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한인회장이란 형식적인 자리를 차지하려고 3명의 후보가 각기 20만 달러 이상의 선거비용을 뿌렸다.” 지난 28일 뉴욕타임스는 뉴욕한인회의 ‘돈선거’를 보도, 현지 한인들의 낯을 뜨겁게 만들었다. “한인 두 사람만 모이면 협회를 만든다. 32만여 명이 사는 뉴욕·뉴저지 지역에 1천여 개의 한인단체가 난립해 있다. ‘뉴저지 한인회’ ‘대뉴저지 한인회’ ‘대남부 뉴저지 한인회’ ‘중부 뉴저지 한인회’ 등 왜 쪼개졌는지도 알 수 없는 협회들도 많다. 비슷한 한인회가 난립한 탓에 뉴욕한인회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낮아진다. 그런데도 후보들은 엄청난 돈을 퍼부으며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돈선거’ 비판기사로 뉴욕한인사회는 국제적으로 망신당했다. 극소수 인사들의 몰지각한 행태가 커뮤니티 전체의 이미지를 흐리게 한 것이다.
만약 토론토스타나 글로브앤드메일이 토론토한인회사태를 보도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뉴욕의 돈선거판이 남의 일 같지가 않다. “토론토한인회장이란 형식적인 자리를 놓고 ‘실격후보’와 주류 측은 각기 수만 달러의 변호사비를 쓰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전국에 뿌려진다면 과연 한인들은 제대로 고개를 들 수 있을까. 하는 일도 별로 없는 ‘대표단체’가 커뮤니티 ‘대표망신’을 시킨 지가 벌써 두 달 반 지났다. 그런데도 해결기미는 전혀 없다. 반성의 기색도 없다. 오히려 ‘링 밖의 프로레슬링’으로 일탈하기 시작했다. “선관위가 등록금 1만5천 달러를 돌려줄 테니 이방주씨는 회장출마를 포기하라”느니 일부 선관위원의 ‘이씨 당선 선포’ 같은 ‘코미디 대행진’도 서슴지 않는다. 그들의 안중에 한인회는 간데없고 무슨 수를 쓰든 상대를 누르고 보자는 심보뿐이다.
한인회사태가 이 지경이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호사비 부담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본다. 만약 이사장과 선관위원장의 변호사비를 한인회공금이 아닌 개인돈으로 내게 했다면 싸움이 이토록 커졌을까. 한인회 주류 측은 “공무를 수행하다 소송당했으니 공금으로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전계획설’에서 보듯 선관위의 공정성이 의심되는 행동까지도 공무로 봐줘야하는 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많은 이들이 선관위가 공정·중립성을 지켰다면 이런 소송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등록금을 돌려줄 테니 출마를 포기하라는 제의도 그렇다. 후보사퇴를 흥정하는 게 선관위가 할 짓인가. 이런 ‘도떼기시장판’ 같은 제의를 하려고 몸값 비싼 변호사와 만나는가.
한인회 변호사비는 이제 곧 인정신문에 들어가면서 크게 늘어날 것이다. 정부지원금을 받는 가난한 단체가 거금을 감당할 능력이 있을까. 명분 있는 일이라면 그래도 한인사회 차원에서 힘을 보태줄 수가 있겠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오기싸움에 지나지 않는다. 변호사비 지출에 어떤 제한을 둬야 한다고 본다. 공금은 공돈이 아니다. 한인회는 지금까지 변호사비로 얼마를 썼고, 앞으로 얼마를 더 써야하는지를 회원들에게 분명히 밝혀야 한다. 임기가 다 끝나가는 회장과 이사장이 법정투쟁에 이토록 연연하는 점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방주씨 측도 대오 각성해야 한다. 선관위와 이사회 측이 어떻게 나오든 하루빨리 소를 취하해야 한다. 그것만이 한인회와 이씨 본인이 살 길이다. 이씨에 대한 동정론도 적지 않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더 이상 한인들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려 해선 안 된다.
불경기일수록 도전정신을
차 구입자가 실직하면 차를 반납해도 된다는 현대자동차의 '바이 백' 프로그램이 북미시장에서 화제다. 현대는 경쟁업체의 허를 찌르는 기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미국시장에서 예상외의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월 판매고가 전년 동기에 비해 37% 감소한 미국 자동차시장에서 오히려 14% 성장했다. 현대는 캐나다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3월 국내 자동차판매고는 12만8천여 대로 1년 전에 비해 15% 줄었지만 현대는 25% 늘었다. 기아차도 올 1분기 ‘플러스’ 행진 중이다. 한국차의 질주는 고환율이 주요인이지만 한국기업 특유의 '극성스런' 마케팅도 큰 몫을 했다. ‘바이 백’이 큰 반향을 일으키자 GM과 포드가 자존심을 버리고 ‘현대차 흉내내기’에 나설 정도다.
한국 휴대폰도 '불황 속 호황'을 구가한다. 세계 1위의 노키아가 1,700명의 감원과 순환근무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모토로라가 시장점유율이 1년 새 절반으로 줄어들었지만 삼성·LG전자는 불황기를 이용해 오히려 성장에 가속도를 낸다. 환율도 환율이지만 경쟁업체보다 빠른 신제품 개발에 ‘목숨을 거는’ 기업문화 덕이다.
한국기업의 공격적이고 기죽지 않은 마케팅 전략은 불경기로 위축된 한인비즈니스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불경기라고 모든 비즈니스가 내리막길을 걷는 게 아니다. 경제가 힘들수록 움츠러들기보다는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자본력이 있어도 주위 환경을 탓하며 호황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비즈니스는 살아남기 어렵다. 자본력이 모자라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고안해 내는 등 새로운 활로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비즈니스가 결국 성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