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4개국 56개 신문이 전례 없는 공동사설을 싣는다. 인류가 심대한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단호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기후변화는 지구, 그리고 우리의 번영과 안전을 파괴할 것이다. 위험은 한 세대에 걸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14년 중 11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극지방의 만년설이 녹고 있다. 지난해 원유·식량가격 폭등은 다가올 대혼란의 전조다. 그 책임이 인간에 있느냐 아니냐는 더 이상 논란거리가 아니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다. 세계의 대응은 미약하고 분열돼 있다. 수세기에 걸쳐 야기된 기후변화는 영원히 지속될 것이다. 그것을 통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14일 안에 판가름 난다....”
하나의 이슈를 놓고 50여 개의 신문이,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닌 40여 개국에서 일제히 ‘시국선언’을 발표한 것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유엔기후회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게재된 공동사설은 기후문제가 인류 장래에 얼마나 급박한 과제인지 잘 말해준다.
7일부터 열린 코펜하겐회의가 18일 막을 내렸다. 130개국 정상이 참석한 마지막 회의에선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 등 핵심 쟁점에 대해 구속력 있는 합의 대신 내년 협상타결을 위한 정치적 의지를 담은 결정문을 채택했다.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 선언적 의미의 정치적 결단에 합의한 후 세부방안은 추후 협의를 거쳐 보완하는 방식이다.
코펜하겐에서 미국 등 세계 각국이 내놓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약속이 지켜진다 하더라도 지구기온이 향후 10년간 산업화 이전 대비 3℃ 높아져 ‘통제할 수 없는 영역(unsustainable pathway)’으로 들어설 것이라고 유엔은 관측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회의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 하지만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미국과 중국이 배출목표를 밝힌 것은 중요한 진전이다. 미국은 그간 세계 에너지 소비의 1/4을 차지했지만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거부해왔다. 이산화탄소 최다배출국인 중국도 미국 책임론을 들먹이며 버텼다.
캐나다는 온실가스를 오는 2020년까지 2006년 수준에서 20% 감축한다는 입장인 데 반해 유럽국가들은 감축목표의 기준연도를 1990년으로 삼아 감축량을 더 늘려잡아야 한다고 압력을 가하는 실정이다. 캐나다인구는 세계인구의 0.5%에 불과하지만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2%에 이른다. 지구환경 보호와 국익을 조화시키는 데 정부와 국민이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녹색과 환경이 세계의 지배담론이 됐지만 아직 인류는 실천까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변화에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코펜하겐회의는 지구 살리기의 첫 걸음에 불과하다. 기후재앙을 막으려면 국가차원의 노력 외에 앨 고어가 지적했듯 개인의 도덕적 결단이 요구된다. 결국 조금 덜 먹고, 덜 쓰고, 덜 돌아다니는 등 일상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참는 것만이 지구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다.
2009년과 ‘생존자’들의 자축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2009년이 지나가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참으로 힘든 한 해였다. 악몽과 같은 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365일을 1년으로 정해놓고 그때마다 새 마음, 새 자세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값진 것인가를 2009년이 가르쳐준다.
새해경제는 올해보다는 좋아질 것이란 낙관론과 이자율이 오르는 중반기부터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란 비관론이 교차한다. 새해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금년보단 나아질 것이란 점이다. 작년 9월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초상집 분위기였던 캐나다는 지금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과열을 걱정할 정도다. 부동산값은 금융융위기 전보다 더 올라 중앙은행총재가 ‘과도한 대출’에 경고하는 상황이다. 주식가격도 올 봄보다 50% 이상 뛰었다. 올해 초 “자금을 뿌릴 테니 제발 돈을 좀 써 달라”고 ‘사정’한 것에 비하면 엄청난 반전이다. 물론 투기목적으로 달려드는 사람들도 많지만 1년 전에는 그런 사람도 없었다. 경제가 나아질 것이란 믿음 때문에 지갑을 여는 것이다.
그만큼 국내경제는 좋아졌다. 내년에는 2~3% 성장한다. 실업률은 내년 상반기에는 9%까지 올라갔다가 하반기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신뢰지수도 9개월째 연속 상승하는 등 소비심리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경제를 보는 소비자들의 눈이 긍정적인 이상, 경제는 앞으로 나가게 돼 있다.
물론 경제에 봄이 오고 있지만 해빙기를 맞아 곳곳에서 축대가 무너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광경은 한인사회에서 많이 나타날 수도 있다. 기반이 튼튼하지 않은 축대는 겨울까지 견디다가 봄에 무너져 내리는 법이다. 하지만 이 고비를 견뎌내면 2차 대전 이후 최악이라는 금융대지진을 딛고 일어서게 된다. 경기가 나아질 때까지 막연히 기다릴 게 아니라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 지금이 그런 자세를 다질 때다.
2009년을 무사히 넘긴 우리는 ‘생존자’다. 이민생활 중 가장 어려운 시련을 딛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우리를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던 2009년의 막이 이제 서서히 내려가고 있다. 어두운 그림자에서 벗어나는 순간은 자축할 만하다. 생존의 축배를 들면서 경제의지를 더욱 굳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