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좋으면
모든 것들이 다
숨을 죽이고 정지된 상태가 되는가.
어둠이 채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새벽 산책길.
우연히
길섶에서 발견된 놀라운 관경에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또 다시 돌아와 자세히 들여다본다.
항시 엎고 다니던
껍데기 집까지 벗어 던진
연분홍빛 나체 달팽이 한 마리가
빨갛게 잘 익은
산딸기 열매 위에 올라 앉아
죽은 듯이 취해 있다.
빨아 먹는 자와
빨아 먹힘을 당하는 자가
서로에게 골몰함으로 정지된 시간.
나뭇잎 사이를
금방 빠져나온 아침 햇살도
못 본 척
고개 돌리고.
정적(靜寂)으로 황홀해진 시간도
들킬세라. 숨을 죽이고 있다.
어딘가에 몰입해 있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아름답고 경건하다.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는 ‘몰입(flow)’이 화두가 되어 모든 이들의 관심사가 된 지가 오래다.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몰입하는 순간 자신의 삶이 변화된다. 몰입은 곧 행복이다”라고 강조한 미국 교육심리학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의 저서 ‘즐거운 몰입’이 출간되어 많은 독자들의 호응을 얻고 부터이다.
‘인간은 언제 가장 행복할까?’ 라는 질문에 평생을 바쳐 찾아낸 답이 바로 플로우(flow)임을 확신하는 그는 현재 클레어몬트대학 교수로서 ‘삶의 질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그의 주장은 명쾌하다.
“몰입은 먼저 자신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계기가 되며 어딘가에 몰입한 사람은 하나같이 행복하다”고 그는 주장한다. ‘미치지 않고는 미치지 못한다(不狂不及)’는 옛말이 새삼 실감 나는 세상을 지금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요즘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일에서부터 나아가 갖가지 취미 생활에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흠뻑 빠져 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벗어나 신명나게 살아가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 어딘가에 미치도록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판단으로는 도저히 해낼 수 없는 불가능한 일들도, 그 일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매달려 전력 몰입하면 못 이뤄낼 일이 없고, 황홀한 몰입의 경지에 들면 누구나 그 분야에 천재가 되고, 자신 속에 잠재해 있는 능력 최고를 만나게 되어 마침내 행복을 느끼게 된다는 그의 이론이 실현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일찌감치 몰입이 소개된 미국에서는 지금 많은 기업들이 이미 앞 다투어 경영에 ‘몰입’을 도입하고 창의성, 생산성, 직원들의 행복감 등 많은 면에서 높은 성과를 얻고 있다고 전한다.
잘 살고 싶은가? 그렇다면 지금 하고 있는 그 일에 즐기는 마음으로 몰입하라! 만약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지만, 지금 당장 놓아버릴 처지가 아니라면 마인드를 바꾸어 즐기면서 일하는 몰입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운명적으로 벗어 던져버릴 수 없는 고통이라면, 그 고통을 끌어안고 즐기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