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또 다시 불황 직전에 와있다. 최근 미 중앙은행 발표에 의하면 9월말 현재 미국의 경제성장은 미미하게나마 계속되지만 둔화일로에 있다. 연초만 해도 비교적 밝은 전망이었던 세계경제가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전혀 예기치 못했던 두 가지 경제 외적인 돌발변수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이는 다름 아닌 북아프리카의 민주화바람이 가져온 금년 봄의 유가 급등 및 일본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가져다준 미국제조업계(특히 자동차산업)에 미친 타격이었다. 이로 인해 2.8% 정도로 예상되었던 미국의 성장률은 전반기에 1% 선으로 급락했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상한 연장에 사회보장 지출의 막대한 삭감과 고소득층에 대한 세금인상 결사반대의 조건을 내걸고 오바마정부의 발목을 잡은 극우파인 공화당 지도자들이었다.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국가부채도 함께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으로 역대 대통령 임기 중 부채상한 연장이 두세번씩 있는 것은 기정사실로 간주돼왔었다. 때문에 공화당의 갑작스런 발목잡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부채상한 연장이 안 되면 국가부도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세계의 눈은 미국의 국가부도 가능성까지 직시하게 되었다. 이런 워싱턴 정가의 서커스는 미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켜 실물경제활동을 더욱 위축시켰다.
미국경제가 비틀거리는 동안 유럽에서는 그리스가 부도 직전에 이르렀고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까지도 구제금융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도달하였다. 그리스나 다른 재정적으로 취약한 유로존국가들이 부도를 내면 이 나라들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들의 자산이 부실해져 은행들은 대출능력을 잃게 된다. 신용경색(이른바 동맥경화) 현상이 나타나 실물경제가 위축되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불황에 빠지면 세계경제도 불황을 피할 수 없다.
중국마저도 인플레 억제정책으로 경기 하강현상이 계속된다. 작년까지만 해도 10%를 넘는 성장률을 보이던 중국이 금년 상반기에는 9% 대로 내려앉더니 금년 4분기와 내년 1분기에는 8% 밑으로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이는 중국정부가 추구하는 연착륙의 성공을 의미하지만 만일 성장률이 더 급속히 떨어지면 문제는 달라진다.
세계경제가 다시 불황의 늪으로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떠한 대책이 요구되는가? 미국이 할 수 있는 것은 2008~2009년 대불황에서 탈출했을 때와 똑같은 정책을 쓰는 것이다. 저 이자율을 유지하기 위한 통화팽창정책과 정부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을 쓰는 것이다. 무슨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게 아니다. 일부에서는 특히 공화당은 이것은 지금까지 해봤자 듣지 않은 정책이 아니냐고 주장하겠지만 사실은 이것이 지난번 대불황에서 탈출을 가능케 한 정책이었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는 것이다. 아니 알면서도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그들은 돈을 더 풀면 경기는 회복되지 않고 인플레만 불러온다고 억지를 부린다.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데 어떻게 인플레가 있을까? 또는 지금 당장에는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인플레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한다. 지금 가뭄이 들어 난리가 났는데 비가 많이 내리면 홍수가 날지 모르니 비가 내리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인플레에 대한 정책은 경기 회복 후에 쓰 면 되는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돈을 그렇게 많이 풀었는데 인플레는 그림자조차 찾아 볼 수 없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경기가 빈약하면 돈이 돌지 않기 때문에 인플레가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많은데 정부 지출을 더 이상 늘려서야 되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는 경기가 회복돼 세수입이 늘어야 가능하다. 일시적인 재정적자의 증가를 감수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국민소득 대비 재정적자비율(8.7%)과 국가부채비율(92%)은 넉넉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약이 입에 쓰다고 먹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선진국(일본 226%, 영국 80%, 불란서 82%, 독일 83%)과 비교할 때 미국의 부채비율은 결코 높지 않다. 순이자 부담이 정부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 정도다.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쓸 만한 여유가 충분히 있다.
최근 오바마정부가 의회에 제출하자 공화당이 정치적인 책략 하에 결사반대하고 있는 고용 창출법안(Jobs Bill)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요구된다. 고소득층 세금을 과감히 올려 필요한 재정지출의 재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공화당은 오바마정부가 지나친 적자재정으로 나라살림을 망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당 클린턴정부 당시의 4년 연속 재정흑자를 순식간에 재정적자로 돌려놓은 장본인이 공화당의 부시정부였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현 재정적자와 기록적인 국가부채의 원흉은 불필요한 이라크전쟁을 시작한 부시정권이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현 적자재정을 불가피하게 만든 2008년의 금융위기도 부시정부의 방만한 금융 규제감독 탓이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공화당은 입이 열 개라도 현 정부의 정책을 비판할 처지가 못 된다.
유럽은 문제해결이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유로존 재정제도 개혁과 단기적으로는 금융위기 확산방지를 위한 유로존 차원의 구제금융을 병행해야 할 것 같다. 구제금융은 한편으로는 은행의 부실화를 막기 위한 자본확충을,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나라들의 부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이것은 기존의 유럽금융안전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의 수준을 훨씬 능가할 뿐더러 유로존 차원의 채권(Eurobonds)을 발행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세워져야 할 것이다. 유로본드 발행을 통해 이 두 가지 차원의 구제금융에 필요한 재원조달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빠른 시일 내 해결할 수도 없다. 독일과 불란서가 주축이 되어 추진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 다른 15개국의 합의를 도출해야하는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경제가 수렁에 빠지면 온 세계를 같이 끌고 들어갈 것이기 때문에 유럽은 국제적인 압력에 방관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해결은 되겠지만 세계불황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신속하게 이뤄질지, 아니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필자 유종수, Ph.D.
경제학박사/재정상담가(DY & Part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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