흘러가는 것이 어찌 강물뿐이랴.
주말 산행을 끝내고
강변에 내려가 앉아 손을 씻는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히면 돌아서 흘러가는
강물을 내려다보니,
수도 없이 부딪치며 살아온 한 생애가
피곤한 얼굴을 하고
노을 진 강물 위에 어른거린다.
아무 내색하지 않고
흘러가는 것이 어찌 강물뿐이랴.
사랑도 그렇게 흐르고,
미움도 그렇게 흐르고,
서러움도 그렇게 하나 되어 흘러가는
무심한 세월의 강가에 앉아
무심히 흔들리며 떠 있는
흰 달을 내려다보며 내일을 묻는다.
자연법(自然法·Natural Law)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상식의 모태다. ‘상식’은 난해한 수학문제 같이 누구는 풀고, 누구는 못 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에서 생각하면 누구나 다 쉽게 풀리게 마련인데, 실제 세상살이에서는 상식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강물이 흐르듯이 그렇게 살아가기란 정말 어려운 시대를 지금 우리들은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세상살이가 삭막해졌다는 증거일 것이다. 상식이란 우리 모두가 지니고 있는, 그리고 지녀야 할 지식, 이해력, 판단력을 뜻할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두가 이해하고, 이해해야 할 가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라틴어를 비롯한 유럽권 언어에서는 상식을 공감(共感·Commonsense)이라고 표현하지 않는가.
고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살아생전 강론이나 말씀에서 유독 ‘상식’을 강조하신 분이다. 참된 신앙인은 가장 ‘상식’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 그분의 믿음이요 가르침이셨다. 그리고 그 분께서는 자신의 말씀대로 너무나 평범한 상식적인 삶을 충실히 사셨기에 돌아가신 지금까지도 비범한 카리스마를 지니신 분으로 세상사람들의 추앙을 받아오신 것이 분명할 것이다.
살맛나는 세상이란, 특별히 색다른 별난 세상이 결코 아닐 것이다. 자연법에 따라 인간이면 누구나 꼭 지켜야 할 도리가 지켜지고,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한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누구나 열심히 그리고 정직하게 살면 잘 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보이는 그런 삶 말이다. 따라서 법과 원칙이 지켜지는 세상이기에 따로 요령이나 재주를 부릴 필요가 없는 삶이 바로 우리가 기대하는 상식이 통하는 삶이라는 소리다.
그런데 요즘 들려오는 모국의 소식들이 너무나 실망스러워 듣는 귀가 더러워질까봐 걱정스러울 때가 많다. 어느 것 하나 반듯하게 돌아가는 것이 없다. 부정과 부조리가 맞물려 돌아가다 보니, 정직하게 양심에 따라 살아가면 바보가 되고, 낙오자가 되고 마는 예측이 불가능한 세상이다 보니, 가난한 서민들이 도저히 꿈이나 희망을 키울 수 없는 삭막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분명 ‘상식적인 삶’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바른 길임에 틀림이 없는데, 한국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그러니 상식은 교육의 양이나 신앙의 깊이와 비례하는 것만은 분명 아닌가 보다.
최근 한국에 벌어지고 있는 온갖 비리들과 정치의 후진성을 보면, 많이 배우고 상식이 풍부한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탐욕에 눈이 어두워 서민들을 우롱하는 꼬락서니들. 정말 용서받지 못할 추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지켜야 할 상식이 강물처럼 흐르는 세상에 한 번 가 살아보고 싶다. 각자에게 주어진 일에 반듯한 마음으로 충실할 때, 가장 ‘상식’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된다는 의미다. 내가 속한 삶의 텃밭, 내가 사는 시대의 고민, 내가 처한 역사의 과제, 내가 발을 딛고 사는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스스로가 나서 십자가처럼 짊어져야 한다는 믿음으로 살아갈 때, 그 삶은 자연 ‘상식’에 가까운 삶이 될 것이다.
온 세상에 상식이 강물처럼 흘러가는 그런 세상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