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짙푸르러가는 초여름의 문턱에서 비온 뒤의 맑은 바람이 먹구름을 걷어냈다. 설날, 한식, 추석과 더불어 우리나라 4대명절의 하나인 단오절은 ‘해가 정수리에 오는 날’이란 뜻으로 ‘수릿날’이라고 불린다. 민간요법에서 약쑥은 심한 복통을 낫게 하고 상처치료에 사용해왔는데 어린 쑥으로 수레바퀴 모양의 떡을 해서 먹었기 때문에 얻은 이름이기도하다.
단오제는 본디 중국 초나라 회왕 때 무고(誣告)당한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멱라수(汨羅水)에 투신한 굴원(屈原)의 제삿날이라고 한다. 예나 제나 부러움과 시샘을 동시에 얻다보면 모순된 개념과 몰이해, 흑백논리에 의한 멸시에 마음을 크게 다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당한 비판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빌미를 제공해주기도 하지만 뜻하지 않게 바람직하지 못한 경우는 행여 없었는지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올바른 마음을 진작시킬 일이다.
어머님을 모시고 주말나들이삼아 단오축제에 다녀왔다. 흥겹고도 신나는 음악이 분위기를 연출하는 크리스티공원엔 흥취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여봐란듯이 으뜸과 버금을 겨루는 천하장사씨름판엔 발 디딜 틈이 없다. 오른쪽다리에 샅바를 걸고 어깨와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팽팽하게 맞서 버티는 자세가 다부지다. 가설무대에서 펼쳐진 노래자랑, 블랙벨트태권시범, 제기차기, 팔씨름, 윷놀이, 줄다리기 등 각종 민속놀이와 라인댄스, 해금과 가야금합주, 한복패션쇼, 전통무용에 눈과 귀는 즐거웠고 음식장터에선 맛 따라가며 입이 호강하기도 했다.
한국전통문화의 체험을 통해 색다른 멋을 널리 알리는 단오제 행사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우리들의 자라나는 1.5·2세들이 한민족으로서 자긍심을, 부모님들은 잊혀져가는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고마운 자리였다. 토론토총영사배 U12어린이축구도 관심과 눈길을 모았다. 남아공월드컵에서 발군의 활약이 기대되는 태극전사들과 “대~한민국”을 외치는 붉은악마들의 열띤 응원을 앞당겨 보는듯했다. 2010년, 5천만의 열정과 염원이 뭉쳐 기적과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시킬 것이다.
사람들은 권해주는 술 인심을 거절 못한 입으론 비쌔면서도 싫진 않다고 한다. 옛날 어떤 술고래들은 ‘한 번 마시면 열 말이요, 해장만으로 다섯 말’이었다는데 낮술 한 잔에 금세 얼굴이 벌겋게 타오른다. 여름철의 식욕을 왕성케 하는 익모초 즙을 마시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 지난날이다. 자의에 의해서 마시진 않았지만 건강한 식생활을 익히도록 애써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푸르디푸른 익모초 즙이 쓰디쓸까요? 달디달았을까요? 편식하기 쉬운 청소년들의 건강에 도움 줄 수 있는 약초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행사준비에 만전을 기해온 의지와 시각을 반영한 신문기사 대목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메마른 대지에 단비를 넉넉히 뿌리실 계획을 미루고 화창한 날씨를 허락하신 하늘에 감사드리자. 물심양면의 협찬과 몸소 노력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물방앗간에서 고추장 얻은 그 기분을 이젠 알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