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옛 뜨락은

정갈한 어머님의 발소리로

새벽이 열려,



날마다 나눠주시던

감꽃 빛 배고프지 않는 사랑

세월이 흐를수록

바다로 밀려 와

뼛속으로 저며 드네.



명주실 한 여남은 꾸리나

풀어 넣어도 닿지 않을

깊은 사랑의 물길.



식지 않는 내 심장에 머물러

더불어 살며,

온 한 밤

지성으로 잠재워주시는 사랑.



항시, 눈부신 처녀로

목화이랑 물결 사이로

미소 지으며 다가오는 어머니.



부르기만 해도 절로 눈물이 나는 ‘어머니‘라는 이름은 위대하다.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고, 오로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참으로 위대하고 아름답다.

지난 12월24일 아침 8시10분, 95세를 일기로 어머니께서 별세하셨다. 어머님 방에서 주무시듯 고요히 모든 것 다 내려놓으시고 아주 편안한 얼굴로 눈을 감으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맑은 정신에 특별히 아픈 곳도 없었으니 천수를 다 누리신 호상이라 감사할 뿐이다.

진공상태와 같은 고요와 정적이 잠시 흐른 후, 조금 남아 있던 화롯불이 사그라지듯 그렇게 이 세상사 모든 것 다 내려놓으시고 아주 편안한 얼굴을 하시고 눈을 감으신 것이다. 기력이 점차 쇠진해지심을 보고, 내심 돌아가실 때까지 제발 특별한 고통을 느끼시지 않고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가시기만을 빌었는데, 막상 일을 당하고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나를 에워싸고 항시 보호해 주던 튼튼한 돌담이 와르르 무너져 내린 충격이 오래토록 내 가슴을 저미고 또 아프게 할 것 같다. 지금 쯤 어머님의 영혼은 천국 가는 길 어디쯤을 지나고 있을까!

위의 시는, 이민 초기에 고국에 남겨두고 온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시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이곳으로 이민을 왔는데, 새로 시작한 이민살이에 나는 유난히도 적응이 늦었다. 한 집안의 장남으로서 모시고 살던 어머니를 동생 집에 남겨두고 온 일이 못내 마음에 걸려 마음 아파할 때 쓴 ‘어머니를 그리워한 노래’다.

우리들은 누구나 매일매일 이별을 연습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 어떻게 이별하게 될지 모르면서 천년을 살 것 같은 착각으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우리들 인생이다. 또한 삶의 형태가 천태만상이듯 죽음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모두들 죽는다는 사실과 살아 있을 때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일이라는 가장 평범한 진리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영원한 이별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끝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음이 슬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