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재해 같은 긴급구호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조직과 자금력 및 기동성을 함께 갖춰야 하는 관계로 준비된 기구나 사회만이 가능하다. 토론토한인사회가 미얀마·중국 이재민 돕기운동을 벌인 지 불과 40일 만에 약 13만 달러(본사 접수분 6만2,500달러)를 모금한 것은 한인사회가 '준비된 사회'라는 것을 보여준다.
국제구호기관인 캐나다월드비전 측이 "한인들의 사랑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한 것은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특히 이번 캠페인의 의미를 더해주는 것은 토론토의 그 많은 소수민족 커뮤니티 중에서 한인사회가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물론 중국계 커뮤니티가 대대적인 모금운동을 벌였지만 피해당사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타민족으로는 한인들만이 '인류애 캠페인'에 선뜻 나선 것이다. 이번 캠페인이 성공한 것은 특히 교계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이다. 본한인·가든·밀알·밀알 등 한인교회는 인종과 신앙을 초월한 이웃 사랑을 몸소 보여줬고, 많은 한인업소와 단체들이 경제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동참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그 사회의 품격을 드러내는 일로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캠페인을 마감하면서 우리는 또 하나의 모금운동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바로 '제1회 장애인·가족 여름캠프' 모금운동이다. 하나의 캠페인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새 행사 후원을 거론하는 것은 모양새가 그렇지만 자금을 조달할 길이 달리 없기 때문이다. 본 한국일보와 DY&파트너스 주최로 다음달 6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여름캠프는 시설 사용료만 1만9천 달러로 지난달 후원디너 수익금을 감안해도 1만4천여 달러가 모자란다. 이번 행사에는 장애인들과 가족 및 봉사자 등 140여 명이 참가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장애인들과 가족들에게 재활의 꿈과 용기를 심어주는 뜻 깊은 자리다. 이들은 한인사회에서 처음 열리는 캠프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바 한인사회가 보다 많은 관심을 보여줌으로써 이들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의 품격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캐나다엔 왜 광우병 공포가 없나
최근 BC주에서 13번째 광우병 소가 발견된 가운데 지난 29일에는 미시사가의 한 보건센터에서 인간광우병이 의심되는 한 남성이 치료중이라는 기사가 국내 일부 신문에 실렸다. 한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열흘간 광우병과 관련해 2건의 초대형 뉴스가 터진 셈이다.
그런데도 캐나다는 조용하기만 하다. 연방식품검사국(CFIA)은 "광우병 소는 2003년생으로 오염사료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라는 내용의 간단한 발표문 하나를 내는 데 그쳤다. '인간광우병'과 관련해서는 미시사가 지역신문과 전국지 글로브앤드메일이 단신 정도로 보도했고 대부분 언론은 아예 취급하지도 않았다. 광우병에 '올인'하는 한국과 너무 대조적인 모습을 보며 의아해 하는 한인들이 적지 않다고 본다.
광우병이 국민 건강에 위협적인 요소인가에 대해 캐나다 정치인들은 한마디로 "노"라고 말한다. 반면 과학자들은 아직도 광우병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확실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국내 쇠고기 안전성에 신뢰를 갖는 것은 국제적으로 검증된 정부의 조사와 언론의 냉정한 자세 덕분이다. 특히 국내언론은 자칫 국민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도 있는 광우병 보도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설사 보도를 한다 해도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같은 자극적인 장면은 싣지 않고 국내산에 대한 엄격한 검사 등 안전성 부각에 중점을 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반정부 성향의 TV 방송들이 스산한 음악을 배경으로 '다우너 소' 영상을 반복 방영함으로써 광우병 공포가 크게 확산됐다. '다우너 소'는 광우병을 포함한 각종 질병에 감염됐을 위험이 일반 소보다 높지만 광우병 가능성은 거의 없다.. 캐나다에서 '다우너 소' 쇠고기 리콜의 위험도는 2등급으로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식중독 우려 리콜에 적용하는 1등급보다 낮다.
캐나다에서는 또 한국에서 '공짜로 줘도 안 먹는' 30개월 이상 미국 쇠고기가 수 년째 시판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쇠고기는 대형 프랜차이즈 등 일부 음식점에서 파는 햄버거의 재료로 쓰인다. 그럼에도 이를 문제시하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는 없다. 광우병 원인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편도, 소장 끝, 머리뼈 등 특정위험물질(SRM)이 제거된 상태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SRM이 제거됐다면 30개월 이상과 미만은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다.
세계적으로 인간광우병이 문제가 된 것은 96년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광우병 위험성이 훨씬 낮아졌다. 원천적으로 동물성 사료를 금지시켰고 소의 나이까지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리지 않을까 염려하는 시각으로 다른 식품들을 본다면 우리 주변에 '위험물'은 널려 있다. 캐나다에서까지 쇠고기문제로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