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존립목적은 이익창출이다. 이익을 내지 못 하면 결국 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익이 전부는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부도덕하거나 혼자만 살겠다는 기업은 더 이상 존립이 어렵게 됐다. 기업이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 적극적인 자선활동을 벌이는 이유다. 또한 어렵게 번 돈을 기부하는 것은 당장은 장부상 마이너스지만 장기적으론 기업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매출과 이익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의 대기업은 어떤가. 2007년 통계를 보면 이익이 크게 늘었음에도 기부금은 되레 줄어 사회환원에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110개 상장기업의 기부금 총액은 2006년 1조1,267억 원에서 2007년 9,948억 원으로 11.7% 줄었다.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당기순이익 총액은 약 18% 늘었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 정도를 측정하는 ‘순익대비 기부금비율’로 보면 2006년 평균 3.5%에서 2007년 2.6%로 낮아졌다.

 캐나다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의 사회환원은 어떤가. 관련자료가 없어 추측조차 힘들다. 다만 주류언론에 보도된 후원기사 등을 보면서 과거에 비해 규모가 커졌다는 짐작만 할 뿐이다. 이런 뉴스만 봐도 한인들은 자긍심을 갖게 된다. 많이 벌어 많이 도와줄수록 한국기업이미지뿐 아니라 한인이미지도 덩달아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들 대기업이 한인사회를 위해서는 어떤 기부활동을 하는가. 한국의 기부금비율을 적용할 수도 없고 그럴 성질도 아니다. 캐나다사회에 기부하는 비율만큼 한인사회에도 냈으면 좋겠다는 식도 곤란하다. 단순비교의 대상이 아닐뿐더러 돈만 갖고 기업을 평가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간 본보에 보도된 대기업들의 기부내역을 보면 기대에 상당히 못 미친다는 느낌이다.

최근 열린 노인회 워커톤과 평화통일마라톤 두 행사만 예로 든다. 둘 다 한인사회의 대표적 이벤트로 개개인에서 영세비즈니스 업주들까지 모금활동에 대거 동참했다. 하지만 한국 대기업들은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일부는 아예 외면했고 동참한 기업들도 덩치에 비해 인색했다. 무료항공권이나 이에 상당하는 금액을 기부하는 것으로 낼만큼 냈다고 생각한다면 커뮤니티를 대하는 인식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이다. 토론토의 일본계나 중국계 기업들이 자기네 커뮤니티를 위해 신경 쓰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물론 기업 측 입장은 다를 것이다. “후원을 부탁하는 단체가 어디 한두 군데인가. 기부금예산은 현지 소관이 아니라 어쩔 도리가 없다”는 식의 말을 많이 한다. 또한 공식적으로 언급은 피하지만 “한인사회 규모에 비해 쓸 만큼 쓴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특히 자동차회사의 경우 “한인들이 일본차를 더 선호하면서 기부만 강요한다”는 식의 섭섭한 마음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기업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지만 기부활동은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특히 커뮤니티 차원의 큰 행사나 프로젝트는 정책적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손 벌리는’ 곳이 많다면 의미 있는 사업 한 군데에만 집중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방식으로 하면 한국에서 예산 따기도 쉬울뿐더러 한인들은 ‘통 큰’ 씀씀이를 보면서 두고두고 감사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홍보에도 아주 효과적이다. 

 한인들 중에 많은 사람이 한국차보다는 일본차를 애용하는 게 사실이다. 조국애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80~90년대 많은 한인들이 ‘국산’을 샀지만 성능에 문제가 많아 일본차로 돌아섰던 것이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그래왔다. 하지만 근년 들어 한국차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어 구매자가 증가일로에 있다. 전자제품 등 다른 ‘국산품’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한인사회가 단순한 시장 의미를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인들이 한국차를 타면 대외적으로 명분도 서고, 한인들이 저마다 한국제품을 칭찬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선전은 없기 때문이다. 국내 한인시장이 작기 때문에 주류사회에 비해 덜 후원해도 된다는 생각은 좋은 발상이 아니다. 한인사회에 대한 한국계 기업들의 기여도가 높아질수록 기업들은 더 발전하고 한인사회도 더 커지게 된다. 특별동반자관계다. 앞으로 한국계 기업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기부활동에 나섰으면 한다. 특히 한인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대한항공에 강조하고 싶다.

실협 ‘정관대치’ 빨리 끝내야
 

 강철중 회장은 ‘희망실협’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하지만 요즘 실협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희망과는 거리가 멀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법적조치’라는 살벌한 말들이 나돈다. 강 회장은 지난 9월 선거기간 중에 “촛불 같은 자세로 협회를 위해 마지막 봉사하겠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기습적인 정관개정으로 ‘촛불’은 켜보지도 못 한 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것이 강 회장이 말하는 개혁인가. 누가 옳고 그르고를 떠나 착잡한 심정이다. 

 강 회장이 취임과 함께 정관을 개정한 것과 관련, 정세영 이토비코지구협회장이 언론인터뷰에서 ‘날치기’라고 표현한 게 새 회장단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아 공개사과하지 않으면 법적조치를 하겠다는 말은 너무 지나쳤다. ‘희망과 촛불’을 말하는 강 회장답지도 않다. 강 회장은 이제 예전의 반대파 일원이 아니라 한인사회 최대 경제단체의 장이다. 

 먼저 빌미를 제공한 것은 강 회장 측이다. 아무리 자파이사 추가선출이 급해도 취임식장에서 사전공고도 없이 전격적으로 강행한 것은 논란의 소지가 있다. 법 이전에 상식의 문제다. 이번 일로 임총소집을 추진하는 강 회장 반대파에게도 신중한 행보를 주문하고 싶다. 자칫하면 판이 깨진다. 서로 ‘법대로’를 부르짖다가 변호사비 날리고 조직에 상처만 남겼던 한인회 전철을 밟으려는가. 이제 막 일을 시작하려는 새 집행부에 기회를 주고, 강 회장도  1,700여 회원을 대표하는 회장으로서 포용적인 자세를 취함으로써 이 문제를 매듭지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