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개월 동안 북미경제는 비교적 순탄한 길을 걸어왔다. 작년처럼 연초에 난데없이 나타난 아랍의 봄이나 일본 대지진 같은 돌발변수가 없었다. 단지 끊임없이 북미경제를 괴롭히는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세계금융시장의 불안만이 커다란 해외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행히도 유럽 금융위기는 북미경제의 완만하지만 꾸준한성장을 막지 못한다. 이러한 거북이걸음 성장은 일반서민들이 피부로 느낄 정도는 못 되지만 실업률은 꾸준하게 하향곡선을 그리며, 소비지출도 서서히 회복 중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과 캐나다 중앙은행의 꾸준한 통화팽창정책과 이들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덕이다. 금년 들어서도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자 미국, 유럽연합, 일본, 영국을 포함한 각국 중앙은행들은 통화 팽창의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유럽중앙은행은 부실한 유럽 국채를 안고 있는 유럽 대형은행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독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액수의 채권 매입을 통해 통화량을 홍수처럼 풀어놓았다. 이로 인해 유럽은행들은 일단 숨통이 터이게 되었다. 대부분의 유로존 국가들은 실물경제의 불황을 피할 수 없지만 세계금융시장은 당분간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대형 악재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웠던 미국경제는 제조업 활성화에 힘입어 꾸준한 성장을 계속했다. 고용이 꾸준히 상승하고 실업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진다. 기나긴 동면에서 좀처럼 깨어날 줄 모르던 주택경기도 최근에는 서서히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징조가 나타난다. 풍부한 유동성과 꾸준한 실물경기 회복에 힘입어 미국주식시장은 가파르게 올라 3월말에는 금융위기 이전의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미국경제 상승에 힘입어 캐나다경제도 꾸준한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지속적인 고용창출로 인해 실업률도 내려간다. 그러나 캐나다주식시장은 실물경제의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 원자재가격의 약세 때문이다. 중국을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의 인플레 억제정책은 이들 국가의 성장률 둔화를 가져왔다. 특히 중국경제 둔화는 원자재가격의 침체를 불러와 캐나다주식시장의 활력소를 앗아갔다. 한동안 미화대비 강세를 보였던 캐나다달러가 요즘에는 1불 선상으로 내려앉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편 유럽국가들의 국채가 매력을 잃게 되자 점점 더 많은 해외투자자본이 한국 국채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다변화정책으로 인한 한국 국채 매입 증가에 이어 다른 나라들과 개인투자자들까지 합세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해외투자자들은 비교적 안전하고 수익률이 좋은데다 최근 신용등급이 올라간 한국 국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이다. 이는 한국경제에 3가지 문제점을 안겨준다. 첫째, 밀물처럼 들어온 해외자본은 금융위기가 발발하면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가 외환시장을 교란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둘째, 해외자본의 대량 유입은 당장 원화가치를 상승시켜(환율을 떨어뜨려) 우리나라 무역수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셋째, 해외자본의 대량 유입은 국채수익률을 떨어뜨려 한국은행의 이자율정책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인플레 악화방지책으로 이자율을 올려야할 경우에 이자율이 오히려 내려가는 현상을 지켜만 보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코 달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앞으로 북미경제는 남은 해 동안 어떠한 방향으로 갈까? 돌발변수를 제외한 가장 큰 변수로 역시 유럽 재정위기의 향배를 들 수 있다. 또한 중국경제의 인플레 억제정책으로 인한 경착륙(hard landing) 가능성도 큰 변수다. 그러나 이 두 악재로 인해 북미경제가 다시 불황으로 빠져 들어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 유럽 재정위기는 2008년 금융위기 때에 비해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다. 금융위기는 갑자기 나타난 재앙이었으나 현 유럽 재정위기는 몇 년 동안 지속돼 대응능력이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도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 중국경제는 서방경제와는 많이 다른 계획경제의 바탕위에 세워진 제한적인 시장경제다. 정부가 시장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특히 경기안정책의 근간인 금융정책이나 재정정책에서 정부의 시장통제력이 막강하다. 서방경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경기변동을 반드시 감수해야 된다고 볼 수 없다. 예기치 않은 돌발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북미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하다. 과거 수년 동안 더블딥 불황을 줄기차게 예언해왔던 닥터 둠(Dr. Doom; 경제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에 붙여진 칭호)도 이제는 고집을 접을 때가 된 것 같다.


공인 은퇴상담가, 재정상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