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8개월가량 남겨놓은 백경락 토론토한인회장이 “더 이상 일할 의욕을 잃었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백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일부 이사들이 무면허 술판매, 후원금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문책성 질문을 잇달아 터트리자 “청문회를 하자는 건가”라며 사의를 표명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백 회장은 이사회 다음날 “사퇴 번복의사가 없다”고 말했지만 "앞으로 이사회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사회 설득여부에 따라 사의를 철회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한인들의 심정은 착잡할 것으로 본다. 작년 초부터 반년 이상 지속된 한인회 집안싸움의 악몽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지금은 당시의 내전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지만 한인회가 커뮤니티에 신뢰를 주기보다는 문제나 만들어내는 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우려된다.
공인이라면 언행에 조심하고 책임져야 한다. 10만 토론토한인을 대표하는 한인회장이라면 더욱 그렇다. 백회장의 이번 사퇴표명은 한마디로 한인회장답지 않은 성급하고 감정적인 대응이었다고 본다. 설사 회의장이 ‘청문회’ 분위기였다 하더라도 공식회의 도중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은 결코 좋게 비쳐지질 않는다. 한인회장이라면 비판을 받아들이는 인내심도 있어야 한다.
백 회장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이사회 회순은 원안과는 달리 무면허 주류판매, 골프대회 결산, 비자카드 사용 등 다분히 백 회장을 겨냥한 안건 순으로 정해진데다 이사들의 질문도 ‘개인비리 캐내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판단, 감정이 폭발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백 회장은 냉정을 잃지 말아야 했다. 그것이 자진사퇴를 표명하는 것보다 진정한 용기다.
이날 회의장 분위기는 ‘청문회’로 볼 수도 있겠지만 집행부를 견제하는 기능을 가진 이사회로서는 제기할 수도 있는 문제들을 꺼낸 것으로 본다. 골프대회 실격자에게 상을 준 것은 백 회장의 실수임이 분명하다. 회장 취임 후 외부로부터 받은 후원금(500~1,500달러 추산)에 대해서도 그렇게까지 민감한 반응은 보일 필요가 없지 않았나 싶다. 물론 후원금을 놓고 ‘금품수수’ 운운한 것은 지나친 감도 있지만 백 회장 말대로 ‘후원자로부터 작년 선거비용에 보태 쓰라고 개인적으로 준 돈’이 사실이라면 이를 공금사고로 보는 한인들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사안들보다 더 큰 문제는 무허가 주류판매다. 백 회장이 어느 단체 골프대회 후 한인회관에서 술을 판 것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실수였다. 자칫하면 한인회 법적 지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문제였다. 이 문제는 백 회장의 공식사과로 일단락됐지만 다른 한인단체들도 경종으로 삼아야 할 문제다.
백 회장이 취임한 지 1년이 다 돼가지만 그간 한 일이 무엇이냐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에 이사회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그의 음주습관까지 제기하며 자질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결정적인 퇴진사유가 없는 한 중도하차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만약 집행부 공백이 장기화하면 한인회는 또 한 차례 홍역을 치러야 하며, 좋지 않은 선례를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 회장이 사의를 철회, 다시 집무할 수 있게 이사회 측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백 회장도 의문점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입장을 밝힌 뒤 새로운 각오로 임해주었으면 한다.
‘인구조사 방식변경’ 정부에 항의를
“한 개인이 인구조사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각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받지 못하는 예산은 연간 1,100달러에 달하므로 국민들은 빠짐없이 인구조사에 참여해 주십시오.” 연방통계청이 가장 최근 인구조사를 실시했던 2006년 당시 내건 대국민 홍보문 중 일부다. 인구조사 결과는 다음 조사까지 약 5년 간 각종 정책 수립의 기본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불참자가 많을수록 피해는 개인에게 직접 돌아간다는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다.
그간 인구조사의 중요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선전해왔던 연방정부가 최근 안면을 확 바꿨다. 인구조사 때마다 배포되는 ‘긴 설문지(long-form questionnaire)’ 내용이 사생활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의무에서 자발적 작성으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사대상자의 이름과 주소는 절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체류자들까지도 조사에 응할 것을 권유했던 정부가 ‘사생활 침해’라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를 들먹이며 기존 제도의 변경을 강행하려 나선 것이다.
자율응답제가 시행되면 조사결과의 신뢰도가 떨어짐은 물론 참여자도 크게 줄 게 뻔하다. 특히 백인사회보다는 소수민족사회의 참여자가 줄어 이들이 불이익을 당할 위험이 커지게 마련이다. 전국의 이민자 권익단체 등으로 구성된 연합체가 반대캠페인을 벌이는 이유다.
의무설문제가 폐지되면 한인커뮤니티도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이번 변경을 주도한 연방산업부와 거주지역 연방하원의원들에게 항의서한 보내기운동을 전개했으면 한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면 한인 1인당 연간 1,100달러의 정부지원금이 날아갈 수도 있는 중대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