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23일. 힘겨웠던 5일간의 잉카트레일 일정을 무사히 끝내고, 늦은 밤 쿠스코로 돌아온 우리 일행은 누적된 피로를 안은 채 이튿날 아침 잉카문명 이전의 고도(古都)인 푸노(Puno)로 향했다.

아침 7시20분 출발, 잉카 익스프레스 버스 편으로 쿠스코까지 오는 도중에 점심도 먹고 고대 잉카유적지 5곳을 둘러보면서 느긋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니 하루해가 저물어가고 있었다.

안데스산맥의 눈 덮인 연봉들을 양 옆으로 두고, 줄곧 4천m 안팎의 고원지대를 달리면서 내다보는 차창 풍경은 정말 특별했다. 이 높은 지대에도 강이 흐르고, 저렇게 넓은 평원이 펼쳐져 있다니! 그리고 저 강렬한 태양 볕을 견디면서 라마, 알파카, 소, 양 등을 수백 마리씩 대량으로 방축(放畜)하는 목동들의 모습을 만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푸노는 고도가 높은 도시(해발 3,830m)라 그런지 밤낮의 온도 차이가 심하고, 호텔 내에서 몇 층을 걸어 올라가는데도 산소 결핍으로 호흡 곤란을 느낄 때가 많았다.

이튿날 아침, 우리 일행은 여객선이 다니는 자연호수로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기로 유명한 티티카카호수에 떠 있는 우로스(Uros)섬과 따르끼레(Taquile)섬 관광길에 올랐다.

호수의 수면이 해발 3,812m로 페루와 볼리비아 양국에 걸쳐 안데스산맥의 고원지대에 형성된 이 호수는 그 옛날 잉카제국의 첫 번째 황제인 망코 코파쿠가 자기 아내와 함께 이 호수에 나타났다가 ‘태양의 섬‘으로 들어갔다는 전설이 서려있는 섬이다.

KBS TV에서도 특집으로 방영된 적이 있는, 갈대 인조 섬 ‘우로스’는 푸노 부두에서 40분쯤 배로 달려가면 만날 수 있는 데, 스페인군에 쫓겨 온 우르스족이 갈대로 인조 섬을 만들어 숨어 지낸 곳으로 유래되었는데, 지금은 국가차원에서 관광자원으로 개발하여 ‘민속 섬’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얽히고설킨 갈대의 뿌리를 엮어 섬의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갈대를 잘라 가로세로로 깔아 만든 ‘갈대 인조 섬’들이 모여 섬마을을 이루고 있는데, 우리가 방문한 섬에는 다섯 부부가 살고 있었다. 여인들은 모두 원색의 전통복장을 하고 자신들의 생활상을 낱낱이 실제 행동으로 보여 주었다.

그들의 주된 수입원으로 라마나 알파카 털실로 손수 짠 민속수예품들을 관광객들에게 팔아 생활하고 있는데, 여기서 얻은 수입의 20%는 본인 몫이고, 나머지 80%는 섬 전체 운영비로 쓰인다고 했다.

우리 일행 16명을 다섯 팀으로 나누어 그들 가족들이 실제 거주하는 방 내부를 보여 주기도 했는데, 열악한 생활상을 직접 본 우리 일행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가능하면 많이 팔아 주려고 애썼고, 물건을 사지 않는 이들은 그냥 현금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다.

그들과 아쉬운 작별을 나누고 유람선은 다음 행선지인 따르끼레(Taquile)섬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고된 여행으로 누적된 피로를 날릴 요량으로 여객선 위로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았다. 바다같이 넓고 푸른 호수 면과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이 맞닿아 있었다.

항해 2시간 거리에 있는 이 작은 섬은 약 3,200년 전부터 따르끼레라는 민족이 살아 왔으며 깨추 언어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작은 섬 안에도 국경이 있어 페루와 볼리비아로 나누어지는데, 모든 일은 두 나라 주민 6개 부족이 서로 합의하여 결정하는 형식으로 사이좋게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 섬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93세이고 가장 오래 산 사람의 나이는 112세라고 했다. 과연 현지 가이드의 이 설명을 믿어도 될까하는 마음에 그 이유를 물었더니 그 답은, 천혜의 맑은 공기와 옥수수와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소식(小食)에 있다고 했다. 그들은 섬사람들이면서도 물고기를 잡아먹지 않는다고도 했다다.

정상에 올랐다. 호수면에서 채 100m도 안 되는 정상이었지만 호숫바람이 강하게 불어왔고, 맑고 강렬한 적도의 태양빛이 사정없이 내려 쪼였다.

이 세상에는 참으로 여러 가지 형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구나 싶었다. 그들끼리 옛날방식 그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었으면 세상모르고 행복하게 잘 살 사람들인데, 괜히 잘 사는 문명인들이 들락거리면서 저들을 거지의 마음으로 만들어 놓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아팠다.

우리 산모임의 내년도 원정 산행계획은 남미 대륙의 끝, 아르헨티나와 칠레의 최남단에 위치한 파타고니아(Patagonia)로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