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세월. 그 어느 때도
인생은 나에게 공짜 술. 한 잔
사주지 않았고,
위로의 말 한 마디 들려주지 않았지만,
나는 항시 매몰찬 인생을 끌어안고
술 사 줘 가면서 살아 왔다.
마른하늘 아래,
나 이렇게 살아 있다는 일 보다
더 큰 은총 없음을 알기에
오늘도 빈 호주머니 털어 가면서
인생에게 술 사주는 재미로 살아 갈 꺼다.
겨울이 묻어나는 새해 아침.
신 새벽에 일어나 정신을 깨운다.
새해부터는,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
사랑 한다고, 사랑 한다고 고백하고
못다 이룬 그리움의 싹.
틔워 끼우면서
인생에게 술 사주는 재미로 살아 갈 꺼다.
그러다가 둘 다
거나하게 술에 취하면,
한 이불 속에 들어가 죽도록 사랑 할 꺼다.
세월은 우주가 숨소리를 내기 그 이전부터 있었고, 사람들이 편의상 만들어 놓은 시간이란 개념으로 제작된 달력에 따라, 올해도 어김없이 희망의 새해가 열렸다. 그러나 조금만 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사실 우리는 매일 매일 새로운 새해를 맞이하면서 살아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새 해가 뜨고, 저녁이면 해가 진다. 밤이 되면 작은 죽음인 잠에 들고, 아침이면 일어나 아직 살아 있었음을 확인하면서 떠오르는 새 해를 맞이하니, 이 어찌 매일매일이 새해 새아침이 아니겠는가.
시인 정호승이 그의 시 ‘술 한 잔’에서 노래했듯이 인생은 나에게도 공짜 술. 한 잔 사준 적이 없었다. 이제 나도 나이 들었으니, 새해에는 일평생 나한테 매정했던 인생의 소맷자락을 붙들고 좀 더 자주 술도 사주고, 인생과 내가 한 이불속에 들어가 하나 되는 재미도 즐기면서 살고 싶다.
회한(悔恨)으로 점철된 어두운 세월의 터널을 지나, 눈부시게 빛나는 태양이 떠오르는 새해를 맞으면서 누구나 갖는 공통된 소망은,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純白)의 설원(雪原) 위를 반듯반듯한 눈발자국만을 남기면서 똑바로 걷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은 이미 알고 있다. 결국 올해도 살아가면서 조금씩 남루해질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연말이 되어 뒤돌아보면, 역시 지난해처럼 발자국이 비뚤어져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매번 새해가 되면 새롭게 시작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이 넘치는 새해가 되기를 희망하게 마련이다.
우리는 지금 세계를 뒤덮은 경제위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이 터널은 지금 막 시작일 뿐, 그 길이가 얼마나 길고 험난할지를 아무도 모른다. 이럴 때일수록 '인간의 꿈'인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희망은, 희망을 가슴에 품은 사람에게만 나타난다고 하지 않는가. 희망이 있다고 굳게 믿고, 그 길을 가는 사람에는 반드시 그 길이 열릴 것이라는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