람과 고양이 사이에 쌓인 수억 겹 인연도 가볍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놈이 좁은 구석을 찾고 다닌다. 잠자리를 찾는가? 피곤할지도 모른다. 침실 한 쪽에 잠자리를 만들어 주고, 옷을 바꿔 입고 놈을 돌아본다. 타월을 덮고 모로 누워 있는 꼴이 깜찍하다.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배설하는 경우 어째야 하는가?

이른 새벽, 불을 켜고 고양이를 살핀다. 아이처럼 누워서 자고 있다. 불빛에 눈을 뜨고 일어난 놈이 침실을 뛰어다닌다. 안아서 자리에 눕히고 불을 끈다. 놈이 가만있지 못한다. 어둠 속에서 뛰어다니다가 침대로 올라온다. 또 불을 켠다. 다시 자리에 눕히자마자 발딱 일어나는 놈을 향해서 눈을 홉떠 보이고 딱 한 번 때리는 시늉을, 제스처를 해 보인 것뿐인데 효과가 있다. 머리를 바닥에 붙이고 납작 엎드려서 눈을 감는다. 거, 신통하네. 말하기도 전에 내 말을 알아듣나? 사람과 사람 사이가 저런 식이라면 어떻게 될까. 말이나 글이 필요 없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뜻과 마음만 있고 언어가 없는 세상? 오해는 존재조차 없고. 다툼이나 전쟁은 있을 수 없고, 성자는 있어도 사찰이나 승려는 필요 없는.... 그런 세상이 가능할까? 망상이다. 그러나 고양이를 보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전화는 필요 없고, TV도 없고, 조용해서 좋을 것 같다. 고양이가 눈을 반만 뜨고 올려다본다. 나의 동정을 살피는 것, 애교인지 영악함인지 헷갈린다.

Go Home! 도로가에 고양이를 놓아주고 안으로 들어와서 살핀다. 우리 집으로 돌아올까, 아니다. 오른쪽 인도를 따라 간다. 옆집을 지나서 몇 걸음 더 간다. 앞쪽에서 차가 온다. 휙 돌아선 놈이 우리 집 쪽으로 뛴다. 차가 지나가자 잠깐 서 있던 놈이 오른쪽으로 향한다. 같은 방향에서 또 차가 온다. 놈이 놀라서 다시 뛰어온다.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 게 신통하다. 놈은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그러므로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 몸속 어디쯤, 어떤 식으로 영혼이 숨겨있는지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