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바위 지나
거문도 수월산 등대 가는 길.

요기(妖氣) 품은
선홍빛 해당화 꽃잎들.
길고 긴 터널을 이루며
하늘도 바다도 붉은 미소로
물들고 있었습니다.

산길에 지천으로 깔린
곱디고운 해당화 꽃송이들.
바람에 하늘대며 진, 꽃잎이 아니라
후드득 통째로 떨어진
붉은 나체(裸體)의 꽃송이들.
암수 꽃이 서로 엉켜
땅위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얼마를 사랑하면
저럴 수가 있을까.
얼마나 지독하게 사랑하면
저토록 사랑할 수가 있을까.
꽃송이채로 땅바닥에 떨어지면서까지
붉은 미소 머금고, 서로 엉켜
저토록 사랑할 수가 있을까.


거문도는 여수에서 114.7km 떨어진,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의 최남단에 위치한 절해고도다. 서양에서는 '포트 해밀턴'이라고 불린다. 고종 22년인, 1885년 4월부터 1887년 2월까지 영국이 거문도를 불법 점거한 기간에 해밀턴 제독이 다녀갔기 때문인데, 이때 사망한 영국군 해군묘지가 지금도 거문항에서 10여 분 거리인 산 중턱에 있다, 이곳 뒷산은 남해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위로 떠오르는 해돋이를 보면, 숨이 막힐 정도로 장엄하고 신비롭다고 소문난, 해맞이 전망대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이 섬에서는 차가 없어 걷거나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데, 근간에 봉고택시 한 대가 생겨 고도와 서도를 잇는 길이 250m의 삼호교(1991년)를 건너 수월산 등대로 가는 산책로 어귀까지 손님을 나르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등대로 가는 1시간 남짓한 산책로는 정말 일품이다. 섬뜩하리만큼 붉은 동백꽃 숲 터널 사이로 간간이 드러나는 쪽빛바다를 내려다보는 풍광은 신비의 절정이다, 북쪽에 있는 녹산곶 등대에서 시작하여 신선바위를 돌아 거문도 등대까지 오는 등산로를 다 합친다면 3시간 정도 걸어야하는 거리로, 국내에서 가장 경치가 수려한 최고의 섬 산행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목적지인 수월산 기슭에 있는 거문도 등대는 1905년 국내 최초로 세워진 등대다. 등대 앞 절벽 위에 아스라이 서 있는 관백정(觀白亭)에 오르면 기막힌 조망이 기다리고 있다, 남쪽으로는 흰 파도가 배치바위를 사정없이 때리고 있고, 동북쪽에는 삼부도가 그림자처럼 떠 있으며, 동쪽으로는 멀리 백도가 가물가물 보인다.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개의 섬이 바다 가운데 병풍처럼 둘러쳐진 천연적인 천혜의 항만이라 호수처럼 물결이 잔잔하다. 그래서 거문도항은 빈번히 열강의 침입을 받아 왔던 것이다,

바위 돌섬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해상궁전으로 불리는 백도(白島)는, 거문도에서 다시 동쪽으로 28km 떨어진 해상에 있다. 끝 모를 심연(深淵) 위로 솟구쳐 오른 39개의 무인군도로 이루어진 섬으로, 바다 위에 솟구친 기암절벽들이 신비경을 이루고 있다. 이 섬들을 통틀어도 면적은 0.62제곱km에 불과하다니 섬들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옥황상제의 아들이 아버지의 노여움을 사서 지상으로 쫓겨왔다가 용왕의 딸과 눈이 맞아 바다에서 풍류를 즐겼다. 아들이 그리워진 옥황상제가 신하들을 내려보냈으나 그들마저 풍류에 취해 함흥차사. 하나둘 내려보낸 신하가 무려 100명에 이르자 화가 치민 옥황상제는 아들과 신하들을 바위로 굳어지게 했다. 그것이 백도가 있게 된 전설이고, 그래서 백도의 바위섬들은 저마다 이에 얽힌 전설을 품고 있다고 한다.

백도는 무인도로 상륙이 금지된 섬이다.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돌아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데, 백도에 가는 유람선은 거문도에서만 출발하기 때문에 백도를 보려면 꼭 거문도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백도 가는 유람선의 운항은 당일의 일기변화에 따라 선장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