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목회시절(32)

안식년 휴가를 마치고 1981년 5월에 귀임하여 앞으로 10년간 목회를 계속하고 이 교회에서 은퇴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무거운 짐을 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속으로 남은 10년은 창조적인 목회라기보다는 충직한 청지기가 돼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무렵에 한국민주화와 인권회복 문제도 전환점에 와 있다는 인상이었다. 나는 두 번에 걸쳐 ‘순례의 도상에서 배우는 진리’라는 설교를 했다. 이 설교는 보고와 아울러 미래에 대한 꿈을 포함하고 있어 자극적이기도 해서 교인들의 다양한 코멘트를 받기도 했다. 그래서 나의 활동도 정리할 수 있어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교회 내의 각 기관을 재정비하는 일에 주력하게 되고 내적 충실에 주력하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해 가게 되었다. 10월에는 3·1 구국선언 사건으로 투옥되어 고생하다가 풀려난 한국신학대학 문동환 교육학 교수를 초빙하여 ‘고난의 의미’라는 주제로 4일간 특별집회를 가지고 온 교회가 은혜 받는 기쁨을 나누었다. 11월에는 ‘정신건강과 심리치료’라는 주제로 그 방면의 전문가이신 이동렬 박사. 김보경 박사를 모시고 문화충격과 이민생활에 상처받고 찢겨진 마음들을 치유하는 모임을 가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그간 몇 해 동안 군사정치 하에서 고난 받은 분들을 위한 위로금도 2,700여 불 모아서 보냈다.

이 무렵 토론토에는 몇 개의 한인 교회들이 설립되어 교계의 양상도 새로운 측면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간 조국 민주화 운동을 해 온 단체들도 그 주제가 ‘조국통일 문제’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 속에서 1981년도 저물고 1982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1982년은 교회창립 15주년이 되는 해여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되었다. ‘교회 건물 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그간 논의돼 온 자체 건물 소유의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의논하였다. 베벌리힐(Beaverly Hill)연합교회, 던랜드(Donland)연합교회, 욕민스터(Yorkminster)연합교회 등 세 교회가 우리를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히고 조건부로는 적은 수의 교인들이 남아서 같은 건물 안에서 예배드리고 싶으니 그들의 목회를 내가 맡아 주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백인교회가 주인이고 한인교회가 셋방살이하는 교회라는 처지에서 한인교회가 주인이 되고 백인교회가 셋방살이하는 교회의 관계로 바뀌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여러 가지 토의를 거치고 공동의회를 열고 교인 전체의 의사를 물어보니 블루어연합교회 건물에 남아서 교회를 계속하자는 의견이 다수였다. 결국 자체건물을 가지고 교회를 새 출발시키려는 의도는 완전히 좌절되고 말았다. 이 해에 교회는 ‘토론토 한인 연합교회 15년사’를 출판하는 큰 일을 이루었다. 온 교회가 크게 기뻐하고 이 책은 널리 배포되었다. 캐나다 연합교회의 당시 총회장 로이스 윌슨 목사(The Right Rev. & Dr. Lois Wilson)가 11월8일 주일에 와서 좋은 설교를 해 주어서 크게 격려가 되었다. 나도 총회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서 아는데 현직 총회장을 모시고 싶은 교회가 너무 많아서 어느 한 교회를 선택하기가 어려운데 우리 교회를 선택한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일은 ‘교회 제반 평가위원회’를 조직하고 성실한 반성을 하고 교회를 새롭게 시작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있었다. 또 한 가지 교회가 처리한 중요한 사항이 있다. ‘희망의 소리 방송’을 중단한 것이다. 그 방송은 동포사회가 아무 언론매체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들에게 일상생활을 위한 지식이라도 깨우쳐 주려는 의도로 시작한 일인데 지금은 신문 등 다양한 언론매체들이 생겼으니 이제는 교회가 방송사업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었다. ‘희망의 소리 방송’을 위해 장기간 동안 경제적인 지원과 방송요원들들을 확보해 준 교회측에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고 장철호·장연옥씨 등 그 방송에 뜨거운 마음을 퍼부어 주셨던 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드리고 싶었다. 이민교회는 이민사회의 변화에 따라 선교의 방법을 계속 바꾸어 가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쓰면서 내 목회생활 자체도 커다란 변화를 일으켜 가고 있다는 자각을 가지게 되었다.

정정

지난 2008년 5월26일(월)자 ‘열린 세계를 가진 나그네(96)' 중 마지막 부분에 ‘마산의 데모 학생의 눈에 최루탄을 박은 채 바다에 처넣는’이란 대목은 잘못 인용된 것이기에 삭제함을 알려드립니다. (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