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캐나다는 기회의 땅이 아니라 고난의 땅이었다. 30대 후반에 이민, 농장과 도매상 등 생업전선에서 20여 년간을 밤낮으로 뛰었지만 사정은 갈수록 악화했다. 이민 초기 교통사고로 첫딸을 잃었고, 60이 넘어서는 정부보조금에 의존하게 됐다. 그의 좌절과 고통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30대 초반의 장남은 당뇨로 건강이 좋지 않고, 교통사고와 지병으로 고생하던 부인은 요양 차 한국으로 떠났다. 게다가 본인마저 뇌졸중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생계는 더욱 막막해졌다. 벼랑 끝에 선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캐나다드림을 좇아 이민까지 와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19일 자택 인근 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토론토 이수일(65)씨의 경우, 안타까움을 넘어 기구한 운명에 할 말을 잃게 된다.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남은 가족을 생각한다면 결코 인생을 포기하지는 말았어야 했다. 그렇게 떠나면 가족의 가슴에 영원히 못을 박는 게 아닌가. 주변인들에 따르면 이씨는 평소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근년 들어 생계가 힘들어지고 건강악화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민사회라는 게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친척이나 친구가 없어 외톨이생활을 하기 쉬운 현실이고 보면 자살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은 적지 않다.

자살예방을 위해 두 가지 사실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첫째, 주변상황보다는 정신건강이 자살을 초래한다는 점이다. 생활고, 불치병, 사업실패, 가정파탄 등으로 절망감과 무력감이 최고조에 달할 때 자살을 시도한다.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 처한다고 누구나 자살하는 것은 아니다. 자살을 기도한 사람 4명 중 3명은 우울증 환자다. 한인사회 차원에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을 적극 계몽해야겠다. 둘째, 자살은 보통 자살기도 여덟 번에 한 번 꼴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그 여러 번의 시도 중에 누군가가 개입하면 자살을 방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또 자살징후를 보이는 사람들을 가능한 한 정신전문의에게 상담받도록 해야 한다. 전문의들에 따르면 "허튼 생각말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충고는 오히려 죽음으로 내모는 위험한 말로 주의해야 한다. 대신 "왜 죽으려 하느냐, 어떻게 죽으려 했느냐"고 찬찬히 물어 억눌린 속마음을 표출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이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하면서 착잡하게 느끼는 한인들이 많겠지만 한편으로 유족을 향한 온정이 밀물처럼 오는 것을 보면서 위안을 삼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듯하다. 장례비용이 걱정된다는 본 한국일보 보도에 묘지 양도 의사를 밝힌 사람이 있고, 교계와 여성회 등 단체들도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서로 도와주는 아름다운 모습이 되살아난 것이다. 한인들의 따뜻한 사랑이 유족의 슬픔과 아픔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져 이들이 건강한 사회 일원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언제 경기 풀리나" 소극자세 탈피를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어두운 소식뿐이다. '캐나다 부동산시장 본격침체' '경제성장 급격둔화' '기로에 선 온주경제' 등 비관적인 기사가 주류를 이룬다. '미국경제가 최악국면을 벗어났다'는 일부 보도에 "무슨 소리냐. 이제 시작"이라며 반박하는 전문가들도 더러 있다.

불경기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일본의 2분기 경제성장은 전 분기 대비 0.6% 감소, 경기회복세가 6년 만에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연합은 9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고, 중국도 주가폭락과 물가급등으로 이미 경고음이 켜진 상태다. 지난 7~8년간 쌓인 거대한 거품이 지구촌 곳곳에서 빠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신용경색이 금융위기 국면이었다면 이젠 실물경제가 침체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고유가 여파로 소비심리마저 냉각, 글로벌경제가 장기간 바닥을 기게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그간 캐나다경제는 인플레 위험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호시절은 끝났다는 보도가 줄을 잇는다. 특히 온타리오주는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았다. 고유가는 캐나다화 가치를 크게 높였지만 수출품 가격도 덩달아 올려 온주의 가격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졌다.

내년에는 경기가 좀 풀리려나 하고 기대를 거는 것은 이제 매너리즘에 속한다. 경기가 풀릴 때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나무 밑에서 열매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세다. 현재와 같은 어려움이 수 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이번을 체질개선의 기회로 삼는 등 적응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자세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