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개월간 토론토한인사회에서 공해적 존재였던 한인회사태가 마침내 종식됐다. 한인회선관위는 26일 단독후보인 백경락씨의 무투표당선을 최종 확정지었다. 이로써 후보등록 마감 직전 출사표를 던진 백 후보가 앞으로 1년 반 동안 국경태·김진영 부회장 당선자와 함께 한인회를 이끌어가게 됐다. 이번 선거는 경선을 앞두고 이방주 후보의 전격사퇴와 단독후보에 대한 인준투표 여부로 한때 신경전이 벌어졌지만 별 문제없이 일단락됐다. 지난 40일간 한인회 정상화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많은 교민들과 한성택 운영위원장 등 임시운영위원들의 노고 덕분이다.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이들의 중립성 여부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지만 이 후보 등록금을 즉시 반환키로 결정하는 등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고 노력한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본다.
올해 초 선관위의 이방주씨 실격판정 이후 연이어 터진 비상식적 행태와 진흙탕싸움으로 한인회이미지는 실추될 대로 실추됐다. 많은 이들이 “한인회라면 다 지긋지긋하다”고 손사래를 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 제발 망신스런 해프닝이나 벌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인회는 더 이상 떨어질 바닥도 없다. 새로 출범하는 ‘백경락호’는 이런 불신감과 무관심의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 업무를 시작해야 한다.
왜 불신임을 당하는가. 왜 무관심한가. 제 본분을 못 찾고 제 할 일을 못 했기 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한인회는 봉사단체다. 한인회장은 ‘대표봉사자’다. 대표봉사자에게 가장 먼저 요구되는 것은 군림하려는 자세가 아니라 순수하게 봉사업무에만 매달리는 자세다. 순수한 봉사활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캐나다한인여성회가 하는 일을 유심히 보면 된다. 거기에 모범답안이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하나의 친목단체에 불과했던 여성회가 자선단체 지위상실이란 위기를 딛고 한인사회 최대의 봉사단체로 도약하게 된 것은 오로지 봉사업무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여성회는 매년 2만여 건에 달하는 정착·취업·가정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여성은 물론 남성이용자도 크게 늘었다. 여성회의 각종 프로그램에 사람들이 몰리자 연방정부의 지원금도 매년 증액됐다. 작년 예산은 50만 달러 선으로 한인회보다 거의 1.5배 많다. 여성회가 이런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2세들을 대거 기용한 덕으로 한인회 차기회장단도 유능한 1.5세 및 2세 영입문제를 적극검토하기 바란다.
새 출발하는 한인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인들의 관심과 성원이 절실하다. 사실 ‘백경락호’에 여러 과제를 제시하고 분발을 촉구하고 싶지만 한인들이 계속 냉소를 보내고 외면한다면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아무리 한인회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일단 도와줄 것은 도와주되, 잘못한 일들은 비판하자는 것이다. 무조건 비판만 하면서 일을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한인회가 오늘날 저 모양이 된 것은 회원들에게도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는 말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반 년 이상 홍역을 앓은 한인회는 이젠 뭔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한인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백 차기회장은 낮은 봉사자의 자세를 한시라도 잊지 말고 한인회 본연의 업무에만 매진해주기 바란다.
전 한인이 ‘한국홍보대사’ 역할을
글로벌경제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고 캐나다경제도 올 3분기를 기점으로 플러스 성장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9월 미국발 ‘금융쓰나미’로 세계가 공포에 떨었던 사실을 떠올리면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니다. ‘생존자’로서 자축할 만한 순간이다. 하지만 경제에 봄은 오고 있지만 해빙기를 맞아 곳곳에서 애써 쌓아놓았던 축대가 무너지는 상황도 동시에 목격하게 될 것이다. ‘혹한의 상처’가 깊었던 만큼 후유증도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인경제의 경우 특히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관광객과 유학생 및 신규이민자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이다. 자축과 함께 비장한 각오도 다질 때다.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캐나다를 방문한 한국인은 19만8천 명으로 전년대비 7.5% 감소했다. 관광시즌이 시작되는 지난 5월의 방문자는 1만5천 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천 명 줄었다. 지금까지의 추세를 보면 올 한 해 총 방문자는 작년에 비해 크게 떨어질 전망이다. 신규이민자와 유학생도 하향곡선을 그린다. 2005~2007년 이민자는 연 평균 6천 명 선으로 2000년대 초에 비해 20% 이상 격감했다. 유학생도 2006년 1만4천여 명으로 전년대비 14% 늘었다가 2007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막연히 경기가 풀리기를 바라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인회총연합회와 각 지역한인회 및 일반단체들이 이 문제를 위해 적극 나서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인상권의 문제는 좁게는 개인비즈니스 문제지만 넓게 보면 한인사회 성장과 직결된 문제다. 때문에 이들 단체들이 연방정부의 협조를 받아 한국에 캐나다 홍보캠페인을 벌이는 등 공동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 발효된 오픈스카이 홍보일환으로 ‘유학박람회’와 ‘캐나다방문의 해’ 같은 행사를 추진해봄 직하다. 한국인 이민확대안에 대해서도 함께 연구해야 한다. 범커뮤니티적 과제를 헤쳐 나가기 위해 전 한인이 ‘한국홍보대사’의 역할을 한다는 자세로 임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