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 최대 봄철행사인 단오제가 오는 1일 블루어 한인타운 내 크리스티 공원에서 막을 올린다. 단오제는 금년으로 20년째다. 첫 행사 때
태어난 아기가 이젠 의젓한 성인이 된 만큼 단오제도 행사내용과 진행 면에서 보다 성숙해져야 한다.
단오제는 블루어코리아타운BIA와
한국일보, 얼TV 공동주최로 열리지만 본보 등은 주로 홍보역할만 맡고 행사와 관련된 모든 준비와 진행은 코리아타운BIA가 주관하기 때문에
BIA에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BIA가 발표한 올 행사내용을 보면 씨름, 널뛰기, 사물놀이 등 각종 민속놀이는 물론 K팝
댄스경연, 미스단오 선발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펼쳐진다. 어린이축구, 족구대회 등 스포츠 뿐 아니라 북한예술단 공연과 한국영화 상영 등
문화행사도 마련된다. 1993년 본 한국일보와 당시 블루어번영회장인 유승관씨 착안으로 시작된 ‘동네 씨름대회’가 20년 만에 범커뮤니티적인
종합페스티벌로 탈바꿈한 것이다. 1회 관객이 200명에서 작년 1만5천명 이상으로 크게 늘어난 것은 단오제의 발전상을 웅변한다. 단오제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국승웅 전 BIA 이사장 등 역대 임원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 덕이다.
이렇게 힘들게 쌓아올린 행사인 만큼
올해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코리아타운BIA의 치밀한 준비와 매끄러운 진행이 요구된다. 특히 갈수록 뜨거워지는 한류 덕분에 현지인들도 많이
참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가급적이면 이들을 배려하는 쪽으로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우리끼리만 모여 먹고 즐기는 이벤트가 된다면 그토록 많은
행사요원을 동원할 필요가 없을뿐더러 수많은 단체들로부터 후원금과 협찬을 받을 이유도 없다는 얘기다.
단오제가 명실 공히
다민족축제로 도약하려면 무엇보다 행사 전반에 이중언어 사용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행사프로그램에서부터 대소 이벤트 사회(司會) 및 장소
표지판, 음식판매업소의 메뉴와 가격표 등을 모두 한국어와 영어를 함께 써야 한다. 그래야 한국어를 잘 모르는 한인 2세들과 현지인들이 더
모여들고 한국음식을 하나라도 더 팔고 선전할 게 아닌가.
또한 단오제가 현지인들에게 한국전통문화와 한류를 접하게 하는 절호의
기회인 점을 감안하면 행사별 시간 배정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태권도와 씨름 등 무술에 많은 비중을 두기보다는 모든 대소 프로그램을
보기에 좋고, 들어서 흥겨운 ‘쇼’로 각색해야 관객들이 지루함을 덜 느낀다는 얘기다. 비한인들에게 생소하게 느껴질 씨름 같은 민속경기의 경우,
사회자가 영어로 관전법과 규칙 등을 설명해준다면 관심은 배가 될 것이다.
과거의 예를 보면 단오제에는 음식판매부스에 특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 위생에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업소 관계자들은 손을 자주 씻고 테이블을 깨끗이 하는 등 청결을 유지해야 한다. 한식이
비위생적으로 만들어진다는 인상을 심어주게 되면 단오제 이미지가 흐려질 뿐 아니라 앞으로 한식당을 찾는 현지인들의 발길도 줄어들 게 분명하다.
김치와 불고기만이 한식의 진수가 아님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전통음식 시식회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인관객 모두가 자원봉사자의 자세를 갖는 것이다. 물론 행사에는 많은 봉사요원들이 동원되지만 그들의 노력만으로 초대형 잔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잔디에 빈병이나 쓰레기가 널려있다면 먼저 보는 사람이 치우면 된다. 비한인들이나 장애인들이 행사 내용을 묻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면 자원봉사요원을 찾지 말고 주변 사람들이 직접 도와주면 된다. 이것이 우리가 늘 얘기하는 한인사회 위상을 높이는 지름길이다.
단오는 모내기를 끝내고 풍년을 비는 기풍풍제에서 유래했지만 그후 각종 떡과 맛있는 음식을 잘 차려놓고 여자는 창포(붓꽃)물에
머리를 감으며 그네를 뛰고, 남자는 씨름·활쏘기 등으로 한껏 즐기는 명절이다. 그러자면 우선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야 하는 바, 1세들은 물론이고
2세들도 많은 관심을 갖기 바란다. 단오제는 한국을 잘 모르는 2세들에겐 고유문화를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자 여러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자리다. 2세들이 많이 참가할수록 단오제는 더욱 젊어질 것이며, 보다 빨리 다민족축제로 거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