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 캐나다정부는 세계경제를 주름잡는 20개국의 국가원수, 재무장관 및 세계은행과 IMF 총재 등이 한자리에 모인 장소에서 캐나다금융제도의 우월성을 전 세계를 향해 자랑하는데 그치지 않고 다른 나라들도 캐나다를 모범 삼아 금융개혁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하였다. 사실 캐나다금융제도와 금융규제 및 감독체제는 스위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세계결제은행에 따르면 단연 세계 으뜸이다(2위는 네델란드). 세계 최대 채권회사인 핌코PIMCO도 캐나다와 호주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융투자처라고 최근 발표했다.
이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은 금융위기 때에도 국내 금융기관들이 폭풍의 영향권 밖에서 건재를 과시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전혀 놀랍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캐나다가 선진국 중에서 가장 빨리 불황에서 탈출하였고 현재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주된 이유다.
캐나다금융제도의 안전성은 무엇보다도 규제감독체제의 우수성과 철저함에 있다. 1970년대 초와 1990년대 초에 은행, 신탁회사, 보험회사를 포함한 상당수의 국내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고 인수합병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70년대 초에는 캐나다 서부의 유전개발붐과 이의 붕괴, 90년대 초에는 전국에 걸친 부동산거품 붕괴에 따른 금융기관 소유의 누적된 부실자산이 주된 이유였다.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도 크고 작은 금융위기들이 많이 있었다. 그러나 캐나다는 그 이후 다른 어느 나라보다 금융감독체제를 대폭 보강하고 규제를 더욱 철저히 수행해온 나라로 인정받고 있다.
금융규제와 감독을 총괄하는 기관은 연방정부 산하의 금융감독원(OSFI: Office of the Superintendent of Financial Institutions)이다. OSFI는 은행, 신탁회사, 보험회사, 신용조합 등을 망라한 국내 모든 크고 작은 금융기관들을 철저히 규제하고 감독한다. OSFI는 예금, 보험, 연금, 신탁계정, 격리계정 같은 각종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들의 건전성과 금융상품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금융기관들의 적정자본비율 유지와 적정준비금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위험관리를 포함한 광범위한 경영 및 관리실태를 주기적인 보고서 제출과 현지감사를 통해 규제 감독한다. 그 근본 목적은 금융상품 소비자인 금융기관 고객의 보호에 있다.
‘고객 보호’는 커다란 사회적 경제적인 의미를 갖는다. 금융기관 파산으로 인해 고객 중에 단 한사람이라도 다치게 되어 단 한 푼이라도 잃게 되면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금융권 전체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리게 되어 국가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금융기관 고객 보호는 세 겹으로 되어 있다. 첫째, 금융기관이 파산하지 않도록 규제와 감독을 엄격하고 철저히 하는 것이다. 둘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에 하나 금융기관이 파산을 면하기 어렵게 되면 정부는 부실금융기관을 보다 건실한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인수합병도록 주선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들의 구좌와 계약이 모두 변함없이 새로운 금융기관으로 자동 이전되도록 한다. 물론 부실금융기관의 주식이나 채권 또는 뮤추얼펀드에 투자한 사람들 그리고 일부 거래기업들은 손해를 볼 수 있겠지만 금융상품 소비자인 고객들은 전혀 다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정부는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도 한다.
셋째, 만에 하나 금융기관이 파산하게 되어 지급불능상태에 도달했을 때에는 각종 안전망이 작동된다. 예를 들면 은행예금을 비롯한 각종 예금은 구좌 당 10만 불까지 예금보험으로 보호되어있고 보험회사의 금융상품은 격리계정segregated funds으로서 이에 대한 적정준비금 유지가 의무적이기 때문에 설령 회사가 망하더라도 격리계정 자체는 안전하다. 보험회사의 연금이나 격리계정은 어슈리스Assuris라는 기관을 통해 이중으로 보호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융기관의 크기나 이름이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가를 보고 안전도를 가늠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로열뱅크Royal Bank가 내셔널뱅크National Bank보다 더 안전하다거나 캐나다은행이 외국은행 현지법인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는 은행이 보험회사보다 더 안전하다든지, 은행예금이 보험회사의 연금상품보다 더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그렇지 않다. 캐나다은행이나 외국은행 현지법인이나 또는 은행이건 보험회사이건 캐나다에서 영업하는 금융기관은 모두 똑같이 캐나다법에 의한 규제와 감독을 받기 때문에 안전성 면에서 차이는 없다. 세계의 선망대상이 되고 있는 캐나다금융제도 안에서 영업하는 금융기관은 그 규모가 크거나 작거나, 오래되었거나 새로 영업을 시작했거나, 본토회사’거나 외국금융회사 캐나다 현지법인이거나 관계없이 안전성에서는 모두 같은 것이다. 캐나다사람들 중에는 자신들이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다.
미국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금융위기 이후 22개월 동안의 진통 끝에 지난 15일에야 금융개혁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됐다. 이 법으로 인해 미국금융제도의 안전도가 캐나다수준에 접근하게 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