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의 한인신문 김원일 발행인과 옆자리에 앉아 식사한 적이 있다. 주간지 발행의 어려움, 한인들이 종사하고 있는 직종, 가족관계 등 대화가 오갔다. 여자 인구가 남자보다 4배 이상 많아 한인들이 러시아 여자와 결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딸 셋과 아들 한 명의 사진을 보여주는데 모두 예뻤다.

“부인 사진은?” 하고 물으니 마지못해 보여주는데, 전형적인 하얀 피부의 러시아 미인이다. 부인이 결혼 안 해주면 죽는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하자 누군가 옆에서 “그거 반대로 말하는 거 아니냐?”고 말해 폭소가 터졌다. 큰 호텔과 식당을 운영하는 그는 모스크바에서는 영향력 있는 기업인임에 틀림없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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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 런던올림픽에서 무엇을 배울까

‘유로저널’의 김훈 발행인이 ‘미리 보는 2012 런던올림픽’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발행인의 발표를 인용해 본다. 런던올림픽은 2012년 7월27일부터 8월12일까지 총 17일간 열리는데 올림픽 성화는 2012년 5월18일 그리스에서 채화돼 70일간의 여정을 거쳐 개막식(7월27일 오후 7시30분) 때 도착한다. 장소는 영국 런던 북동부 ‘리 벨리(Lea Valley)’에 위치한 올림픽 스타디움. 고원에서 ‘하나의 삶(Live As One)’이라는 모토로 205개 국가, 약 1만500여 명의 선수, 5천여 명의 임원과 2만여 명의 취재진이 참가할 것으로 조직위원회는 예상한다.

1908년과 1948년 두 차례 올림픽을 개최한 런던은 근대 올림픽 역사에서 처음으로 세 차례 올림픽을 치르는 도시가 됐다. 아테네가 1896년, 1906년, 2004년 총 3번 대회를 개최했으나 1906년에 열린 대회는 정식대회가 아닌 올림픽 10주년 기념대회이므로 제외된다.

런던은 1948년 한국이 해방 이후 태극 마크를 달고 처음 참여한 올림픽 개최지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현재 영국 내수시장은 다소 침체했고, 경제 성장률도 둔화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소비지출이 크게 늘어나 경제 파급효과가 전 산업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이 특수는 2015년까지 매년 13억7천만 파운드 규모의 경제 생산량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4년 동안 영국 경제에 약 51억 파운드 규모의 경기진작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경기장 준비상황은 현재(7월 말 개막을 약 1년 남긴 시점) 공정률은 약 88%. 경륜장은 2011년 2월 완공됐고 주경기장과 핸드볼 경기장에 이어 아쿠아틱 센터도 단장을 마쳤다. 미디어센터 등의 마무리 작업이 끝나는 대로 42개의 시범경기 등을 통해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런던올림픽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교통난이다. 런던의 도로는 상당히 낙후했고 좁은 탓에 출퇴근길 교통정체가 만만찮다. 런던시의회는 올림픽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원활한 교통’이라고 보고했을 정도다. 올림픽 기간 중 런던 방문객은 약 530만 명으로 예상되며 특히 번잡할 것으로 예상되는 9일 동안은 평소보다 유동인구가 100만 명가량 많을 것이다. 런던경찰은 올림픽이 열리는 기간 동안 영국 내 테러 위협 수준을 ‘심각’단계로 유지하는데 매일 1만2천여 명의 병력을 동원하고 무선교신 시스템의 용량을 늘려 주요 시설 방호와 질서유지에 나설 계획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은 친환경을 넘어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는 건설과 운영에 있어 둘 다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정해 놓았다. 오염된 흙을 물로 씻어 정화하고 건물철거 현장에서 나온 폐자재 90%를 재활용하며, 설계과정부터 대회 이후 활용 여부까지 고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역 실업자에 기술을 가르쳐 공사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pch222222.jpg평창올림픽에 임하는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몰고 올 환경 파괴와 지역의 경제적 손실도 우려된다. 냉정하게 말해 올림픽이 겉으로는 강원도를 많이 바꿀 수 있겠지만 엄청난 세금사용으로 심각한 적자 등 오래갈 상처를 안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같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우선 신규 스포츠 시설물 건축을 최소화해야 한다. 짓더라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계획이 필요하다. 런던의 경우 기존의 경기장을 백분 활용하고, 사용도가 떨어지는 경기장은 분리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폐막 후 경제적 부담과 환경 파괴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밴쿠버 올림픽 경기장은 인근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체육, 건강센터 기능의 복합단지로 변모했다.

