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시작했던 음악의 여정은 악기를 떠나 사람의 목소리로 창조되는 성악의 세계에 도달했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악기-인간의 목소리로 부르는 성악곡의 역사는 인류 시작의 역사와 같이 한다. 인간이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이념과 역사마저 초월하여 불렀던 노래는 어느 시대, 어느 지역에서나 존재 했다.
수 천년 동안 무의식적으로, 혹은 자연발생적으로, 민속적으로 발달해 온 음악을 최근 수세기 동안 실험과 정리를 통해 체계화했다. 이것이 성악의 역사이고, 구분이 됐다. 성악곡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오페라와 가곡, 그리고 종교음악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합창음악이 있다. 방대한 성악의 세계를 이 구분에 따라 소개한다.

우선 가곡의 세계.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이거나, 아름다운 선율에 가사를 입힌 가곡은 하이든과 모차르트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베토벤을 거쳐 슈베르트가 가장 왕성한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 후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와 차이코프스키 등 거의 모든 유명 작곡가들은 마치 유행처럼 아름다운 시에 곡을 붙이는 가곡의 창작에 관심을 나타냈다. 가곡이 유행가처럼 즐겨 부르던 시대도 있었다.
가곡은 엄연한 형식에 의해 절제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음악 장르이다. 그래서 시와 음악이라는 최고의 낭만적 요소로 결합됐지만 가곡은 결코 오페라처럼 열정적이지 못하고,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며, 기타 기악곡처럼 풍부한 효과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곡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악과 시가 어울리고, 성악가의 절제된 목소리와, 내재된 조화의 미를 살짝 드리우는 피아노 반주의 매력이 오랜 여운으로 남기 때문이다. 클래식에서 성악곡을 감상하는데
어려운 점은 가사에 대한 이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어나 독일어가 대부분인 오페라도 그렇지만, 독일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심지어 러시아어까지, 영어가 아닌 제 2외국어로 감상해야 하는 가곡을 듣는 순간, 그 매력에 빠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영어로 부르는 영국민요나 포스터의 가곡, 그리고 ‘그리운 금강산’, ‘보리밭’, ‘청산에 살리라’ 등의 우리나라 가곡조차도 그 특유한 성악 창법으로 인해 가사가 잘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곡은 유행가처럼 그냥 청해 들으며 가사를 흥얼대는 음악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가곡을 바람직하게 감상하려면 약간의 예습과 집중력이 필요하다. 먼저 시를 느끼고, 서정적인 노래에 집중한다면 듣기에 따라 극적인 효과를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고, 이런 곡들이 가곡에는 꽤 많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가곡으로는 베토벤의 가곡들과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아름다운 물레방앗간의 아가씨’, 슈만의 ‘시인의 사랑’, 그리고 모차르트와 멘델스존의 가곡들이 유명하다. 초보자들이 듣기에도 아름답다. 가곡을 부르는 성악가들도 구별된다. 영웅적 혹은 극적인 목소리는 가곡에 어울리지 않는다. 서정적인 목소리의 소프라노와 테너, 바리톤, 베이스 가수들이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화려한 기교와 카리스마로 극적이며 불꽃 튀기는 것이 아니라 시의 내용을 완전 이해하고, 그 내용이 암시되는 것과 일치되는 음조를 낼 수 있어야만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인정받는다. 많은 오페라 가수들이 가곡을 부르는데 실패했듯이 양쪽을 모두 만족스럽게 해낼 수 있는 성악가는 매우 드물다.

누구나 아는 세기의 테너 파바로티가 이태리 민요까지는 멋지게 부를 수 있었지만, 독일의 가곡을 부른 기록이 없으며, 오페라의 성녀 칼라스도도 가곡은 즐겨 부르지 않았다. 가곡 스페셜리스트로 영원히 칭송 받는 전설적인 가수로는 테너 피셔 디스카우와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 메조 소프라노 크리스타 루드비히, 바리톤 게하르트 피셔 등이 있으며, 이안 보스트리지나 안네 소피 본 오터, 르네 플레밍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가곡 전문 성악가들이다.
항상 반전과 감동을 원하고, 자극적이고 화려함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가곡은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사운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학창시절 한편의 시에 감동받고 눈물을 흘렸던 그 시절 이후 잊혀진 감성에 호소하는 단순한 멜로디가 우리의 감정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곡을 즐겨 듣는다. 피아노 반주 하나에 단순한 멜로디로 표현하는 풍부한 인간의 감성을 담은 성악곡이 가곡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어렵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가곡의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한잔의 커피와 함께 추억을 그리며 들을 수 있는 음악, 그리고 가을의 정취와 함께 감성에 충실할 수 있는 작은 음악이 가곡이며, 시와 음악이 있어 행복한 순간이기도 하다.
송정호 (음악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