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여전히 안개다. 안철수 바람이 분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의 정치이념이나 대선 로드맵은 불투명하다. 이것이 그의 생존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국민에 대한 예의는 결코 아니라고 본다. 국민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안개 속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 화장으로 떡칠한 모습이 아니라 생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국민들이 제대로 판단할 게 아닌가.

한 나라의 지도자에게는 여러 가지 자질이 요구된다. 판단력과 결단력, 추진력이 있어야 한다. 상황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그 상황을 장악할 능력이 필요하다. 용기, 신념, 정직이 지도자의 덕목이다. 국민을 단합시키고 신뢰감을 주는 인격의 힘이 리더십이다. 그간 안철수가 보여준 리더십은 무엇인가.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이리 갈까 저리 갈까 차라리 돌아설까’가 아닌가. 상황 장악과 결단력, 신뢰감과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인기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잘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요행이나 음모로 성취할 수 있는 자리는 더더욱 아니다. 단순한 포부는 야심에 불과하다. 지식과 경륜의 축적이 있어야 한다. 대통령학의 수련이 불가결한 이유다. 옛날의 왕들은 어릴 때부터 제왕학으로 교육되어 왕위에 올랐다. 요즘 시대도 마찬가지다. 안 원장은 지금까지 대통령학을 탐구한 적이 있는가. 대통령학 탐구보다는 출마시기를 저울질하거나 청춘콘서트 출연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게 아닌가.

안철수는 안개 속을 헤매고 있지만 그의 실체를 들여다보기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의 친구나 주변 인물들을 보면 안 원장이 어떤 사람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다. 유유상종이기 때문이다. 그의 우군(友軍)으로 흔히 박원순 서울시장, 박영숙 이사장, 김근식 교수, 박경철 원장, 송호창 의원, 방송인 김제동 등을 꼽는다.

박원순은 국가보안법 폐지론자이며 천안함 폭침의 책임이 이명박정부에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다. 박영숙 이사장은 여성운동권 원로로 미군 없는 한반도를 적극 준비해야 한다는 반미주의자다. 경남대 김근식 교수는 햇볕정책 이론가로 얼마 전 천안함 폭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범인이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 종결이 이뤄진다.” 김정일이 사망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매듭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 원장이 이런 희한한 견해에 동의했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그런 사고를 지닌 사람에게서 ‘북한 수업’을 받았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안 원장은 자신은 이념에 편향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가깝게 지내는 사람 중에 좌파나 종북파로 분류되는 사람들이 많다.

남북이 대치한 한국에서 대통령은 나라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자리로 무엇보다 안보관이 확고해야 한다. 하지만 안 원장은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북핵, 김일성 일가 세습독재 등에 대해 찬반의견을 밝힌 적이 없다. 수많은 강연과 인터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다. 한국정치인으로 있을 수 없는 현실도피다. 안보문제보다는 청춘콘서트에 더 관심이 많다면 차라리 대통령보다는 방송인이 되는 게 본인 적성에도 더 맞지 않을까.

현재 야권에서 대선 출마의사를 밝힌 사람은 6~7명으로 모두가 나름대로 선거를 통해 검증을 받은 정치인들이다. 하지만 안 원장은 검증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대선이 불과 5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침묵하는 걸 보면 검증이나 창당보다는 영입이나 흡수합병(M&A)을 노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그가 대선 출마선언을 가급적 끝까지 미루다가 야권이 단일후보를 만들려 할 때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벤처기업의 달인이 흡수합병을 하지 뭐 하러 창업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무임승차 전략은 이미 지난 서울시장선거에서 약발이 입증된바 있다.

민주시대에 누구나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해서 아무나 대통령이 되어도 괜찮은 게 아니다. 너도 나도 대통령하려고 나서는 나라는 불행하다. 굳이 대통령이 아니라도 각자 역량에 맞는 본분이 있지 않은가. 안 원장은 대통령직이 본분이라고 생각한다면 만사 제쳐놓고 먼저 출마선언을 한 후에 정정당당하게 검증부터 받아야 한다. 그런 자세와 각오 없이 안개 속에서 계속 통박만 굴린다면 국민들에게 피곤한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것밖에 안 된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