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연방총선으로 재편된 당별 하원의석 분포를 보면 앞으로 4~5년간 연방정부의 경제정책이 어떠한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인지 대충 짐작이 간다. 이번 선거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예상치 못했던 연방정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왔다. 보수당이 다수집권당으로, 신민당NDP이 제1야당(The Official Opposition)으로 부상했다. 자유당은 몰락했고 퀘벡당은 사실상 와해되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보수당을 다수집권당으로 만든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신민당 당수 잭 레이튼 이었다. 선거를 며칠 남겨놓고 그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자 신민당 주도 연립정부의 가능성에 질겁한 보수성향의 자유당 지지자들이 모두 보수당후보를 찍었던 것이다.
보수당이 의회를 완전 장악함에 따라 의회 해산으로 통과되지 못했던 2011-12 회계연도 예산안은 큰 변동 없이 재상정돼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기업소득세율이 내년부터 15%로 내려 캐나다가 G7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기업소득세율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당정부는 이로 인해 국내에 외국투자가 늘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 물론 신민당은 이를 한사코 반대하겠지만 보수당은 주요 공약 중 하나인 기업소득세 인하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의 공약인 저소득 연금수혜자들을 위한 '보장된 소득보조금Guaranteed Income Supplement' 인상도 실현될 전망이다. 집안에서 노약자를 돌보는 간병인에 대한 세제혜택도 도입될 예정이다. 이러한 저소득층이나 일반가정을 위한 정부 지원은 신민당이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신속히 처리될 것이다.
유럽연합 및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예정대로 추진될 것이다. 유럽과의 협상에서는 퀘벡주의 낙농업, 계란, 닭고기 생산업자들을 보호하려는 신민당의 강력한 견제가 예상된다.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쇠고기협상이 타결된다 해도 온타리오주와 퀘벡주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동차와 그 연관산업을 보호하고, 그리고 여기에 밥줄이 메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려는 신민당의 반대를 무마시켜야 할 것이다. 보수당이 아무리 의회를 장악한다 해도 102석을 확보한 신민당의 의견을 전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의회경험이 풍부하고 언변이 좋은 잭 레이튼이 호락호락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언론플레이를 통해 자신에 대한 인기는 물론 신민당의 지지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보수당은 밀어붙이기보다는 협상과 타협의 방향을 택할 것이다. 4~5년 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핵심적인 안건은 양보하지 않겠지만 지엽적인 것은 부분적으로 양보해 신민당 체면을 살려주려 할 것이다. 다수당만이 가질 수 있는 치밀한 계산이 깔린 여유 있는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분야에서는 하퍼 정부와 신민당이 사사건건 충돌할 것이다. 특히 뜨거운 감자로 부상될 알버타주 오일샌드oil sands의 개발속도 조정에 있어 양당은 커다란 입장차를 보일 것이다. 하퍼 정부는 오일샌드 개발을 서둘러 아시아지역에 조속히 수출시장을 개척하려 할 것이고, 신민당은 환경 파괴의 우려를 더 부각시킬 것이다. 그러나 오일샌드의 개발이 서부지역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생각할 때 하퍼 정부의 커다란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일반소비자들의 주요 관심사인 텔레콤 사업체에 대한 외국인지분 허용한도도 가까운 시일 내에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벨, 로저스, 텔러스에 의해 과점되어 있는 텔레콤 산업에 외국기업들이 자유롭게 진출할 수 있다면 경쟁이 격화돼 소비자들이 큰 혜택을 보게 된다. 현재 캐나다는 선진국 중 텔레콤 서비스 가격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전통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에게 관용 베푸는 것을 꺼려하는 신민당이 이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취할지 관심사다.
연방정부의 재정 적자문제를 보면 여소야대의 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했던 정부 지출의 과감한 삭감을 가능케 하여 2011-12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목표로 삼은 2014-15 회계연도까지의 균형예산 달성 가능성이 한걸음 더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다고 해서 이것이 확실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회에서 다수를 확보한 보수당정부는 원래 계획대로 공무원노조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라도 공무원 수를 줄이고(주로 은퇴 또는 사직하는 자리를 메우지 않는 방법을 통해) 그들의 임금 상승을 억제하고 비효율적인 낭비를 줄임으로써 균형예산 달성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신민당은 물론 공무원노조 편을 들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승리할 지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끝으로 내각으로부터 사실상 독립된 중앙은행(The Bank of Canada)의 몫인 금융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이 글에서 전연 언급하지 않았음을 밝혀둔다.
필자 유종수, Ph.D.
경제학박사/재정상담가(DY & Partn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