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지령(紙齡) 8천 호를 맞았습니다. 지난 71년 캐나다에 녹색 깃발을 내건 지 37년 만에 도달한 고지입니다. 또 오는 1일은 창간 37주년으로 불과 사흘 간격으로 두 개의 '마라톤 테이프'를 끊게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에게도 자랑스러운 이날을 자축하기에 앞서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초창기부터 계속되어온 한인사회의 끊임없는 성원과 질책, 한국일보 전·현직 사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바로 오늘을 있게 해주었습니다.

한국일보 역사에는 지루한 페이지가 없습니다. 창간 후 숱한 신문들이 도전했고 때로는 기사문제로 유형무형의 압박도 많이 받았습니다. 우편파업으로, 재정난으로 여러 차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굴하지 않고 견뎌냈습니다. 독자들께서 한국일보를 지켜주고 아껴준 덕분입니다. 상록의 신문 한국일보는 개척과 용기의 기치를 영원히 접지 않을 것입니다.


접지 않을 상록의 기치

지령 8천 호는 바로 캐나다한인사회의 나이테이기도 합니다. 신문이 사회의 거울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한인사회 역사는 한국일보 창간과 함께 기록되었고 지난 37년간 질풍노도의 격랑을 함께 헤쳐 오면서 하나로 성장해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늘 새로운 8천 호를 향한 마라톤 출발점에서 심호흡합니다.

신문이 위기라고 합니다. 클릭 한번으로 채널이나 사이트를 바꾸는 세상에 신문같은 '거북이'가 살 길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신문 본연의 기능을 생각하면 다릅니다. 인터넷시대가 전진될수록 신문다운 신문의 필요성은 커집니다. 지금 범람하는 인터넷 미디어는 저널리즘이 아니라 상업성으로 가득 찬 비즈니스입니다. 신문은 사건의 본질을 꿰뚫는 논평, 비판정신이 번득이는 고발, 부정과 사회악에 대한 감시가 본업입니다. 포털사이트가 아무리 재미있는 실용정보를 제공한다 해도 언론 본연의 기능을 대신할 수가 없습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자의 몫이고 언론의 영역입니다.

한국일보는 작은 커뮤니티의 여러 제약에도 불구, 주6일 발행 일간지로서 저널리즘에 충실한 차별화된 정보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속보보다는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어 커뮤니티 길잡이와 대변지로서의 사명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동영상 뉴스에 충실을 기하는 등 인터넷 신문도 더욱 발전시키겠습니다. 우리의 이런 다짐은 독자 여러분께서 한국일보에 더욱 많은 성원을 보내주실 때 속도가 붙을 것입니다.


신문 읽기가 사회경쟁력

선진국일수록 신문을 많이 읽습니다. 세계에서 읽기 문화가 가장 발전한 핀란드를 예로 듭니다. 핀란드가 90년대 불황과 사회 혼란을 극복하고 유럽 최고 수준으로 삶의 질을 높인 것은 읽기 문화가 확산된 덕입니다. 현재 핀란드 전체인구의 87%가 일간지를 봅니다. 읽기 문화가 발전하면 국가경쟁력이 높아집니다. 일본은 3년 전 활자문화진흥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활자매체 대국이자 신문 발행부수도 세계 최고수준인 일본이 법까지 도입한 이유는 신문 읽기가 국가경쟁력과 닿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우리 한인사회도 신문 구독률이 뛰면 세계 한인사회 중 경쟁력이 가장 높아질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과거 영어신문도 발행해 보았지만 구독자가 별로 없어 중도에 그만 두었습니다. 앞으로 영문판을 낼 엄두를 못 냅니다. 따라서 자녀에게 영어나 불어 외에 한국어를 가르쳐 인터넷 등에서 한글신문들을 읽게 해주십시오. 자녀들의 사회경쟁력이 강화하고 궁극적으로 한인사회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한국일보는 이제까지 8천 호가 나왔습니다. 지면이 같은 날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매일 바뀌었습니다. 항상 새 물결입니다. 그래서 한국일보는 항상 젊습니다. 신문이 늙지 않는 한 녹색의 언론정신은 나이를 먹지 않고 이끼가 끼지 않을 것입니다. 그간 한국일보에 변함없는 사랑과 격려를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과 광고주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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