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서 차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조그만 마을에서 가게 하나만을 바라보고 사는 한 한인부부가 딱한 처지에 놓였다. 내년 6월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규모 지역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는 무스코카 지자체정부가 정비작업의 일환으로 이철재씨 편의점 앞의 기존주차장을 축소·이동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씨에 따르면 주차장문제는 단순한 파킹문제가 아니라 생존권이 걸린 문제다. 만약 지자체의 요구조건을 수용하면 식품배달차량의 주차가 힘들어지는 등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도 있다. 일개 시골편의점의 주차문제가 무슨 대단한 사건이라고 서명운동까지 벌이느냐는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 이 주차장은 지난 60년간 사용된 것으로 그간 아무런 사고도 없었고 누구도 시비를 걸지 않았다. 당국은 현재 시의원인 전 주인이 운영한 5년 전까지도 안전문제에 대해 일절 언급이 없었다. 그러다가 최근에 갑자기 위험하다며 안면을 바꾼 것이다. 한인이 운영하면 주차장이 위험해지는가? 당국의 공정성에 의문을 갖는 이유다. 또한 인근의 모든 소매업체에 대해 환경정비사업을 벌이는지, 아니면 ‘힘없는 가게’만 대상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더 중요한 것은 환경미화가 우선이냐 주민의 생존권이 우선이냐 하는 점이다. 긴말이 필요 없는 대목이다. 물론 당국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을 것이다. G20 정상회담 개최라는 국가적인 대사를 앞두고 환경미화가 시급하며 주민들은 당연히 협조해야 한다고. 하지만 정상회담은 이씨 가게에서 50km나 떨어진 곳에서 열린다. 예를 든다면 노스욕에서 회담이 열리는데 미시사가지역 소매업체들에 대해 대대적인 환경정비작업을 벌이는 격이다.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혀 캐나다답지 않은 발상이다. 오죽하면 주민들이 서명운동까지 벌이겠는가. 인구 1만여 명의 조그만 마을에서 1,600여 명이나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는 것은 우리가 보기에도 놀라운 일이다.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사회 부조리를 바로잡으려는 주민들의 정신을 한인들도 본받아야 한다고 본다.
지난 5월 온주 케스윅고교사건에서 보듯 이 땅에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는 참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권리를 주장해야 할 때는 주장해야 한다. 나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이번 사건에 특히 온주실협이 나서야 한다. 남도 아닌 회원의 생존권에 관한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 실협은 이런 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고 ‘자파이사 증원’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새 집행부 출범과 동시에 터진 일이라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실망감을 금치 못 한다. 실협은 이제라도 지역정치인과 권익단체 등을 대상으로 이메일 보내기 운동을 전개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유능한 비한인’ 더 많이 뽑아야
토론토한인회가 창설 이래 처음으로 비한인을 사무장으로 채용한 것에 대해 한인의견이 엇갈린다. 인터넷한국일보 게시판을 보면 한국식에서 관행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하는 네티즌들이 있는 반면에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민족단체’에 비한인을 고용하는 게 납득이 안 간다, 한국인의 미세한 정서를 외국인이 이해하겠는가, 유능한 한인 1.5세나 2세들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타민족인가 등을 반대이유로 든다.
한인회살림을 책임지는 자리에 비한인을 앉힌 것은 보기에 따라 다소 부담감을 줄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진취적이고 참신한 발상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기업에서 사람을 채용할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출신이나 배경보다는 능력이다. 한인회 같은 자선단체라고 예외일수는 없다. 누가 맡든 한인회를 발전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기회를 줘야 하지 않을까. 어느 나라 사람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그간 한인회의 대정부활동 등 대외업무가 소홀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새 사무장의 업무능력이 어떨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그의 한국어실력이나 경력 등을 보면 기대를 걸어볼 만도 하다.
직원채용 시 인종을 따지는 것은 이 나라 법에 위배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캐나다헌법인 인권헌장은 인종이나 성별, 나이 등 어떠한 차별도 금하고 있다. 토론토의 일본문화회관이나 중국계회관은 회비만 내면 누구든 회원으로 받아들인다. 우리로 치면 회비만 내면 인종 불문하고 한인회 회원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 살면서 “왜 하필 비한인을...”이라고 말하는 것은 폐쇄적이고 고루한 사고다. 우리는 툭하면 인종차별 당했다고 말하는데 역으로 우리가 차별하는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인회사무장직은 커뮤니티에서 비인기직종 중 하나로 꼽힌다. 일은 많은 반면 월급이 적어 어느 직장보다도 이직률이 높다. 지난 4~5년간 평균 근무기간이 6개월도 안 된다. 이런 힘든 환경 속에서 근무하려는 사람에게 인종문제를 따지기보다는 우선은 격려와 포용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실협이나 협동조합 등 다른 단체들도 한인회를 모델케이스로 삼아 단체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인종을 떠나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