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맑아 마음까지 시려오는
‘황우지 해변’에 가거든
한나절 푹 쉬면서 오래오래
물바라기나 하며
머물다가 오게나.
어뢰정을 숨겨놓았던
일본의 야욕이
바다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해금강 고운 물빛보다
더 맑고 영롱한
바다
빛의 조화에 숨이 다 막히네.
햇빛의 강도와
햇빛의 반사와 굴절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달라지는 물빛의 얼굴.
그 질감의 묘한 변화가
내 마음의 눈을 저리게 하네.
누가
감히,
신비의 이 물에 손을 함부로 담구고
얼굴을 씻을 수가 있겠는가.
한나절을 말없이 물만 내려다보고
있다가
마음의 문 하나 열어둔 채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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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제주도의 속살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올레길’ 중에서도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꼽히는 제7코스는 ‘대장금’ 촬영지로도
유명한 ‘외돌개’에서 시작된다.
외돌개를 출발하여 돔베낭길, 속골, 법환포구, 두머리물, 강정포구, 월평포구로 이어지는 이
16.4km 구간은 너무 경관이 아름다워 내국인들은 물론이고, 국제회의 참석차 이곳에 왔다가 들리는 많은 외국 분들까지 경탄을 아끼지 않는
절경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바다를 조망하면서 걷게 되어 있지만 때로는 석회암들이 오랜 세월동안 풍화작용으로 진귀하게 변하여 있는
바위벼랑을 올려다보면서 어지럽게 무너져 내린 해변 바윗길을 조심스럽게 오래 걸어야 하는 곳도 있다. 특히 외돌개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해변 언덕
위에서 바라다보는 바다 물빛과 섬들, 그리고 솔숲의 어울림은 정녕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곳만의 비경이다.
아침 7시에 서귀포를
출발하여 천지연폭포를 돌아 나와 서귀포항 북쪽 언덕길을 따라 얼마간 올라가면 외돌개로 가는 산책길을 만난다. 제7코스 시작을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잠시 더 내려가면 이곳에서 촬영한 ‘대장금’을 기념하기위해 새워둔 탤런트 이영애의 대문짝만한 사진을 만나게 되고, 여기서 또 100m 쯤
더 내려가면 무장공비 전적 비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발을 멈추고 조심스럽게 잘 살펴보면 해안으로 내려가는 작은 계단을 발견하게 된다. 여기가
많은 올레꾼들이 잠시 부주의 하는 관계로 지나치는 아주 귀중한 구간이다.
계단 급경사를 따라 조심스럽게 내려가면 금강산 해금강에
견줄 만큼 맑고 아름다운 바닷물 빛과 역사의 아픔을 함께 간직한 ‘황우지 해변’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항상 보고 지내는 것들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정확히 볼 수가 없고, 바로 앞에 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깊이 느끼지 못하면 그 또한 안타까운 일이 아니겠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 올레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7코스를 걸었다고 자랑하지만 안타깝게도 진짜배기 황우지 해변의 비경인 신비로운 이곳의 물빛을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는 듯하다.
누가 뭐니 뭐니 해도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황우지 해변의 자연석 바위 돌다리 아래로 흐르는
신비의 물빛을 마음의 눈으로 보고 깊이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햇살의 굴절과 반사로 생긴 신비로운 자연현상을 마음의 눈을 지그시 내려
감고 바라보는 이 황홀함을 그 누가 알랴. 머리 위 바위틈 사이에서 피어난 물 양귀비꽃 한 그루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