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소개한 협주곡이 클래식 음악의 여러 장르 중에서도 가장 즐겨 듣는 인기 있는 장르인데 반하여, 오늘 소개하는 실내악(Chamber Music)은 엄격한 형식에 의해 연주되는 다소 어려운 음악으로 인기는 덜하지만 격조가 높다.

symphony.JPG우리가 흔히 클래식 음악을 특정계층을 위한 고상한 음악으로 생각하는데, 이를 연상케 하는 음악이 바로 실내악이기 때문이다. 실내악이라는 용어는 ‘작은 홀이나 방에서 연주되는 음악’이라는 뜻에서 온 것인데, 공간의 제약과 함께 제한적인 특정 청중 앞에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실내악은 태생부터 대중적이지 못했다.

실내악은 모차르트를 거쳐 베토벤에 이르러서야 대중화 되었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이전 즉 비발디, 바흐, 헨델의 음악은 대체로 실내악 범주에 속한다. 이 시대의 음악은 궁정과 귀족 등 특정계층을 위해 작곡됐다. 궁정에서의 음악은 단순히 음악을 즐긴 것이 아니고, 음악으로 품위를 지키고 혹은 높이려 했기 때문에 이러한 이미지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실내악에 대해서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보이기도 한다. 필자도 실내악을 처음 접하였을 때는 다소 지루하고 어려운 음악으로 느껴져서 즐기지 못했으며, 실내악과 친숙해지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실내악이라 함은 보통 세 가지 이상의 악기가 어울려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3중주(trio), 4중주(quartet), 5중주(quintet)등이 나오는데, 3중주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되는 피아노 트리오와 2대의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되는 현악 4중주, 피아노 3중주에 비올라를 추가한 피아노 4중주 등이 보편적인 그룹들이고, 여기에 클라리넷과 호른, 오보에, 플루트 등의 특정악기들이 가세하여, 5중주 혹은 6중주, 7중주 그 이상이 되어 자유롭게 연주되기도 한다. 이렇게 규모가 커져서 20~30개의 악기가 모이는 그룹이 구성되기도 하는데 이것을 실내 오케스트라(Chamber Orchestra)라고 부른다.

실내 오케스트라는 모차르트 이전의 초기 협주곡과 작은 규모의 교향곡, 콘체르트 그로소(합주협주곡)와 조곡 등을 연주하는 것이 보통이며, 지금은 그 어떤 음악도 자유롭게 편곡하여 연주하고 있다.

3중주나 4중주는 물론이고, 그 보다 더 큰 규모라 하더라도 실내악에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악기가 평등하고 독립된 채로 자기의 음역과 특성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각 악기가 가진 특성을 살리면서도 함께 조화를 이루며, 전체적인 효과로 끌어내어 하모니와 앙상블로 나타낸다. 이것을 감상하는 것이 실내악의 재미다. 3개 이상의 악기가 모여 실내악이 시작되는데, 한 악기가 선율을 리드하고 나머지가 반주하는 것이 아니다. 각각의 악기가 똑같이 리드하여 조화를 이루어 한 작품을 만드는 것이 바로 실내악이다.

특정 악기를 가진 연주자나 혹은 선명한 선율에 의해 리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내악은 결코 대중적이지 못하고, 어려운 음악일수 밖에 없다. 하지만, 섬세함과 조화의 앙상블이라는 실내악의 매력을 알고 접근한다면 결코 지루하고 어렵지 않은, 아름다운 화음이 빛나는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그래서 다른 음악들은 자꾸 들어보라고 권하지만, 실내악은 옳은 접근 방법을 통해야만 완전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어려운 곡을 피하고, 아름다운 선율과 주 멜로디가 빛나는 대표적인 곡들부터 감상을 시작한다면, 실내악도 어렵지 않게 정복된다.

우선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곡 ‘송어’부터 들어보라. ‘송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은 주 멜로디가 슈베르트의 가곡 ‘송어’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화려한 변주곡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이어 베토벤 피아노 3중주 곡 ‘대공(大公·Archduke)’도도 아름다운 실내악곡이다. 또 슈베르트의 첼로 5중주곡과 브람스의 피아노 4중주곡 등을 들어 보라.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멜로디에 감동하고, 신선하고 자극적인 집시의 멜로디에 매료될 것이다.

차이콥스키의 현악 4중주곡 중 유명한 ‘안단테 칸타빌레’, 모차르트의 소야곡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 클라리넷 5중주곡, 플루트 4중주곡 등도 꼭 들어보아야 하는 실내악의 명곡들이다.

실내악은 다소 어려운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부드러운 음악이므로 쉽게 친해질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렵다, 지루하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편안하게 들어야 한다. 어려운 음악일수록 이해하려 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한다. 음악은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그 시간만큼은 내 생각과 마음을 멜로디와 선율에 담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 음악 감상이다. 나만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듣는 실내악은 나 홀로 잠시 세상사를 잊고 떠나는 품격있는 음악여행이라 해두면 어떨까?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