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클래식 음악의 꽃이다. 화려한 무대와 웅장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향연이 펼쳐지는 예술의 한마당이다. 그러나 왠지 우리에게 가까운 듯 하면서도 멀게만 느껴지는 음악 또한 오페라다.

무슨 곡인지는 잘 몰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유명 오페라의 아리아를 들어보았을 것이고 한 두 곡 흥얼거려 보았을 것이다. 비싼 관람료로 해서 보통 오페라는 특정계층이나 상류층의 음악으로 인식되지만, 오페라 역사를 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오페라가 시작된 것은 17세기. 초기 오페라는 르네상스라는 시대적 조류를 타고 고대 희랍의 전설과 신화를 주제로 작곡됐고 상류층 귀족을 위한 공연으로 시작됐다.

latraviata.jpg그러나 오페라의 인기는 상공업과 무역의 발달로 양산된 중산층에 의해 대중 속으로 빠르게 퍼졌다. 모차르트 시대부터 인기를 얻은 대중 오페라는 분명 그 당시의 대중음악이었다. 이때부터 학구적인 희랍 신화나 전설이 아닌 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자 오페라는 수많은 대중을 울고 웃게 만들었으며, 마치 지금의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대중문화의 중심에 자리잡았다.

실제로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모차르트와 베르디의 오페라는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를 담은 신파 드라마이거나, 당시 사회를 풍자한 코미디를 소재로 삼았다. 오히려 오케스트라와 기악곡들이 궁정이나 귀한 특별장소에서 연주될 때, 오페라는 대중들의 한복판 극장에서 인기리에 상영됐다. 시작은 상류층을 위해서였지만, 정작 재미있게 된 것은 일반 대중을 위해 공연하면서부터였다.

이렇게 오페라가 본격 대중화되면서 스토리나 작품의 완성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중의 최대 관심사인 사랑과 애정을 다루면서 스타 성악가가 부르는 매혹적인 대표 아리아만이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마치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뻔한 스토리의 드라마나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듯. 그래서 오페라는 천박하다는 비난까지 받았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턱시도 차림으로 오페라하우스에서 우아하게 관람하는 이미지는 현대에 와서 고급화된 것이다. 내면적으로 보면 결코 오페라는 고상한 음악이 아니다.

오페라는 대규모의 종합예술이다. 오페라 안에는 연극, 음악, 연기, 무용, 문학, 미술, 건축 등 모든 것이 들어있다. 이 중 음악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서곡에 해당하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음악이 있으며, 반주에서 들려주는 아름다운 기악곡과 기본요소인 서창과 아리아와 앙상블 등 음악의 모든 요소를 사용하여 극적인 감동을 주는 것이 오페라다. 서창(recitative)은 보통 연극의 대사에 해당하는 부분으로 한두 사람에 의해 읊어지며, 주로 줄거리를 진행시키고 아리아와 앙상블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아리아(aria)는 오페라의 하이라이트로 전체 오페라가 아리아들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게 보통이다. 아리아는 독창이나 2중창을 일컫는데,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표 아리아들이 모두 여기에 속한다. 끝으로 앙상블(ensemble)은 3중창부터 합창을 말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3중창과 4중창, 심지어 6중창까지의 현란한 중창과 웅장한 합창은 오페라 감상의 백미다. 오페라가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사가 대부분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로 이루어진 점이다. 왜 캐나다에서 공연되는 오페라에서 영어나 프랑스어가 아닌 원어인 독일어와 이탈리아어를 고집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충분히 일리 있는 질문이지만 오페라는 특정 발음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이기 때문에, 발음이 달라지면 음악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치 영화의 더빙 작업과 같다. 의미 전달을 위해 번역한 것이 발음상 불완전하기 때문에 거의 모든 오페라는 원어로 공연될 수밖에 없다. 오페라 상영에서는 자막처리로 감상을 돕지만 아리아만 불리는 갈라 콘서트나 음반감상에서는 아리아 가사를 별도로 번역 숙지하는 것이 오페라를 두 배로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송정호 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