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연초에 새해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가 크게 두 가지 있다고 보았다. 하나는 유럽 재정위기 재발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중국의 인플레이션 악화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공존) 가능성이다. 지금도 세계경제 진로에 이런 암초가 도사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근래 예기치 못했던 두 가지 걸림돌이 난데없이 나타났다. 하나는 중동지역의 불안으로 인한 유류파동 가능성이고 또 하나는 일본 대지진이 일본경제에 미칠 막대한 타격이다. 본 칼럼에서는 두 가지 충격이 북미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살펴본다.
며칠전만해도 세계증시는 가까스로 중동사태의 충격을 큰 탈 없이 흡수해 안정을 되찾는 듯 하더니 갑자기 떨어진 일본 대지진의 날벼락에 어쩔 줄 모르고 방황하고 있다. 연초만 해도 북미경제의 더블딥(이중침체) 가능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고 보는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지난 두 달 동안 얻어맞은 강한 ‘원투 펀치’에 세계증시는 그렇게 두려워하던 더블딥 암운이 다시 드리우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우선 중동사태를 살펴보자. 중동의 민주화바람이 한동안 중동 전역으로 확산되는 것처럼 보이더니 지금은 많이 누그러진 것처럼 보인다. 특히 이란이나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당장 이 불길에 휘말릴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또한 원유가격(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도 한때 배럴당 105불을 넘어 한없이 치솟을 것 같더니 당분간 그 밑 수준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3월21일 현재). 현재 국제 원유가격은 실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지 않고 있다. 투기성 수요를 제외한 실수요는 공급량을 훨씬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중동사태가 더 악화되지 않는 한 지속적인 원유가격 상승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오히려 원유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는 전제하에 사재기를 하던 투기꾼들이 손해 보기 시작하면서 대량 매각으로 돌아서면 원유가격이 가파르게 내려갈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경제 회복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그런 기대감이 팽배하고 있는 한, 대폭적인 유가 하락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중동사태가 갑자기 더 악화되어 걷잡을 수 없는 유류파동이 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지금 당장 중동이 안정을 되찾는다 해도 이 지역 어디에서 언제 화약고가 다시 폭발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는 어떤가? 지금 당장 일본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 지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센다이 지역에 일본 산업시설이 집중돼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철강, 자동차, 전력, 정유, 전자, 운송 등 일본경제를 지탱하는 기간산업의 상당 부분이 생산을 중단했다. 게다가 상당수 원전시설의 마비로 다른 지역으로의 전력 공급도 두절되었고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더라도 이미 훼손된 시설이 언제 복구될지 추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경제 전체의 생산, 소비 및 수출활동이 눈에 띄게 위축될 것이 확실시 된다. 일부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가 일본 총생산량의 5%에 가까울 것으로 추측한다. 실질적으로 중국과 공동 2위를 겨루고 있는 일본경제의 위축은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경제와 상관관계가 깊은 한국과 중국 같은 나라들은 당장 그 영향을 느낄 것이다. 일본 수입부품의 의존도가 높은 기업체들은 특히 타격이 클 것이다. 그러나 북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비교적 미미할 수도 있다. 내수시장이 원체 큰 일본은 미국 수출의 5%, 캐나다 수출의 3% 정도 밖에 수입하지 않기 때문에 일시적인 일본경제의 위축이 반드시 북미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일본경제의 파괴된 시설의 복구작업이 오히려 북미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일본정부는 복구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막대한 액수의 재정지출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이미 국민소득 대비 200%를 육박하는 국가부채비율을 더 높이는 결과를 가져와 또 한 번의 국가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것이 엔화가치의 궁극적인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일본 내의 낮은 이자율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투자 수익률에 끌려 해외에 투자되었던 자금이 대거 회수되면서(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그리고 복구 작업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해외투자처로부터 회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대지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인 엔고현상이 나타나지만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일시적인 엔고현상이 보다 가능성이 높은 엔저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면 현재 타격을 받고 있는 일본상품의 수출이 다시 회복될 수 있다. 본격적인 복구작업이 시작되면 일본경제의 생산소비활동이 다시 활기를 되찾아 북미경제도 그 혜택을 볼 수도 있다. 다만 이번의 일본 대지진은 태풍 카트리나 때와 같은 다른 자연재앙과는 달리 대규모 원전시설의 파괴를 가져와 위험수위가 높은 방사능이 유출됐기 때문에 복구작업에 상당기간 걸릴 것이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완전복구까지 5년이 걸릴 수 있다.
그러나 일본경제가 지금의 역경을 딛고 다시 부활하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이는 북미경제에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북미 주식시장은 단기적인 동요 내지는 후퇴를 겪다가 북미경제의 장기적인 회복세가 근본적으로 확고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다시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다. 이러기까지 수주가 걸릴지 수개월이 걸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주식시장의 회복세는 실물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의 호전속도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유종수(경제학박사, 재정상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