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새해경제 전망’이란 한국일보 기고에서 북미경제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는 두 가지 요인이 있는데 하나는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악화로 인한 중국경제의 경착륙crash landing 가능성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두 가지 중에서도 후자가 더 심각한 위험요인이라는 것도 지적했다.
최근 중국통계국의 발표에 의하면 작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0.3%로 2009년의 9.2%보다 1.1 퍼센트 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에 11.9%, 2분기 10.3%, 3분기 9.6%, 4분기 9.8% 였다. 경기가 서서히 식어가는 것 같더니 연말에 다시 과열양상을 보였다. 이것은 그동안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한 중국정부의 줄기찬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온 결과이기 때문에 더욱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경기과열로 인해 물가상승률도 계속 악화되고 있다. 작년 12월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중국정부가 설정한 한계선인 3%를 훨씬 넘는 4.6%를,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5.9%를 기록했다. 이런 수치들은 지금까지의 정부정책이 효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정부는 인플레를 잡기위해 이자율과 은행지급준비율을 올리고 온갖 행정수단을 동원해 은행대출을 줄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를 잡는데 가장 효과적 수단의 하나인 위안화의 평가 절상에는 인색한 태도를 보인다. 이는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정치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봐야할 것 같다. 중국은 점진적인 위안화 평가 절상을 줄곧 주장해왔다. 위안화가치의 보다 빠른 인상을 요구하는 서방국가들의 압력을 내정간섭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도 인플레가 잡히지 않으면 중국은 위안화가치를 더 빠른 속도로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나중에 더 심한 초긴축 거시정책(재정통화정책)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자칫하면 중국경제를 경착륙상황으로 몰고 가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을 초래할 지도 모른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이 고개를 숙이기 전에 경기침체stagnation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인플레이션이 고질화된 후에 이를 잡기위한 초긴축 거시정책을 쓰게 되면 나타나게 마련이다.
인플레의 뿌리를 뽑기 위해 긴축정책을 오랫동안 계속하면 경기침체가 악화돼 불황recession이 올 수도 있다. 그러나 마이너스성장률을 의미하는 불황은 선진국에서나 있는 현상으로써 잠재성장률이 8% 내외인 중국경제에 나타날 확률은 거의 없다. 따라서 경제성장률을 앞으로 수년 동안 8% 아래로 유지시킬 수만 있다면 물가를 안정시키기에 족할 것이다. 이것이 중국정부가 노리는 연착륙soft landing 시나리오다. 문제는 성장률을 10% 선에서 8% 밑으로 수년간 유지시킬 때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실업문제와 이로 인한 사회 불안을 중국정부가 감수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데 있다.
잠재성장률은 인플레를 악화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달성할 수 있는 최고의 경제성장률을 말하는데 나라마다 그 나라의 경제 발전단계에 따라 다르다. 예를 들어 캐나다와 미국 같은 선진국들은 2.5~3%, 한국 같은 신흥국들은 4.5~5%, 중국이나 인도 같은 신흥 개발도상국들은 8% 정도로 본다. 한 나라가 잠재성장률을 수년 동안 초과 달성하면 인플레이션이 악화되게 마련이다. 악화되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는 긴축 거시정책을 통해(환율을 조작하는 국가라면 자국통화의 평가절상을 포함)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밑으로 끌어내려 수년 동안 경기침체 또는 심한 경우에는 불황을 감수해야 한다. 따라서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는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환율의 결정은 시장기능에 맡기는 변동환율정책을 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물론 어느 한 나라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바나나 리퍼블릭Banana Republic’은 예외다). 중국처럼 환율의 움직임을 정부가 통제하는 제도 하에서는 환율의 변동성을 제고시키는 것도 인플레 없는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시장경제체제는 경제발전 초기단계에 정부의 통제가 어느 정도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몰라도 발전단계가 고도화될수록 정부 통제가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중국경제도 점점 정부 통제의 사슬을 조금씩 풀어줘야 할 단계에 접근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특히 환율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은 장기적인 경제발전이나 단기적인 현재의 인플레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중국정부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박사, 재정상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