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 한 아름 안고

먼 길을 떠나면,

내 마음 어찌 알아 차렸는지

처음 대면하는 여행지는

반가운 새 얼굴로 나를 반긴다.



조금은 긴장하고

조금은 흥분된 마음으로

사방을 자세히 둘러보면,

금방 친숙해질 것 같은

친구 같은 얼굴을 하고

속살까지 내보이며 나를 반긴다.



이 지구 위에 마지막 남은

청정 무공해의 낙원 뉴질랜드가

타고난 그대로의 몸빛인

초원의 알몸을 하고

먼 길 찾아온 나그네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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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한국에 나가는 길이라, 이곳 토론토에서보다는 거리관계상 용이한 아프리카 여행이나 한 번 다녀 올 생각으로 황달병 예방접종을 하고 말라리아 약까지 준비하여 떠났지만 결과는 헛일이 되고 말았다. 여행할 아프리카 현지가 우기에 접어드는 시기라 여행 희망자의 숫자가 줄어 최소한의 성원마저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부득이 차선의 희망지였던 뉴질랜드와 호주로 방향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곳 역시 평소에 그리워하던 곳들이고, 그래서 언젠가는 한 번 꼭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있었던 곳이라 기쁜 마음으로 한 아름 부푼 기대를 안고 길을 떠난다.

이 지상에 마지막 남은 ‘최후의 낙원’이라 불리는 뉴질랜드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서울에서 목적지인 오클랜드까지 무려 11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통 눈을 붙일 수가 없었다. 내가 사는 토론토에서 이곳으로 가자면 보통 LA를 거쳐 가게 되는데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먼 거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위안을 삼았다.

지상에서 해가 제일 먼저 뜨고, 나이가 가장 어려 유년기에 해당하는 섬인 뉴질랜드는 사계절이 푸른 청정 무공해 국가답게 눈에 들어오는 온 시야가 온통 초원의 얼굴을 하고 나를 온몸으로 반겼다.

뉴질랜드(New Zealand)라는 국가이름이 원주민인 마오리어로 ‘하얗고 긴 구름의 나라’라는 뜻을 지녔다니 호주와 태즈먼 해를 사이에 두고 남극을 향해 비스듬히 빗겨 앉아 떠있는 이 섬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쉽게 짐작될 것 같다.

한반도 크기의 1.3배에 해당하는 27만 평방km의 면적 안에 불과 450만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비해 이 나라 경제력의 원천인 가축(양, 젓소, 육우, 사슴 등) 숫자는 전체인구의 10배를 훨씬 넘는다고 하니, 새삼 세계 제일의 목축의 나라에 왔음이 실감났다. 이 섬은 화산의 폭발로 처음 만들어진 8천5백만 년 전의 백악기 때부터 다른 대륙들과 격리되어 온 섬나라인 관계로 새들의 종류는 수도 없이 많았으나 가축이나 파충류는 처음부터 없었던 나라였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이 섬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필요에 의하여 데리고 들려온 몇 가지 가축들이 밑거름이 되어 오늘날 뉴질랜드를 세계적인 낙농국가로 성장하게 만든 기틀이 된 셈이지만, 그때 함께 데리고 들어온 개와 고양이 때문에 예상치 않은 생태계의 대혼란을 초래하고 있어 골머리를 앓는 실정이라고 했다.

뉴질랜드의 국조(國鳥)인 키위(Kiwi)라는 날지 못하는 특별한 새가 이들의 가장 큰 피해자인 셈인데, 급기야 뉴질랜드 정부는 키위새 보호를 위하여 농림부 산하에 보호대책본부(Kiwi Recovery Project)를 세워 국가적인 시책으로 강력한 보호를 강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옛날 이곳 뉴질랜드에는 키위 새를 공격할만한 어떤 종류의 맹수나 파충류 등 위협적인 동물이 없었던 관계로 이 새는 뉴질랜드 어디에서나 서식했고 날아야 할 필요가 없었으므로 오랜 세월동안 날개가 완전히 퇴화된 새로서 잘 살고 있었는데, 지금은 개와 고양이의 등살에 빠르게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고 했다.

뉴질랜드 검역당국은 외국에에서 입국하는 사람과 화물에 대한 검역이 대단히 철저하다. 공항에 상주해 근무하는 농림부 직원들의 번쩍이는 눈빛에서 그들의 생태계 보존을 위한 노력이 얼마나 필사적인가를 능히 짐작할 것 같았다. 어떤 공장도 짓지 않고, 오직 생활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자연과 더불어 해결해나가는, 세계적인 복지국가임을 직접 가보고서야 알 것 같았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책임진다는 뉴질랜드는 조금은 촌스럽게 느껴졌으나 진정으로 자연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낙원이 이곳임을 보고서야 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