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의집 숨바꼭질’은 도대체 언제 끝날 것인가. 한인요양원 건립위원회는 지난 81년부터 한인사회를 향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수천 번 외쳤다. 하지만 게임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세상에 이렇게 긴 숨바꼭질이 있을까. 기네스북에 등재신청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관중은 흥미를 잃은 지 오래됐다. 흥미는커녕 ‘무궁화의집’ 소리만 들어도 지겨울 정도다. 관중이 이런데 게임참가자들은 오죽하겠는가. “입주를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고 역정을 낸다(12일자 A1면). “빨리 우리말로 소통하는 양로원이나 마련해달라”는 어르신들의 말은 절규에 가깝다.



중국커뮤니티는 4곳 완공

‘무궁화꽃’이 아직도 피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다. 돈이 없고, 한인들의 관심부족 내지는 ‘오해’ 때문이다. 한인사회가 거의 30년 동안 전용요양원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 하고 쩔쩔매는 새에 토론토의 중국커뮤니티는 벌써 4개나 지었다. 이들 요양원 모두 규모가 한인요양원보다 크고 내부시설도 훌륭하다. 커뮤니티가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은 덕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 120만 달러를 모금했다. 개개인은 물론 중국계 대기업들도 적극 동참했다. 그후로도 매년 모금행사를 통해 50만~100만 달러를 거둬들였다. 요양원사업을 범커뮤니티적으로 벌이자 온타리오 및 연방정부도 거액을 무상지원했다. 중국계 커뮤니티에 있어 요양원사업은 요원(遙遠)한 길이 아니라 요원(遼原)의 불길이다.

한인 최초라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무궁화의집은 어떤가. 약 30년 전부터 사업을 구상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데만 무려 4반세기가 걸렸다. 2005년 첫 삽을 떴지만 공사는 지지부진했다. 수시로 돈줄이 막혔기 때문이다. 건립위 윤정림 사무총장에 따르면 2,800만 달러의 대공사(건설비, 설계비, 각종 공과금, 요양원 침대 등 내부설비 포함)를 추진하면서 믿는 구석은 공사진행에 따라 지불하는 연방모기지주택공사(CMHC)의 대출금 1,800만 달러가 고작이었다. 나머지는 주정부지원금 200만 달러와 부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유닛 판매대금에 의존했다. 늘 자금난에 허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간 한인사회모금액은 총공사비의 1.25%인 35만 달러에 불과했다. 이 돈은 건축비가 아닌 요양원 침대와 옷장 등 구입에 이미 썼다.



개인비즈니스가 아니다

요양원사업이 이렇게 지체된 것은 만성적인 자금난 외에 사업자체에 대한 한인들의 ‘오해’도 한 몫 했다. “개인비즈니스인데 왜 돈을 모금해주느냐”는 것이다. 건립위는 비영리단체로 정부에 등록돼 있다. 돈을 남기려고 요양원과 아파트를 짓는 게 아니다. 법적으로 그럴 수도 없다. 돈을 남기기는커녕 공사 중에도 돈이 모자라면 건립위 이사들의 주머니를 털어 임시로 메우는 딱한 처지다. 예산이 두둑한 다른 ‘기름 진’ 단체들에서는 서로 이사직을 맡으려고 난리치지만 건립위 이사직은 모두들 고사(苦辭)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지금까지 남아있는 이사는 5명뿐이다. 프로젝트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럼에도 한인사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일념으로 고군분투하는 이들에게 ‘개인비즈니스’ 운운하는 것은 크나큰 실례다.



노인회 등 모두 함께 풀어야

“돈도 없으면서 왜 아파트까지 지어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드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짓고 싶어서 짓는 게 아니다. 요양원을 짓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로 지어야만 하는 일이다. 건립위에 따르면 지금 같은 규모의 요양원을 지으려면 약 900만 달러가 소요된다. 하지만 정부지원금은 240만 달러에 불과하다. 나머지 660만 달러는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 한인사회 형편을 감안하면 ‘하늘이 무너져도’ 불가능한 액수다. 그래서 나온 게 아파트 공동건축안이다. 후일 콘도로 매매가능한 아파트를 함함께 지으면 공사액의 70% 정도를 연방모기지주택공사에서 대출해주기 때문이다. 중국계 커뮤니티도 이런 방식으로 4개의 번듯한 전용요양원을 완공했다. 하지만 한인사회는 1개도 벅차 기진맥진한 상태다. ‘술래’들의 무능을 탓할 게 아니라 한인 모두 곰곰이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건립위가 ‘30년 마라톤’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단 하나다. 80, 90을 바라보는 고령자들이 매일 한식을 들고 한인의사와 간호사의 보호를 받으며 편하게 여생을 보내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서비스는 고령자들에게 필수적이다. 비한인들 속에서 생활하는 요양원 어르신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치매나 우울증 및 각종 병에 쉽게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요양원사업은 어떠한 시니어 지원사업보다 우선순위에 둬야한다고 본다. ‘자체회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요양원에 가야할지도 모르는데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무궁화의집은 이제 내년 초 입주라는 마지막 고지를 남겨놓고 있다. 고지를 넘기 위해서는 마무리 공사비 30만 달러가 필요하다. 이 금액을 마련하지 못 하면 입주일이 또 지연될지 모른다. 만약 고령자들이 2달 뒤 또 다시 ‘부도수표’를 받게 된다면 그때는 어떤 역정을 낼까. 왜 요양원사업에는 ‘어르신을 편하게 모시자’는 구호가 적용되지 않는가. 당사자격인 노인회를 포함한 한인커뮤니티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