평창올림픽에서 볼거리, 즐길 거리를 제공해야 하는데, 평창은 문화유산이 적은 대신 빼어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가까운 곳에 청정 동해바다가 위치하고, 고속철도가 놓이면 서울과도 근접해진다. 다양한 관광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기존의 자연유산들을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소개할 수 있을지 최근 ‘느림, 걷기, 비인공적인 것’ 등 세계적인 트렌드에 맞춰 있는 그대로의 강원도를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김 발행인은 발표 중 사회자가 시간이 없으니 좀 빨리 해달라는 재촉을 듣기도 했지만 여유있게 끝까지 설명을 다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 2000년 시드니올림픽의 교훈

2000년 호주 시드니에서 열렸던 올림픽에 대한 고직순 호주한국일보 발행인의 발표가 이어졌다. 올림픽은 시드니 도심에서 약 12km 서쪽 홈부시 베이와 뉴잉톤(올림픽 선수촌)에서 열렸다.

올림픽 경기 전 2년, 경기 후 8~10년 동안 약 4천 세대의 아파트와 타운하우스가 신축됐다. 올림픽 개최국들이 대회가 끝난 후 경기 하락을 겪는 일명 ‘계곡 효과(valley effect)’를 겪는데 호주도 마찬가지였다. 한국도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10%대에 육박하던 경제 성장률이 이듬해 6%대로 하락한 바 있다. 바르셀로나, 시드니, 아테네 등도 올림픽이 열리는 해 반짝 상승세를 타다 거품이 꺼지듯 순식간에 상승폭이 둔화되는 경험을 했다.

1998년 일본 나가노동계올림픽의 경우엔 올림픽조직위가 2,800만 달러의 흑자를 냈지만 일본 정부는 110억 달러의 빚을 떠안아야 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후 2004년까지 경기 시설 활용도가 저조했지만 인근 뉴잉톤 주거단지가 2004~2005년부터 조성됐고 메인 스타디움의 명칭 사용권(naming rightings) 판매와 럭비 리그 시즌 경기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으로 계곡 효과의 최소화, 단기화에 주력했다.

올림픽 경기 후 올림픽파크 관리시스템을 정부-기업 융합체제로 운영했다. 주정부, 파크관리위원회, 민간기업, 소유주(지분 참여자)등이 공동관리했으며 주경기장, 실내경기장, 올림픽선수촌 건설 및 운영을 정부-민간 파트너십(PPP·Public Private Partnership)모델로 추진했다. 선수촌에 건축된 약 4천 세대 아파트/타운하우스가 10년에 걸쳐 분양이 완료돼 비교적 성공을 거둔 셈이다.

수영장, 골프 연습장, 양궁 연습장 등은 일반을 상대로 한 스포츠 시설로 활용하고 있으며 시드니 올림픽파크는 다용도 스타디움 개발 및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문화, 레저, 과학, 교육, 비즈니스, 관광이 혼합된 개발 모델을 수립해 기업 유치 활성화를 이루고, 매년 이스터 홀리데이(부활절 휴가 기간)에 로얄이스터쇼를 개최하는 등 경기 후 좋은 활용사례로 일컬어진다.

긴 발표와 질의응답이 끝난 후 점심시간. 곧 바로 버스로 시내 식당을 향했다. 이광준 춘천시장이 내는 춘천의 명물 ‘닭갈비’였다. 각종 나물과 닭갈비에 양념고추장을 얹어 먹음직스럽게 차려놓았다. 매운 것을 잘 못 먹어도 한두 점 시식한 후, 다른 것은 없나 기다리니, 마지막으로 춘천의 또 다른 명물 ‘막국수’가 나온다. 얼마나 다행인가… 국수 반 그릇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다시 오후 회의를 위해 자리를 떴다.