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거미 닮은 사랑은 위험하다.
작업을 걸려면,
퇴화된 눈 대신 감각에 의존하여
목숨을 담보로
암컷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거미의 사랑은 아찔하다.
상대편의 마음을 바로 읽고
때를 잘 맞추어
현란한 손가락놀림으로
기타를 치듯 거미줄을 튕기어
적시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
욕망을 앞세워
하루살이 나방이로 달려들면
십중팔구 암컷의 밥이 된다.
죽어서도 갇히고 싶은
끈적끈적한
그대 깊은 사랑의 감옥.
그 속에 투신하여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으면,
신호를 잘 보내야 한다.
본래가
사랑법은 타이밍 아닌가.
대부분의 거미는 어두운 곳에서 거미줄로 집을 만들고, 발달한 다리의 감각에 의존해서 오랜 세월 살아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필요했던 시력은 점차 퇴화되어 8개의 눈을 가졌다지만 실제로는 전혀 앞을 보지 못하는 당달봉사다.
그래서 눈먼 거미 닮은 사랑은 위험하다는 말이 나왔나보다. 산란기가 되면 눈먼 암컷들의 신경이 비수같이 날카로워지는 시기인 관계로, ‘눈먼 거미의 사랑’을 두고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사랑’이라고들 하기도 한다.
암컷 거미는 수컷보다 덩치가 10배 정도 클 뿐만 아니라, 번식을 앞둔 암컷은 매우하고 식욕이 왕성하기 때문에 욕망만 앞세워 수컷들이 잘못 집적거렸다가는 암컷의 밥이 되고 마는 처참한 경우를 당하기 십상이다,
수컷 거미가 모든 준비를 끝내고 짝짓기를 하고 싶다는 신호로 거미줄을 흔들지만, 신경이 날카로워진 암컷이 신호를 잘못 해석하면 먹이로 착각하여 수컷을 잡아먹어버리는 사고가 허다히 발생하기 때문에 욕망을 앞세워 함부로 덤벼들 일이 아니라 상대편의 마음을 잘 읽고 때를 잘 맞추어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거미의 교미는 전적으로 암컷의 마음이지만, 암컷이 처녀일 경우에는 잡아먹힐 확률이 다소 적다고 한다. 이때 처녀인가를 확인하는 방법은, 수컷이 암컷에게 다가가 몸을 치면서 발을 살짝 물어뜯어 맛을 보면 암컷이 처녀인지 아닌지를 알 수가 있다고 한다.
이토록 조심스러운 접근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하다가 운 좋게 얻어낸 거미의 사랑은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짧고 강렬한데, 그토록 짧은 시간 내에 교미가 이루어지는 까닭은 더 많은 종족의 번식을 위함이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찌 눈먼 거미의 사랑만 위험했겠는가. 혈기왕성하던 지난 젊은 날, 누구나 한 번쯤은 끈적끈적한 사랑의 감옥 안에 스스로 갇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다.
촘촘히 쳐 놓은 사랑의 그물 속으로 스스로 뛰어들어 뼛속까지 저민 사랑을 녹이고 싶었던 때가 있었을 것이고, 철들고 나이 들어 그 지독했던 ‘사랑의 늪’에 빠진 잊지 못할 기억 때문에 가끔은 혼자서 행복한 순간에 잠길 때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