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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헌법재판소가 독일의 유럽안정화기구(ESM: European Stabilization Mechanism) 참여가 위헌이 아니라는 판결을 내린지 하루 뒤인 9월13일, 벤 버냉키 미국 연준 총재는 마침내 연준 무기창고에 있던 마지막 무기인 3차 양적완화(QE3)의 칼을 빼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래 2차에 걸쳐 2.3조 불 상당의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실시한 미 연준은 8%의 벽을 뚫지 못하고 있는 실업률에 총공세를 퍼붓기 위해 마침내 이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이번 QE3가 의미하는 것은 연준이 앞으로 실업률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내려갈 때까지 무기한 매월 400억불(매년 4,800억 불) 상당의 증권(주로 모기지 증권)을 공개시장을 통해 사들이는 것이다. 경제예측가들은 QE3가 약 6천억불 정도의 양적완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이로써 장기이자율 특히 모기지 이자율을 더 떨어뜨려 주택경기는 물론 미국경제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는 속셈이다. QE3 외에도 이번 발표에 포함된 또 하나의 조치는 2014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던 0~0.25%의 역사적 최저 연준정책 단기이자율을 적어도 2015년 중순까지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경제가 활력소를 되찾을 때까지 인플레의 재발 가능성은 아랑곳 하지 않고 경기활성화 통화정책을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실 연준은 적어도 앞으로 수년동안은 인플레 재발의 위험성이 극히 낮다고 본다. 이로써 연준은 사실상 마지막 카드를 쓰고만 셈이다. 만에 하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더라도 이젠 더 이상 쓸 카드가 없게 되었다.

이번 QE3는 최근 발표된 유럽중앙은행의 무제한 국채매입과 맞물려 세계경제에 엄청난 양의 유동성이 공급될 것임을 의미한다. 이것을 예측한 시장은 연준의 발표도 있기 전에 이미 주식가격과 원자재 가격을 많이 올려놓았다. 유동성 공급의 증가가 미국과 유럽의 공동정책의 산물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그리고 이 공동정책이 결실을 볼 때까지 무제한 추진될 것이라는 점으로 보아 이런 추세는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속적이고 엄청난 유동성 공급의 증가는 실물경제 전망을 밝게 하는 반면에 인플레 악화의 기대심리도 불러올 것이다. 이것은 장기이자율이 기대하는 만큼 하강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기회복 계속된다면 주가도 상승 전망

장기이자율은 기대만큼 내리지 않을 듯

그러나 연준이 노리는 것은 소위 말하는 ‘부의 효과’이다. 이것은 유동성 공급의 증가로 인하여 주식가격이 올라가면 자산가치의 증가를 가져와 소비지출이 늘어나는 효과를 말한다. 사실상 미국 주식시장은 지난 몇주동안 거의 수직 상승하였다. 이것이 당장 소비지출의 증가를 불러온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물론 주식시장의 성격상 주가의 요동은 계속 되겠지만 경기회복이 계속되는 한 주가의 장기적인 상승추세가 정착될 것으로 보아야 할 것 같다.

QE3가 미국경제에 얼마만큼의 활력소를 불어넣을지는 미 의회와 행정부가 어떠한 재정정책에 합의를 보느냐에 달려 있다. 만일 의회와 행정부가 금년 말이면 시효가 끝나는 감세정책을 연장하는데 실패하면, 그리고 작년 8월에 합의된 정부지출의 자동적인 삭감이 새해에 발효되면, 그 경기위축 효과가 QE3의 경기부양효과를 대부분 상쇄하게 될 것이 우려된다. 이같은 연말 감세정책의 종료와 새해 재정지출의 자동적인 삭감의 결합을 일컬어 ‘재정절벽(fiscal cliff)’이라는 우려가 섞인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 만일 의회의 다수당인 공화당의 주장이 관철되면 재정절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 민주당은 여세를 몰아 자기들의 주장을 관철, 절벽을 피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 대통령 후보 미트 롬니는 줄곧 연준의 QE3 시행을 반대해왔고 연준에 QE3를 하지 못하도록 암암리의 압력을 넣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14년에 재임명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버냉키로서는 이번 QE3 강행으로 인해 롬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그의 재임명 가능성이 물 건너갈 것이지만 만약 오바마가 당선되면 재임명 가능성이 한결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 일부에서는 버냉키의 QE3 강행이 그가 오바마 승리를 점치고 있다는 증거로 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그의 행보로 미루어 볼 때 QE3는 이 시점에서 미국경제가 꼭 필요로 하는 처방이었고, 특히 재정절벽에 직면할 경우 이를 상쇄할 수 있는 통화정책이 절대 필요했다는 판단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

아무튼 대선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QE3가 시행되었다는 사실은 오바마에게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반면에 롬니는 이번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고 보아야 한다. 그 동기야 어떻든 QE3는 오바마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결정적인 변수 중의 하나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