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이 29일 경복궁 앞뜰에서 국민과 영결(永訣)한 뒤 고향 봉하마을 품에 안겼다. 풍운아의 삶을 살다가 극단적 방법으로 생을 마감한 고인의 마지막 길을 보면서 안타까움과 함께 한국정치의 비극적 실상을 또 한 번 목격하는 참담함을 느낀다. 한국역사에서 청와대 역사보다 더한 비극이 있는가. 지난 60여 년 동안 한국은 9명의 대통령과 1명의 수상을 배출했지만 모두 역사에서 돌팔매당하거나 독재자로 낙인찍혔다.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박사는 쫓겨났고 박정희 대통령은 피살됐다.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감방에 갔고 김영삼·김대중 대통령은 아들을 감옥에 보내는 비운을 맛보았다. 대통령 자신뿐 아니라 자녀들까지도 불행해진 게 청와대의 역사다. 비극 중에도 가장 비극의 주인공은 노무현 대통령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한국은 물론 해외한인사회도 충격과 비탄 속으로 몰아넣었다. 개인의 비극을 넘어 한국의 비극이다.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뭐가 잘못된 것인가.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가야할 길이 있다.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대통령들은 하나같이 처음에는 정치를 잘하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해놓고는 불신만 심어놓았다. 대통령의 길을 보여주지 못 했기 때문에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불행을 겪었다.

노무현시대는 공과가 교차한다. 기득권층보다는 사회적 약자를,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을 더 배려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지방분권의 씨를 뿌렸고 권위주의 타파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국가권위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정파 간의 분쟁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안타깝지만 고인의 업적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흐려져서도 안 된다.

대통령의 얼굴은 한국인의 얼굴을 대표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고 해외한인사회를 대표하는 한국인의 얼굴이다. 한국인이 지지하든 비난하든 상관없이 대통령의 얼굴은 결국 한국인의 얼굴이다. 한국인이 선택한 한국인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국민도 국민으로서 해야 할 도리가 있다는 말이다.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모든 것을 의지한다는 것은 역사적인 시각으로 보면 ‘네 탓’만 있고 ‘내 탓’은 없는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이 유서에서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고 한 것은 이런 시각에서 봐야하지 않을까.

훌륭한 국민이 훌륭한 대통령을 탄생시킨다. 한국인에게 존경받는 대통령이 없는 것은 정치인만의 책임이 아니다. 지난 60여 년의 역사에서 국민들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많다. 훌륭한 대통령을 찾는 일 못지않게 훌륭한 국민이 되는 일이 이제는 더 중요하다. 그것이 앞으로 또 있을지도 모르는 대통령의 비극을 막는 길이 아닐까.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분열과 갈등이 아닌 관용과 통합의 계기로 만들어야 할 궁극적인 책임은 한국민에게 있다.

단체운영법 이렇게 다를 수가

무궁화사랑모임(무사모)과 온주실협 협동조합(도매상)은 설립연도와 규모 및 운영 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전자는 불과 6년 전에 창설된 동호회 수준의 작은 단체인 반면 후자는 26년 역사에 연매출 1억 달러가 훨씬 넘는 한인사회 최대의 경제단체다. 하지만 하는 일을 보면 정반대다. 무사모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반면 협동조합은 ‘유에서 무를 지향’한다. 단체를 운영하는 솜씨가 달라도 어째 이렇게 다를 수 있는가. 최근 본 한국일보에 보도된 두 단체의 ‘업적’을 비교해보자.

지난 2003년 한국 국화(國花) 무궁화를 이 땅에 널리 알리자는 취지로 결성된 무사모는 토론토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 하나로 꼽히는 에드워드가든 등 40여 공원에 무궁화를 심는 등 활발한 보급·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3년 전에는 ‘토론토의 광화문 거리’인 유니버시티 애비뉴 중앙분리대에 무궁화 묘목 65주를 심는 ‘위업’을 달성하기도 했다. 시당국이 토론토 심장부에 특정식물 심는 것을 허락하기는 소수민족 중에 한인이 처음이었다. 돈도 별로 없고 회원도 얼마 안 되는 무사모가 눈부시게 활약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 김병선 공동회장을 비롯한 임원진과 자원봉사자들의 땀과 노력 덕분이다. 특히 김 회장은 후보지 선정을 위해 새벽부터 묘목장으로 달려가고 시청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필사적인 작전을 펴는 것으로 유명하다. 리더의 집념과 회원들의 단합이 어우러지면 못 이룰 게 없다는 것을 무사모가 생생하게 보여준다.

반면 협동조합은 어떤가. 덩치만 컸지 무사모와는 너무나 딴판이다. 이번 본점매장 건을 예로 들면 황당함을 넘어 기가 찰 노릇이다. 조합의 앞날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매장 매입·이전 건과 관련, 운영이사장이 ‘이사회와 상의도 하지 않고’ 리스연장 옵션을 행사하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안석권 이사장은 단독으로 결정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단독이냐 복수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사회 같은 공식모임에서 신중검토한 후에 주주총회에 회부해야 할 중대사안을 변호사 한 명을 통해 처리하려 했다는 점이다. 조합을 개인사업체로 착각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과오를 범할 수 있을까. 조합 운영책임자의 오판 내지는 월권으로 조합은 이전하고 싶어도 못 하고 불리한 조건에서 리스 재계약협상을 벌여야 하는 기막힌 신세로 전락했다. 일부 이사들은 이사장 인책론을 들먹이며 해임 운운하지만 버스가 지나간 후에 손 흔드는 꼴이다. 이번 조합 건은 단체운영에 있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웅변하는 케이스로 다른 단체들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