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5~10년 뒤 우리나라가 무얼 먹고 살아가야할지 고민했는데 바로 이거다 하는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세상흐름이니 기술발전이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뛰어난 인재를 찾아내 키우자는 것이다.” “요즘은 하도 세상 변화가 심해 누구도 점치기 어려우므로 분야별로 천재급 두뇌를 많이 확보하고 있으면 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전혀 두려울 게 없다.”
6년 전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회장이 이른바 ‘천재경영론’을 발표하면서 한 말이다. 이 회장은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 하나를 개발하면 1년에 수십억 달러를 간단히 벌어들이고 수십만 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았느냐”면서 “그런 천재를 찾아 10년, 20년에 걸쳐 육성해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발상이 자유롭고 기발해 남이 생각하지 못 하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을 찾겠다는 의지다. 이 회장 발표 후 삼성은 “천재가 없으면 준천재라도 영입한다”며 국내외에서 500명의 인재를 스카웃했다. 오늘날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스타가 우상이 되는 시대다. 스포츠계만 아니라 기업계도 스타에 목마른 시대다. 걸출한 인재 한 명이 기업을 먹여 살릴 뿐 아니라 나라경제 흐름까지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사립학교에서 천재를 키우고 이것도 모자라 이민을 통해 이공계 두뇌를 끌어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다. 만약 빌 게이츠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오늘날 마이크로소프트가 있었을까. 국가나 사회의 정책과 전략이 천재양성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얘기다.
한인사회도 이젠 자녀교육관과 인재론에 대해 생각을 달리할 때가 됐지 않았나 싶다. 물론 기업의 경영전략이 우리 실정에 맞지 않을뿐더러 비교대상이 될 수도 없겠지만 이를 참고로 앞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큰 크림은 그려볼 수 있다고 본다. 기업이나 사회가 공부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튀는 천재’를 원하는 시대라면 자녀교육방향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1차적으론 부모 몫이지만 사회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의 경우 한인장학재단의 몫이라고 본다.
지난 78년 창설된 장학재단은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모범단체 중 하나다. 31년간 500여 명의 장학생을 배출했을 뿐 아니라 직업박람회와 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2세들의 학업과 사회진출에 많은 도움을 줬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그간 수많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왔으나 과연 이들을 인재를 키워냈는가. 이제는 천재가 없으면 준천재라도 발굴해 전략적으로 집중지원할 때가 아닐까. 물론 장학기금이 많다면 여러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게 이상적이지만 그렇지 못 하다면 몇몇 인재에게 몰아서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2천~3천 달러를 한시적으로 주어서는 장학금의 의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역할모델(role model)이 없는 우리 사회에서 걸출한 인재가 탄생한다면 아주 각별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자라나는 2세들에게 자신감과 성공의 의지를 심어줄 뿐 아니라 민족적 자긍심도 드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명의 천재 탄생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박세리가 숱한 ‘박세리 키즈(kids)’를 만들었고 김연아도 그렇듯이 수많은 천재들이 뒤따라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린 그런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끼와 재능으로 빛나는 역할모델을 부모에게만 맡기지 말고 커뮤니티가 ‘우리의 자녀’로 키워야 하는 이유다. 그간 부모들은 자녀가 의사나 변호사 같이 좋은 직업을 갖고 잘 먹고 잘 살도록 가르쳤는데 이젠 그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앞으로 장학재단은 이런 문제를 연구, 자녀교육의 큰 그림을 그려주기 바란다.
‘유학생사기’ 한인사회도 피해자
잊을 만하면 터지는 게 유학생 대상 사기다. 지난달에는 유학생 8명에게 약 2만 달러의 피해를 입힌 콘도 허위임대 사기사건이 터지더니 이달에는 학비와 하숙비 등 유학생들에게 ‘목숨 같은’ 돈을 챙겨 잠적한 사건이 일어났다. 일반인이 아닌 현지물정을 잘 모르는 학생들의 얄팍한 주머니를 노린 파렴치한 범행이다.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격인 ‘유학생사기’ 중 대표적인 케이스는 2005년 토론토에서만 10여 명으로부터 약 50만 달러를 사취한 후 도주한 ‘정태성사건’이다. 다행히도 정씨는 사건 1년 후 한국에서 체포됐지만 그 후로도 유사범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사기사건이 터질 때마다 하는 소리지만 피해를 막으려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듯 본인이 잘 모르면 주변 사람이나 한인자선단체에 물어보는 신중성이 요망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예방장치 마련이다. 자국민 보호가 주된 임무인 토론토총영사관이 적극 나서야 한다. 마침 총영사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범죄예방교실’을 열고 지역교육청·경찰 등과 협력해 학생안전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계획을 밝혔다. 현지보호자(가디언) 관련 잡음들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하나 덧붙인다면 유학생사기범은 반드시 검거된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사건 후 대부분 한국이나 미국으로 도주하는데 해당지역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꼭 잡아내 다시는 한인사회에 발붙이지 못 하게 해야 한다. 한인회 등 교민단체들도 유학생 보호 및 계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피해를 보는 것은 학생만이 아니다. 커뮤니티도 피해자다. 한국에서 토론토한인사회를 어떻게 보겠는가. ‘유학생사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딱한 처지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