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라고요?
그러고 말고요.
지상에서 못다 이룬 사랑.
자나 깨나 꿈결인걸요.

슬픈 얼굴일랑
하지 말아요.
못 잊을 사랑일수록
아름다워야 하니까요.

내일 아침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해도
나는 겁나지 않는 걸요.
늘 푸른 그곳. 하늘나라에는
무지개가 항시 떠 있음을
나는 아니까요.

잊지 말라는 당부의 말씀
다시는 하지 말아요.
우리 사랑은 은하에서 만날
끝 간 데 없을
밤하늘의 꿈결사랑인걸요.

한국보다는 한 달 가량 늦은 유월이 되면, 해마다 뒷마당 한 구석에서 아무도 모르게 혼자 잔잔히 피었다가 칠월이 저물면서 사라지는 야생화가 있습니다. 아주 작은 다섯 잎 연보랏빛 꽃이라 가까이에 다가가 쪼그리고 앉아서 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잔잔하여, 조금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면 풀 섶에 내려앉은 푸른 아침안개 같은 꽃입니다.

‘나를 잊지 마세요’ ‘진실한 사랑’ 등 애간장 타는 사랑의 꽃말을 지닌 물망초(勿忘草)는 영어 이름조차 'Forget Me Not'이라 하지요.

옛날 다뉴브 강가를 사랑하는 두 남녀가 산책을 하였습니다. 강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보고, 여자가 “아! 참 예쁜 꽃이구나!”하고 감탄하였습니다. 남자는 손을 뻗쳐 그 꽃을 꺾으려고 하다가 그만 강물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남자는 필사적으로 헤엄을 쳤으나, 물살이 세 도저히 나올 수가 없어 자꾸만 떠내려갔습니다. 여자는 강가를 달려가며 발을 동동거렸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단념한 남자는 손에 쥐고 있던 꽃을 힘껏 여자에게 던지며 “나를 잊지 말아요…”하면서 물속으로 잠기고 말았습니다.

마저 이루지 못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애달프고 눈물겨운 사랑임을 알려주는 물망초에 얽힌 슬픈 전설이지요.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離別)한 님undefined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날 생각는가undefined 천리(千里)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라"

애절한 사랑의 한이 담긴, 물망초 냄새 물씬 풍기는 옛 시조 한 편이 생각나내요.

허난설헌과 함께 조선시대의 대표적인 여류시인으로 평가받는, 명기 매창(梅窓)이 그가 죽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사랑한 남자, 촌음 유희경을 그리워하며 읊은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 시조입니다.

'매창집'의 발분에 따르면 매창은 1573년에 출생하여 38세를 살다 1610년에 세상을 떠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590년경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매창의 나이는 18~19세쯤 되었고 촌음은 28세나 연상이었습니다. 당대 서울 중앙문단에서 알아주는 유명한 시인 유희경. 이미 처자식이 있는 그와의 사랑은, 이미 짧고 숙명적인 슬픔을 안고 태어난 사랑이 아닐 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부안의 진산 상소산 기슭의 서림공원에 오르면 매창의 시심과 문학정신을 기리는 시비(詩碑)가 있는데, 이곳은 매창이 관아에 들어오면 자주 거닐기도 하고 거문고를 뜯던 곳이라고 전하여 내려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